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치솟고 경제 불확실한데…부총리 '1인4역'에 국정 리스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재난 콘트롤 타워 역할까지
F4 회의도 참석 못하고 '무안 참사' 중대본 회의 주재
원·달러 환율 1472.5원…정부 대응 역량 약화 우려↑
헌법재판관 임명, 쌍특검법 처리 문제도 국정 리스크
[무안=뉴시스] 조수정 기자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재난피해자 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격려과 함께 적극적 지원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4.12.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12·3 비상계엄의 충격파가 연일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경제 사령탑은 현안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과 총리의 직무를 대행하게 된 경제부총리는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이후 재난 콘트롤타워 역할까지 맡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했다. 정치 불안이 확대될 경우 환율이 1500원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불안한 전망까지 나온다.
31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F4(Finance 4) 회의'로 불리는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에 불참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를 주재했고, 기재부에서는 김범석 1차관이 대신 참석했다.
시장의 불안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경제부총리가 F4 회의에 참석할 수 없는 현실은 작금의 국정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 권한대행은 이 시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4차 회의를 주재했다.
최 권한대행은 현재 '1인 4역'을 소화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직무 대행 역할을 맡아 각 부처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소화하기도 버거운 상황이지만 중앙안전대책본부장으로 무안 사고의 수습까지 책임지게 됐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김범석 기획재정부 차관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4.12.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기재부 역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총리가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을 모두 대행하는 초유의 상황은 국정 관리 체계에도 혼선을 유발했다.
특히 대통령실 등 일부 기관은 비상계엄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 보좌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가 별도의 인력이나 조직 보강 없이 대통령 권한대행 일정을 온전히 감당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에는 무안 사고 현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경찰·소방대원등 현장 근무자들을 격려했다. 또 31일 열리는 국무회의를 앞두고 특검 법안과 헌법재판관 임명 등의 처리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기 사고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준 만큼 경제 문제는 최 권한대행의 업무에서 오히려 후순위로 밀린 느낌마저 준다.
우리 경제와 국정 상황의 불안정성은 원·달러 환율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종가 기준 전 거래일인 1467.5원 대비 5원 오른 1472.5원에 올해 거래를 마감했다. 연말 종가 기준으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1697.0원)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184.5원이나 올랐다. 환율의 상방 압력으로 먼저 작용한건 한국 경제의 저성장 우려 등 펀더멘털 요인과 미국의 정권 교체 등 대외 여건 변화였다.
하지만 연말 들어 나타난 가파른 상승세는 계엄·탄핵 사태가 촉발했다는게 중론이다. 지난달까지 1400원대 아래에 있었던 환율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1442원까지 상승했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27일에는 연중 최고치인 1486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67.5원)보다 5.0원 오른 1472.5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한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2404.77)보다 5.28포인트(0.22%) 내린 2399.49에 장을 마쳤으며,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665.97)보다 12.22포인트(1.83%) 상승한 678.19에 거래를 종료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게다가 최 권한대행마저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계속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쌍특검법'(내란 일반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회의에 상정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이 내년 1월1일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민주당이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과 함께 쌍특검법의 처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최 권한대행의 선택에 따라 탄핵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헌법재판관 임명과 특검법안 처리에 대한 어떤 판단이나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정치 상황 때문에 우리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국정 리더십이 다시 한 번 급변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대내 정치 불확실성이 환율의 단기 변동성을 높이는 상황"이라며 "가장 가능성 큰 시나리오는 아닐 수 있지만, 추가 탄핵과 외국인 자금 이탈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1500원을 넘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실로 입장하며 인사하고 있다.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되며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이어받았다. 2024.12.27.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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