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주가가 올 들어 거의 매달 하락하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매수를 주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스1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사법리스크로 카카오 주가가 2년새 폭락한 가운데 10대 증권사의 카카오 보고서 투자의견이 모두 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성 떨어지는 증권사 리포트에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삼성·KB·하나·메리츠·신한·키움·대신증권 등 10대 증권사가 발행한 카카오에 대한 보고서 총 67건 가운데 매도 의견을 제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보고서를 가장 많이 발행한 증권사 순서별로 보면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 4개사가 10개로 동일했으며 NH투자증권이 8개를 발행하며 뒤를 이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5개, 하나증권과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이 3개를 발행했다.

올 상반기 증권사들은 지난해 4분기 호실적을 낸 카카오가 올해 광고 매출 회복과 신사업 가동에 힘입어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증권사들은 카카오 자회사 비용절감이 자회사의 비용 절감이 올해 추가 업사이드로 작용할 것이며 주주 친화 정책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 이효진 연구원은 "4분기를 기점으로 카카오 핵심 영업이익은 확연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며 "올해 분기당 약 1500억원 내외 이익을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탑라인 성장 재개와 4분기 본격화된 비용 효율화 효과는 올해 높은 이익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메타의 모습을 재현할 전망"이라며 "금리 인하 기대감 지연과 저PBR 포트폴리오 스위칭으로 주가는 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한투자증권 강석오 연구원은 "(카카오가) 지난해와 달리 광고와 커머스 사업을 침체기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안정성을 확보했다"며 "올해는 매출 서프라이즈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매수 편향 보고서는 매년 반복되는 해묵은 문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올 들어 발행된 기업 보고서 8662건 가운데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한 보고서는 단 2건(0.02%)에 불과했다.

사실상 매도 의견에 가까운 비중 축소는 4건(0.05%)이었다. 반면 매수 의견은 8012건(92.5%)으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보유는 636건(7.34%), 강력매수는 8건(0.09%)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올바른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한 증권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리서치 관행 개선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모양새다.

현실적인 원인 중 하나로 국내 증권사의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점이 꼽힌다.

리포트 작성 기업을 대상으로 IB(기업금융)나 IPO(기업공개), 신용공여(대출) 등을 통해 이익을 내야 하는 만큼 보고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 고객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수익구조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아울러 증권사들의 해당 기업 정보에 대한 접근성 문제도 꼽힌다.

특히 국내 기업은 실적 가이던스(예상치)를 내는 곳이 거의 없어 가이던스를 산출해야 하는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기업과 척지기가 쉽지 않다. 해결책으로는 애널리스트들로 구성한 리서치부서의 분리 독립, 보고서 제공 유료화, 애널리스트의 성과 평가 방식 개선 등이 제시된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부정적인 리포트를 작성하면 해당 기업에서 IR 자료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은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임에도 일부 기업은 IR이나 자금담당자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분석 내용이 좋든 안 좋든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이익이 줄어들면 저가 매수를 제안하고 이익이 늘어나면 추격 매수를 얘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