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악성 임대인이 HUG에 7124억원 규모의 대위변제 손해를 끼쳤다. 1인당 106억원 수준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전세보증금을 상습 미반환해 '악성 임대인'으로 공개된 임대인의 절반 이상은 정부로부터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 주택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천안갑)이 18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악성임대인으로 공개된 127명 가운데 67명(52.7%)이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HUG에 7124억원 규모의 대위변제 손해를 끼쳤다. 1인당 106억원 수준이다. 건수로는 3298건에 달해 피해자 수만 3000명을 넘었다. 대위변제액 상위 10명의 총 대위변제액은 4326억원에 달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합산 배제와 소득세·법인세·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신에 의무 임대기간과 임대료 상승률 제한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임대사업자가 보증금 반환을 지연하고 세입자의 피해가 명백한 경우 지자체장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시행령은 세입자 피해의 판단 여부를 승소 판결이 확정된 이후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성립에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로 한정해 악성임대인이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 같은 제도의 허점을 개선할 수 있음에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증금 미반환 반복해 '700억대' 채무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정부는 상습 채무불이행자를 공개할 수 있다. 임대인의 이름과 나이, 주소, 채무불이행 기간 등이 공개된다.

HUG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대위변제하고 임대인에게 청구한 구상권 채무가 최근 3년간 2건 이상, 금액이 2억원 이상인 경우 공개 대상이다. 보증금 미반환 규모가 가장 큰 악성임대인은 강원 원주시에 거주하는 손모씨(32)씨로 채무가 707억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국토부와 지자체간 임대사업자 자격 여부 등을 확인·말소하는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3년6개월간 보증금 미반환 후에 임대사업자 자격이 말소된 사례는 7명에 불과했다.

문 의원은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주택 여러 채를 사들일 수 있었던 이유가 임대사업자의 세금 감면 정책 때문"이라며 "반드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