노령·흔한 질병 보장 안돼…펫보험 제약 수두룩
만 10세 넘으면 가입 불가
관절탈구 등 기본 보장 안돼
2024-07-06 06:00:00 2024-07-06 06:00:00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 20대 직장인 김나린씨는 올해 3살이 된 반려견 푸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푸들 종 특성상 슬관절이 안 좋아 펫보험을 알아봤지만, 기본 보험에 포함돼 있지 않고 특약을 들어도 1년 내 발병하면 보장이 안된다는 얘기에 결국 적금을 들기로 했습니다. 14살 길고양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직장인 허보경씨도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펫보험을 알아봤지만,상당수 보험사가 연령 제한을 걸고 있어 가입할 수 없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펫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가입 조건이 까다롭고 보장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나오더라도 소비자 편의가 나아지기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입 가능 최대 연령 '만 10세'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펫보험에 대한 주요 불만 중 하나가 나이 제한입니다. 펫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를 보면 반려동물이 펫보험에 신규 가입할 수 있는 최대 연령은 만 10세입니다.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001450)은 반려동물이 생후 61일~만 8세인 경우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DB손해보험(005830)은 만 2개월부터 만 10세까지, 삼성화재(000810)는 생후 61일부터 만 10세까지, KB손해보험은 91일 이후부터 만 10세까지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보험 갱신주기도 짧습니다. 메리츠화재와 DB손보, 삼성화재, KB손보는 손해율에 따라 3년·5년 주기로 보험료가 갱신됩니다. 현대해상에는 1년 갱신 상품도 있는데요. 갱신기간 이후 반려동물의 연령 증가에 따라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나이 조건이 맞아도 피보험자인 양육자와 함께 거주하지 않는 반려견은 펫보험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피보험자의 사정으로 반려견을 타인이 양육할 경우 보장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또한 장애인 안내견을 제외하고 경찰견, 구조견, 군견, 사냥개 등 특수한 목적의 개도 가입이 불가능합니다. 유기견 보호시설 등에서 사육·관리하는 개도 가입할 수 없습니다.
 
펫보험 가입 조건이 까다롭고 보장 범위가 제한적이라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김나린 제공)
 
고질병 특약 1년 내 보장 안돼
 
반려견에 생기는 고질병은 기본 보험에서 보장하지 않아 특약으로 가입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슬관절 탈구는 반려견의 대표적인 고질병입니다. 지난 3월 메리츠화재에서 공개한 펫보험 가입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슬관절 탈구로 인한 지급액이 43억9500만원으로 가장 많습니다. 소형견 위주에 실내 양육이 많은 우리나라의 반려견 환경 특성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슬관절(슬개골) 탈구는 펫보험 기본형에서 보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KB손보의 'KB 금쪽같은 펫보험(강아지)'의 경우 특약에 가입하면 슬관절탈구·고관절탈구·슬관절형성부전·고관절형성부전 또는 기타 이들과 유사한 사고를 보장합니다. 메리츠화재의 '무배당 펫퍼민트 Puppy&Love보험', 현대해상의 '하이펫보험', 삼성화재의 '반려견보험 애니팻', DB손보의 '무배당 프로미라이프 펫블리 반려견보험'도 해당 질환을 특약으로 보장합니다.
 
특약에 가입하더라도 바로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개시일은 보험계약일로부터 그날을 포함해 1년이 지난날의 다음날부터 시작합니다. 삼성화재의 경우 슬관절 수술 비용보장 특약의 경우 계약 후 90일 이후에 보장합니다.
 
반려묘도 가입 기준·보장 까다로워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려묘도 나이 제한이 까다롭고 보장 범위가 제한적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의 펫보험은 반려묘가 생후 61일~만 8세인 경우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DB손보는 만 2개월부터 만 10세까지, 삼성화재는 생후 61일부터 만 10세까지, KB손보는 91일 이후부터 만 10세까지 가입할 수 있습니다. 보험 갱신주기도 강아지와 동일합니다.
 
고양이가 자주 앓는 질환에 대한 보장은 특약에서 찾아야 합니다. 고양이는 요로결석 같은 비뇨기 계통 질병이 흔하게 나타나지만 펫보험 기본 보장 범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KB손보 '금쪽같은 펫보험(고양이)', 메리츠화재 '무배당 펫퍼민트 Cat&Love보험', 현대해상 '하이펫보험', 삼성화재 '반려묘보험 애니팻', DB손보의 '무배당 프로미라이프 펫블리 반려묘보험'도 특약으로 보장합니다.
 
펫보험 시장이 반려견에 집중되다보니 반려묘의 경우 보험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현대해상의 경우 반려묘 펫보험은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 가입이 어렵습니다. 별도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보험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중성화나 정상적인 임신 등은 반려견과 반려묘 모두 펫보험 보장 대상이 아닙니다. 이들 보험사 모두 '정상적인 임신, 출산, 제왕절개, 인공유산과 관련된 비용과 치료 비용, 중성화, 불임 및 피임을 목적으로 한 수술 및 처치에 따른 비용'은 보장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질병이나 상해가 아닌 피보험자의 '선택' 의한 의료 행위는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원칙에 의해 펫보험도 인간의 보험과 비슷한 형식으로 적용된다"며 "선천적 질병이거나 피보험자 선택에 의한 부분은 담보해주지 않는 것으로 애초에 설계되고 보험 수가가 책정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는 펫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상황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난 2022년 국민의식조사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수는 799만마리에 달하는데 펫보험 가입률은 0.9%에 불과합니다. 펫보험 선진국인 스웨덴 40%, 영국 25%, 일본 12.5%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이효진 기자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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