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빌라시장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사진은 지난 5월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빌라 밀집 지역 모습. /사진=뉴시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연립·다세대주택)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거래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수요가 없다 보니 공급도 사실상 끊기며 빌라시장 붕괴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빌라시장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오는 8월을 기점으로 '역전세난'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위기감도 고조된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전국 비아파트 누적 거래량은 약 6만2000건이다. 최근 5년 평균 거래량과 비교하면 약 43% 감소한 수치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지난해 빌라 매매거래건수는 전년(21만209건) 대비 32%가량 줄어든 14만3242가구인데 올해도 감소 추세가 이어졌다.

역전세 비중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방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서울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 가운데 46%가 기존 전세보증금 대비 시세가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4%)보다 1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평균 전세 시세 차익은 979만원 떨어졌다.

빌라 수요가 없다 보니 착공 물량도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기간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 건수는 약 1만500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6% 감소했다.


빌라 경매 건수는 늘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진행된 서울 빌라 경매 건수는 149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1456건) 대비 50여건 늘어난 수치로 2006년 1월(1600건) 이후 가장 많다.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의 빌라 경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평균 600~800건 수준이었지만 지난 ▲1월 1290건 ▲2월 1182건 ▲3월 148건 ▲4월 1456건 등으로 올해 매달 1000건을 웃돌고 있다.

2022년부터 발생한 전세사기 관련 물량이 경매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데다 유찰이 반복되면서 경매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올 상반기(1~6월)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 보증사고 규모는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2조6591억원, 사고 건수는 1만2254건으로 집계됐다.

빌라 전세사기와 역전세 여파로 올 상반기 보증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8525억원)보다 43.5% 증가했다. 월별 보증사고 액수는 2월을 정점으로 4개월 연속 줄었다. 월별로는 ▲2월 6489억원 ▲3월 4938억원 ▲4월 4708억원 ▲5월 4163억원 ▲6월 3366억원으로 감소 추세다.

다만 보증사고액은 여전히 월 3000억원 이상으로 집계돼 올해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규모(4조3347억원)를 뛰어넘어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