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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무원들 QR 악용해 초과수당?…인증시간 줄여 빈틈 막는다

등록 2024.07.10 05:30:00수정 2024.07.10 08: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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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자체, 모바일 공무원증 활용 QR코드 인증 도입

대리인증 막기 위한 조치지만 "이조차 악용한다" 의혹

QR코드 찍어 사진 전송 후 인증 등…방법도 '기상천외'

지자체들 "현실적으로 불가능"…행안부도 확인 어려워

인증 시간 '20초→10초' 줄이기로…전날부터 본격 시행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2022년 5월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공무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2022.05.10.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2022년 5월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공무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2022.05.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들의 '초과근무수당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모바일 공무원증을 활용한 QR 코드 인증 방식을 도입했지만, 이마저도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정부는 사실 여부 확인에 나선 한편, 추가 악용 방지를 위해 인증 시간을 기존 20초에서 10초로 줄이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이 같은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된 사실을 인지하고, QR 코드 인증제를 도입한 지자체에 공문을 발송해 지난 9일부터 '인증시간 단축' 조치를 본격 시행 중이다.

QR 코드 인증제는 개인 휴대폰에 설치된 모바일 공무원증 앱 내 QR 촬영으로 출·퇴근 시스템에 뜨는 QR 코드를 찍어 퇴근 시간을 기록하는 '초과근무 2차 인증 시스템'이다.

현재 대다수 지자체 공무원들은 출·퇴근 시스템인 '차세대 표준지방인사정보시스템'(인사랑)에 각자의 계정으로 접속해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자신의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다른 직원에게 알려주고, 대리 인증을 부탁하면 얼마든지 초과근무 처리 가능하며 수당을 받아챙길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도청 소속 공무원 3명은 ID와 비밀번호를 서로 공유하면서 주말이나 휴일에 당직 근무하는 1명이 근무하지 않은 나머지 2명의 초과 근무를 허위로 시스템에 입력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행안부는 '지방공무원 보수업무 등 처리지침' 개정을 통해 초과근무수당 관리강화 대책으로 '모바일 공무원증을 활용한 QR 코드 인식 방식 도입' 등을 권고했으며, 지난해 말 제주도가 지자체 중 처음으로 이를 도입했다.

기존과 똑같이 출·퇴근 시스템에 접속하되, 해당 시스템 내 QR 코드를 모바일 공무원증으로 찍어 추가 인증해야 퇴근 시간이 기록되는 방식이다. QR 코드는 실시간 생성되고, 모양은 20초 간 유지된다.

이후 올해 5월 창원시와 영덕군이 이를 도입하는 등 현재까지 10개 지자체가 QR 코드를 활용한 출·퇴근 시스템을 속속 운영 중이다. 여수시도 오는 8월부터 본격 도입할 계획이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2020년 3월23일 정부세종청사의 한 사무실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2020.03.23.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2020년 3월23일 정부세종청사의 한 사무실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2020.03.23. [email protected]


문제는 최근 이러한 QR 코드마저 악용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초과근무수당을 타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제기된 의혹을 정리하면 사무실에 있는 직원 A는 직원 B의 ID와 비밀번호로 일단 시스템에 접속한다. 이후 QR 코드가 뜨면 이를 사진으로 찍어 집에 있는 B에게 전송한다.

B는 집에 있는 노트북 등으로 QR 코드 사진을 받은 뒤 모바일 공무원증 앱으로 이를 찍어 본인 인증을 한다.

내부 고발에 나선 공무원은 "사진을 2중으로 찍어도 인식이 잘 되게끔 어떠한 위조 방지 대책도 없다"며 "약 20초 내로 찍어야 하는데, QR 코드 사진을 전송하고 인증하는 데 5초도 안 걸린다"고 주장했다.

B가 저렴한 휴대폰을 따로 마련해 개통하고, 모바일 공무원증이 들어있는 원래 휴대폰을 A에게 맡겨 대리 인증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QR 코드 인증제를 시행 중인 지자체들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는 입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QR 코드 악용은 시스템상 할 수가 없는 구조"라며 "사진을 찍어서 전송한다 해도 시간이 걸리지 않느냐. 20초마다 QR 코드 모양이 바뀌어서 사실상 그렇게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정말 극적으로 연습해서 QR 코드 사진을 주고 받고 하지 않는 이상 시간이 굉장히 촉박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마음 먹고 계획을 한다면 부정수급이 일어나지 않을 방법은 없다"고 했다.

행안부는 일단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사실 여부 확인에 나섰다. 그러나 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QR 코드를 도입한 지자체들은 오히려 부정수급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 같다고 얘기한다"며 "QR 코드가 그나마 가장 최신의 방법이고 보안이 강화된 방법인데, 현재 악용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 상황을 인지한 만큼 정부는 추가 악용을 막기 위해 인증 처리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 20초에서 10초로 단축하기로 했다. 그간 QR 코드 표출 시간은 20초였는데, 이를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지자체의 한 공무원은 "10초로 줄어들면 사진을 찍고 확인 버튼을 누르기도 빠듯할 것"이라며 조치를 환영했다. 반면 또 다른 공무원은 "시간이 너무 짧아서 인증에 실패하는 등 오히려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어떠한 제도가 도입되든 초과근무수당을 부당하게 수령하는 행태는 없어져야 할 것"이라며 "물론 징계 수위도 강화하고, 부당 수령액의 5배를 환수 조치하고 있지만 각자의 현명한 처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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