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증가로 HUG가 대위변제 해야 하는 사고율이 높아지며 재정 적자 문제가 지속돼 보증료율 인상이 추진될 전망이다. 사진은 유병태 HUG 사장 /사진 제공=HUG

유병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전세 세입자와 임대인의 보증 품질 개선을 위해 '전세반환보증보험 보증료율 현실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증가로 HUG가 대위변제 해야 하는 사고율이 높아지며 재정 적자 문제가 지속돼 이 같은 보증료율 인상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유 사장은 지난 25일 세종특별자치시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하 전세반환보증)의 사고율 대비 보증료율이 너무 낮은 상태"라며 "보증료율을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HUG의 올들어 6월까지 전세반환보증 사고액은 2조6591억원으로 전년 대비 43.5% 증가했다. 보증료율은 연 0.115~0.154%로 다른 임대보증금보증(최고 1.59%) 등에 비해 낮다.

이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9월 보고서를 통해 "전세반환보증 손실률을 고려해 보증료율을 현실화하고 임대인의 상환 능력에 따라 보증료율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바 있다.

유 사장은 "HUG가 공공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증료율을 현실화해도 임차인에게 큰 부담이 아니라는 전제를 지킬 것"이라며 "외부 용역을 거쳤고 정부 유관기관과 협의해 현실화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외부 용역 결과를 받았지만 주택·건설경기가 힘들고 회복이 안 되는 상황이어서 관계 부처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무자본 갭투자'(전세금과 매매가가 동일해 자본 없이 세입자가 사는 주택을 매수)를 막기 위해 보증 대상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100%에서 90%로 강화했다.

유 사장은 "2022년 5~7월 전셋값이 정점이었기 때문에 올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전세보증의 대위변제가 증가하고 사고율이 높아졌다"면서 "하반기엔 사고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증 사고로 HUG의 재무 건전성은 지속해서 악화됐다. HUG는 전세사기 여파로 지난해 당기순손실 3조8598억원, 부채비율 116.9%를 기록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선 2년 연속 '미흡'(D) 등급을 받았다.

유 사장은 "당기순이익과 손실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사고율과 회수율"이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보증 사고가 급증해 회수 기간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구 계획에 대해서는 "부실 사업장 확인 강화를 통한 사고 예방과 채권 회수 전담 조직의 확대, 보증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 강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이어 "올해에는 힘들겠지만 내년에는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며 "비계량적으로 부족했던 청렴도와 상담 인력 증원, 업무 효율화 등을 통해 경영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