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모녀 측 지원과 자신에 대한 내부 감사로 사면초가 상황에 빠졌다. /사진=임한별 기자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듯했던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지난 3월 '캐스팅보터'로서 임종윤 사장을 지원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이번에 모녀(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 측과 손을 잡으면서다.

올해 초 제약 업계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형제(임 사장·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측이 승리했다. 지난 3월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까지 형제 측 40.56%, 모녀 측 42.67%로 양측의 지분율은 팽팽했다.


형제 측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한 신 회장과 소액주주들이 형제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지난달 18일 한미약품 주총에서도 임 사장을 포함한 신규 이사 4명(▲사내이사 임종훈 선임 ▲기타 비상무이사 신동국 선임 ▲사외이사 남병호 선임)에 대한 선임안까지 원안대로 의결되면서 경영권분쟁은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모녀 측은 자신들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일부 지분을 신 회장에게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상황은 정반대로 흘렀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각각 보유하고 있는 394만4187주와 50만주 등 총 444만4187주를 매각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전체 지분율 6.5%로 매각가는 총 1644억원이다.

모녀 측은 신 회장과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의결권 공동행사 약정)도 맺었다. 이번 계약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배경으로 지목된 상속세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송 회장은 전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신 회장이 공언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너 일가와 1세대 전문경영진 체제로 운영되어 온 그룹이 신 회장 중심의 2세대 전문경영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한미약품 대표직을 목표한 임 사장으로선 자신이 실제 소유한 홍콩 코리그룹과 북경한미약품 부당내부거래 의혹까지 불거져 사면초가에 빠졌다. 임 사장이 18년 동안 중국 시장에서 한미그룹의 일감을 지원받아 사익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코리그룹은 임 사장이 소유한 기업이다. 한미그룹은 코리그룹의 계열사인 '룬메이캉'에게 의약품 유통을 맡겼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초과 수익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에 자금을 제공해 자신의 지배력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한미약품은 홍콩 코리그룹과 북경한미약품의 부당내부거래 의혹에 대한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