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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멕시코 관세폭격 예고에 현대위아 모빌리티 사업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부진한 실적과 주가를 만회할 '수'로 선택한 친환경차 부품 사업도 전기차 캐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작기계 사업 매각으로 방산사업을 확장하려는 계획도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현대위아 주가는 3만9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월9일 종가 대비 33.7% 하락, 2021년 6월 최고점 대비 65.3% 낮다 지난해 3분기 현대위아의 영업이익은 52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보다 22.55% 줄었다. 당기순손익도 전년 대비 156.79% 감소한 11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멕시코 생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데 이어 미국·멕시코·캐나다 무관세 협정(USMCA)의 개정과 10~20% 보편관세까지 제시했다. 불법 이민자와 마약 문제를 명목으로 내세운 최대 50%의 '관세 폭탄' 경고는 사실상 멕시코 자동차 산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위아 멕시코법인(Hyundai-Wia Mexico,S.de R.L. de C.V.) 총 자산은 6951억100만원으로 글로벌 사업장 중 2번째로 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멕시코법인 매출은 6321억4900만원으로 글로벌 사업장 중 가장 컸다. 전체 차량부품 매출의 11%에 해당하며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산동현대위아기차발동기유한공사 매출의 2배가량 많다. 당기순이익도 276억100만원으로 집계됐다.
멕시코법인은 현대자동차에 미국 수출용 엔진을 공급한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선전에 힘입어 2023년 매출 1조1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멕시코산 엔진이 미국 무관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내린 뒤 일부 물량을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으로 생산을 옮긴 것으로 전해져 예견된 실적하락이라는 평가다.
'트럼프 리스크'는 현대위아의 미래 성장동력인 통합 열관리 시스템 사업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전기차 캐즘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친환경차 구매 세액공제를 대규모 축소하거나 폐지하겠다고 밝혀 매출 공백이 예상된다. 기대했던 미국 현대차의 열관리시스템 부품·하이브리드 엔진 입찰도 지연되고 있다.
매출과 수익 부진을 개선할 탈출구도 마땅치 않다. 전체 매출 중 90% 이상을 담당하는 모빌리티 사업의 매출 원가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92.6%다. 수익성 증대를 위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게 배경이다. 이에 현대위아는 수익성 개선과 사업 재편을 위해 지난해 10월 공작기계 사업부를 매각을 결정했다. 매각 대금 규모는 3400억원으로 추산된다.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으로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지만 사업 확장성은 떨어졌다는 평가다. 공작기계는 금형(프레스)제작 없이 부품을 정밀제작할 수 있어 기체개발에 필수적이다. 체계 조립과 통합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적자사업 정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 로보틱스 산업 등이 확장되는 시기에 공작기계 사업 매각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방위사업 부문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부분은 위안이다. 현대위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차·장갑차·곡사포 포신 제작·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현대위아의 방산 사업은 K9 자주포·K2 전차 폴란드 수출 호재로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2436억원으로 급증했다. 폴란드 수주 이전인 2021년 대비 1149% 늘었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열관리 시스템과 전동화 액슬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부품 등으로 사업 체질을 개선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방위사업 분야에서도 해외 수출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