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입체도시, 루원시티] ①2조원대 손실만 남긴 10년의 기다림

입체복합도시인지, 첨단도시인지, 도대체 루원시티(Lu1 City)는 언제 만들어지는 겁니까? 29일 인천 서구 가정오거리 일대의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 현장. 40층을 훌쩍 넘긴 회색 콘크리트 건물들이 쿵쾅쿵쾅 소리에 장단을 맞춰 삐쭉빼쭉 올라간다. 건물의 벽면을 가득 채운 창문이 없었다면 주상복합 아파트라는 것을 알기 전에 거대한 성냥갑부터 먼저 떠올랐을 것이다. 주변으로도 다른 아파트들이 헬리콥터 회전날개처럼 기중기를 머리 위에 단 채 정신없이 하늘로 치솟는다. 공사가 끝나가는 일부 아파트로는 수많은 트럭 등이 오가며 각종 마감재를 실어나른다. 내년 1~2월께 입주를 앞둔 곳들이다. 과거 교통의 요지로 꼽히던 이곳은 사람흔적이 온데간데 없어진 지 오래다. 남은 것은 군데군데 잡초가 무성한 공터와 소음으로 가득찬 공사장뿐이다. 주민 A씨는 원래 단독주택과 빌라 등이 잔뜩 있던 곳인데, 개발사업을 이유로 모두 보상을 주고 내보냈다며 빈집이 곳곳에 남아 범죄유령도시로 전락한 이후에는 모두 철거하고 철제 가림막을 세워놨다고 했다. 이어 또 한참을 철제 가림막이 막고 있더니, 이제야 집값들 오르니까 아파트만 신나게 짓기 시작했다며 루원시티의 콘셉트가 지켜지기는커녕 준공한다고 했던 시기로부터 벌써 8년이나 지났다고 했다. 인천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난 2006년부터 가정5거리 일대 90만6천349㎡에 추진 중인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의 공정률대로라면 오는 2023년에나 준공이 가능하다. 이는 당초 목표인 2013년보다 10년이 더 걸리는 셈이다. 시와 LH에 따르면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의 개발계획 변경을 통해 2018년 12월31일로, 또 2020년 12월31일로 준공 일정을 늦춘데 이어 최근에는 내년 6월까지 연기한 상태다. 사업 초기인 2009년 미국 리만브라더스 사태로 촉발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부동산경기 악화, 주공과 토공 합병 이후 LH의 사업성 위주의 기조 전환 등의 이유로 사업이 장기화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핵심시설 조성 공사 지연으로 내년 6월 준공도 어려울 전망이다. 입체보행데크 등의 핵심시설 조성 공사는 인천교통공사 등의 관계기관 협의와 안전대책 마련 등으로 내년 말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핵심시설 조성 공사의 공정률은 28.05%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핵심시설이 들어서는 가정역 바로 위 중심상업지구에는 인천도시철도(지하철) 2호선이 지나가고 도로에는 차량이 오가는 문제로 발생할 주민 민원 등의 문제가 겹치면 2023년 초로 준공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시와 LH는 루원시티 부지 중 상업3용지에 학교용지를 포함하는 개발계획 수립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인천시교육청과 오피스텔 개발사업자 간의 협의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당초 올해 10월 1차 공람을 한 뒤 이달 중 2차 공람을 추진하려 했으나, 시교육청과 오피스텔 개발사업들은 아직 적정 면적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이 장기화하면서 손실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시와 LH는 지난 2017년 루원시티 사업성 추정을 위한 용역에서 금융비용을 뺀 손실금이 약 2천940억원, 금융비용을 포함하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총사업비 3조3천여억원 중 주민보상비로 1조7천억원을 사업 초기인 2010년까지 투입하면서 이에 따른 금융 비용만 연간 882억원이 나가고 있다. 시와 LH는 2023년 준공까지 감안하면 금융비용만 5천여억원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전체 손실금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손실금은 2006년 사업협약에 따라 시와 LH가 절반씩 책임져야 한다. 다만, 금융비용을 두고 책임소재에 대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사업이 끝나면 시와 LH의 치열한 법적 다툼이 불가피하다. 서종국 인천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애초에 정치적 목적 등에 의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면서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은 수년째 지지부진한 문제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며 사업 초반에 주민보상 등으로 엄청난 조성원가가 들어갔기 때문에 손실도 클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기관 간 무리한 협업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업 추진과정에서 철저하게 원가와 부동산 경기 등을 분석해야 이 같은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빛바랜 입체도시, 루원시티] ④전문가들 “무조건적 철거·보상 개발사업 이제 그만”

인천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추진한 루원시티(Lu1 City)처럼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장기간 지연과 대규모 손실 등의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조건적이고 일괄적인 보상철거 방식의 사업이 아닌 현실적인 사업성 검토에 따른 사업 추진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도시행정 전문가들은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의 지연 사태는 철저한 사전 분석 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보여주기식 사업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성이 뒷받침하지 않는데도 토지보상비는 과다하게 나와 원가부담이 증가했고 결국 2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손실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사업 추진 전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상원가, 부동산 경기 등에 대한 분석이 철저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종국 인천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도로망 등 기본 인프라에 대한 관계기관 간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프랑스 라데팡스를 표방하는 청사진을 그린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LH가 동조하면서 시와 LH가 무리한 사업을 벌였고 토지보상비만 엄청나게 올린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개발하려고 억지로 사업을 만들어선 안 되고, 수지타산을 계산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변병설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사업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 보니 지하도로망 등에 대해 실무선에서 협의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시계획은 지역주민과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으면 사업이 앞으로 나아가기 버거운 사업으로 전락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하에 도시기능을 많이 넣는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이 많이 수반되므로 치밀한 작업을 통해 경제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시가 이제라도 루원시티에 공공기관 등 앵커시설 유치 전략을 명확히 해 도시를 활성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는 당초 계획한 입체복합도시가 아닌 일반 신도시와 같은 형태로 준공할 루원시티의 유인책으로 공공기관 유치 전략을 세웠지만 핵심 전략인 인천시교육청 이전 문제는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태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루원시티는 처음 계획 때도 시에서 선언하듯이 이뤄지더니 공공기관 유치도 마찬가지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마저도 모양만 내는 수준으로 공공청사를 유치한다면 앞으로 루원시티가 온전히 성장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빛바랜 입체도시, 루원시티] ②무늬만 입체복합도시 루원시티…아파트·상업시설만 우후죽순

인천 루원시티(Lu1 City)가 프랑스의 라데팡스(La Defense)와 같은 입체복합도시라는 종전의 콘셉트를 완전히 잃어버린 채 아파트상업시설만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미니신도시로 전락했다. 28일 인천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본격화한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은 세계적인 입체복합도시를 만든다는 콘셉트로 시작했다. 세부적으로 지하 3층에 경인고속도로, 지하 2층에 인천도시철도(지하철) 2호선, 지하 1층에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등이 오가는 복합환승센터를 중심으로 지상에 77층 랜드마크 쌍둥이 타워, 고급 아파트 1만1천여가구, 대형 교통센터, 쇼핑몰, 공원 등을 만드는 사업이다. 이는 도로, 철도, 지하철, 주차장 등은 모두 지하에 들어가고 지상에는 보행자 중심으로 계획한 라데팡스를 벤치마킹한 결과다. 그러나 현재는 지하층의 교통 입체 구조가 모두 사라진 상태고, 지상에는 공원이 줄어든 대신 대규모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중심상업시설이 차지했다. 2009년 세계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을 중단한 데다, LH가 경영 정상화 방안 등을 위해 사업성을 높이려 입체규모를 축소하고 상업시설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다. 당시 시와 LH는 사업정상화 현안 협의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 같은 방안을 합의했다. 결과적으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만을 쫓아 입체복합도시라는 종전의 콘셉트를 버린 토지이용계획을 확정한 것이다. 또 입체복합도시를 위한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및 지하화는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백지화했다. 이후 도로가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중심부에 계획한 7만1천981㎡ 규모의 문화공원은 3분의 1 규모(2만1천734㎡)로 작아진 상태다. 반면, 상업용지는 당초 25만4천72㎡에서 2016년 4차 개발계획 변경 때 38만8천678㎡까지 늘어났다. 중심상업용지는 주거용지와 달리 용적률이 평균 1천%에 육박하기에 주상복합 아파트 등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다. 결국, 현재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에서 지하 3층~지상 1층의 입체복합도시 계획은 사라지고, 중심상업지구를 나누는 8차선 도로를 남북으로 잇는 입체보행데크만이 과거의 흔적을 안은 채 랜드마크 시설로 만들어지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당초 계획한 주거용지에 주상복합 아파트까지 추가로 들어서며 사실상 아파트촌으로 전락했다. LH 관계자는 당시 내부 사정과 경제 악화라는 외부 사정상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안이었다고 했다. 이어 사업 정상화가 이뤄진 만큼, 기반공사를 조속히 끝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입체도시라는 큰 틀이 깨진 대신, 공공업무용지에 소상공인클러스터, 인천지방국세청, 루원복합청사 등을 유치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어 도시 재창조 사업으로 시작한 사업인 만큼 침체한 원도심 재생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사업을 마무리짓겠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빛바랜 입체도시, 루원시티] ③2조원대 손실 책임 공방…법정 다툼 예고

인천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루원시티(Lu1 City) 도시개발사업 장기화에 따른 손실금 정산을 두고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28일 시와 LH 등에 따르면 시와 LH는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이 내년 12월, 또는 2023년 초에 준공하면 3개월 이내에 대규모 손실금에 대한 정산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난 2006년 협약에 따라 사업의 수익은 5대 5로 나누며, 손실이 생겨도 같은 비율로 책임을 진다. 현재 시와 LH는 2023년 준공까지 감안하면 금융비용만 5천여억원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전체 손실금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와 LH가 금융비용을 두고 책임소재에 대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준공 이후 치열한 법적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와 LH는 그동안 정확한 손실금 규모와 금융비용을 정산 범위에 포함할지 여부 등을 확정하기 위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시는 금융비용을 당연히 손실금에서 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약서에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는 이유다. 여기에 시는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의 연계사업인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사업(청라 진입도로)과 인천도시철도(지하철) 2호선 사업 비용에 대한 금융비용 수천억원을 자체 부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LH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면서 발생한 금융비용을 정산 범위에 담을 수 없다 게 시의 주장이다. 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금융비용을 손실금 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수용하지 못한다며 손실이 얼마인지가 가장 중요한데, 아직 LH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받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반면, LH는 건설자금 이자를 사업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은 협약상 건설원가는 정부투자기관회계기준과 LH의 분양규정 등에 의해 시와 협의해 산정하거나 제3자에게 산정을 의뢰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근거로 삼고 있다. 정부투자기관회계기준과 LH 분양규정에는 금융비용을 건설원가에 포함한다. LH 관계자는 건설자금 이자는 사업비에 포함하도록 돼 있다며 정확한 손실액은 사업이 끝나야 알기 때문에 지금 산정하기 곤란하고 준공 이후 논의될 대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 재정에 무리가 가지 않기 위해서는 LH에 사업권 보장 등을 통해 정산해야 해 정확한 손실금을 따져야 한다며 결국 정산 과정에서 손실액을 산정하기 위해 소송으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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