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야단법석' 출격...민생 보듬을 '좋은 법' 뽑는다
2만5842개 법안 중 1만6389개 폐기...“정쟁에 사라지는 ‘좋은 법’ 너무 많아”
'소방공무원복지법·남녀고용평등법' 21대 국회 좋은 법 꼽혀
2024-05-29 09:00:00 2024-05-29 09:00:00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편집자주>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많은 도덕규범 중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가치가 담기는데요. 하지만 국회에 발의된 법안 중 많은 수는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뉴스토마토> '좋은법' 팀은 국회에 발의된 법안과 폐기된 법안, 추진이 시급한 법안 등을 찾아 집중 조명하는 <야단법석> 기획을 시작합니다.
 
“법이 굉장히 딱딱한데 이 프로그램 때문에 야단법석 났으면 좋겠습니다.”
정치‘통’으로 유명한 전문가들이 모였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조명해야 할 ‘좋은 법’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아단법(法)석’입니다. 임혜자 K-정책금융연구소 기획위원(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김상일 미래재정정책연구원 부원장, 황방열 뉴스토마토 선임기자가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남녀고용평등법, 소방공무원복지법 등을 소개하며 흥겨운 야단법석으로 첫 문을 열고,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법 뒷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뉴스토마토 ‘야단법석’은 아까운 법이 쓰레기통에 가지 않도록 유쾌한 소란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야단법(法)석 촬영 현장.(사진=뉴스토마토)
 
야단법석 왜 떠는데?
 
오늘로 마감하는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총 2만5842건입니다. 30일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폐기된 법안은 22일 기준 1만6389건입니다. 발의 법안의 절반이 훨씬 넘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실은 21대 국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폐기율은 매년 올라가는 중입니다. 법안 경쟁이 치열한 만큼 법안을 많이 내지만 실제로 본회의를 통과해 집행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입니다.
 
김상일 미래재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법안 통과까지 언론의 관심이 이어지지 않는 내부적 상황과 정쟁으로 인해 눈치 보기가 심해지는 외부적 상황의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발의될 때만 기사화되고 통과될 때는 기사화가 잘 안 됩니다. 그래서인지 점점 정치적 보여주기가 많아진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상시 국회를 열고 소위원회(소위)는 계속 돌릴 수 있잖아요. 소위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정쟁이 점점 심해지는 외부적 요소도 크고요. 정쟁 중심으로 당 대표, 권력자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아져 폐기율이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뉴스토마토가 나섰습니다. 지난 국회에서 통과된 법, 아쉽게 폐기된 법을 모으고 분석해 ‘좋은 법’을 뽑았습니다. 뉴스토마토의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정책이 정치를 움직이게 만들자, 좋은 법을 대중에 알리고 여론을 형성해 정치인들이 유익한 정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겁니다.
 
‘좋은법’ 10가지를 꼽다
 
뉴스토마토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중 좋은 법 10개를 뽑았습니다. △공정경제 3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법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복수 의결권법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기본법 △스토킹처벌법·스토킹방지법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중대재해 처벌법 △하도급거래 공정화법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중에서 황방열 선임기자가 눈여겨 본 법은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소방공무원복지법)’입니다. 조카가 소방 공무원이라고 밝힌 황방열 선임기자는 대형 화재나 참사 등을 겪은 후 소방관들의 트라우마 치료의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방 공무원의 심리 지원의 근거를 만든 소방공무원복지법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법으로 소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도시가 커지면서 건물이 대형화됐습니다. 사고가 나면 큰 사고로 번지기 쉬운데, 거기에 따른 소방공무원들의 트라우마가 심해요. 소방공무원법복지법을 통해 소방관들의 심리 지원의 근거를 만든 법안입니다. 미국에선 가장 인기 있는 직종 중에 소방관이 항상 1등입니다. 우리나라도 소방공무원 인기는 높아지는데 아직 처우는 못 따라갑니다. 다른 처우도 있겠지만, 이런 심신 건강에 대한 지원 법안이 나와서 굉장히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일 부원장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골랐습니다. 합계출산률 0.6명대로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은 저출생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여성이 경제활동에서 소외되지 않으면서 아이도 잘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남녀고용평등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여성 경력단절이나 학벌 등으로 고용에 차별적 요소를 반영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워킹맘으로 활동하며 경력단절을 경험한 임혜자 위원도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제가 25년 전에 출산했는데요. 이 법이 있었으면 3명 정도 낳았을 것 같습니다. 저도 경력단절이 생겼던 점이 참 힘들었습니다. 모 그룹 회장님 같은 경우, 애 낳으면 1억원을 지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정도로 인구감소시대에 이런 법안은 좋은 법 같네요.”
 
김남국이 본 ‘법사위장’ 후보는?
 
야단법석 번외편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해 입법 뒷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김남국 의원은 대표 발의한 법안이 75개, 공동 발의는 500여 개에 달합니다. 김 의원은 “국민이 가장 불편해하고 빠른 해결을 호소하는 법안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하며 다양한 법안을 발의할 수 있었던 비결을 언론이 관심 갖지 않는 곳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언론에서 관심을 두지 않아도 단위별 커뮤니티가 있잖아요. 예컨대 맘카페 등에서 여론이 들끓는데 언론에서 주목하지 못하는 곳에 포인트 잡아 공론화하는 편입니다. 기사화되지 않은 현안을 발굴하는 거죠.”
 
돌발질문도 이어졌습니다. 현재 정치권은 상임위원회 배분을 놓고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임혜자 위원은 그중 가장 화제인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김 의원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김 의원은 위원장으로 거론되는 박지원, 정청래, 박주민, 이언주, 전현희 의원 중 전현희 의원이 유력하다고 꼽았습니다.
 
“거론되는 박지원 의원은 연령이 높습니다. 물론 열혈청년일 수 있지만 체력이나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조금 다른 걸 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청래 의원도 잘할 거라 믿지만 4선에 중진입니다. 최고위원까지 했기에 후진들에게 기회나 역할을 물려주려고 할 것 같습니다. 박주민 의원의 경우 법사위 간사를 오래 하셨습니다. 이언주 의원은 법조계 인사라 가능성이 높으면서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을 두 번 해서 경제적 이미지가 큽니다. (법사위에 갈 만한)센 캐릭터로는 전현희 의원이 유력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효진 기자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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