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죽음의 권리 - 호스피스] 下. 병동 확충 위한 지원 등 대책마련 시급

인천지역 호스피스 인프라가 미비한 이유는 법적 강제 시설이 아닌데다가 인건비 지출이 커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행법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이 필수적으로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해야 한다는 등의 규정이 전혀 없는 상태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보조금은 1개 병원당 2천만원 수준에 그친다. 지역 병의원들이 호스피스 사업을 하려면 필수 인력을 배치하고, 시설 등을 확충해야 하는데 보조금으로는 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태다.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의 경우 병상 20개당 1명 이상의 의사 또는 한의사, 병상 10개당 1명 이상의 간호사, 1급 사회복지사를 둬야 한다. 또 상담실과 임종실도 1개 이상 필요하다. 종합병원급은 인력 충원에 따른 인건비와 상담실 및 임종실에 대한 시설 마련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해 선뜻 사업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보조금을 받더라도 수익성이 낮아 초과 비용을 병원이 떠안아야 하는 적자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이미 호스피스 사업을 하고 있는 대형병원에서도 나타난다. 인천지역의 호스피스 관련 인력은 총 73명(의사 13명, 간호사 51명, 사회복지사 9명)으로 인구 규모가 비슷한 부산시의 126명(의사 19명, 간호사 97명, 사회복지사 10명)보다 부족하다. 김양자 한국호스피스협회 서울인천지회장은 일부 병원들이 헌신적으로 사업을 이어가려면 비용 등의 문제를 개선하고, 정부 지원금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호스피스 사업 선도 국가인 영국은 민관의 노력으로 지역사회에 모금 활동을 활성화 해 호스피스 서비스의 약 70%를 기부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정규모 이상의 병원에 대해 호스피스 병실을 강제하는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관련 예산을 확대하는 한편 모금 활성화 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선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에 대해선 호스피스 병상을 의무적으로 두는 규정이 필요하다며 사업기준 완화, 지원금 확대 등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유인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대균 가톨릭대 인청성모병원 권역호스피스센터장은 재단을 두지 않은 병의원들의 경우 기부금을 모으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는 영국처럼 시민의 기부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홍보 등에 힘쓰고 체계를 갖춰 호스피스 운영을 보조해야 한다고 했다. 강우진기자

[존엄한 죽음의 권리 - 호스피스] 中. 병동 기다리다 임종... 인프라 태부족

60대 폐암 말기 환자 A씨는 지난 봄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에 진료를 받았다. 친절하고 섬세한 의료서비스에 만족한 A씨는 이 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호스피스 병상이 부족해 A씨는 1개월이 지나서야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했고, 입원 당일 숨을 거뒀다. 인천지역에 호스피스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입원을 기다리다 숨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24일 보건복지부와 인천시에 따르면 현재 지역 내에서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는 대형병원은 4곳에 불과하다. 전체 병상은 67개로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이 29개, 인천 성모병원 17개, 가천대 길병원 12개, 인하대병원 9개 등이다. 이는 인천의 최소 필요 병상수인 150개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유럽완화의료협회(EAPC)가 권고하는 인구당 병상수는 100만명당 최소 50개로 인구 300만인 인천에는 최소 150개의 병상이 필요하다. 비슷한 인구 규모의 부산의 경우 130개 병상을 확보하고 있어 인천의 배에 가깝다. 이 때문에 임종 환자들은 적게는 1주일부터 많게는 1개월까지 호스피스 병동의 입원을 기다리다고 있다. 이들의 기대여명은 1~3개월로 일부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이뤄지는 육체적 고통을 줄여주는 치료, 심리적종교적 지원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숨을 거둔다. 호스피스 사업의 선도국으로 꼽히는 영국은 생애말기 돌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일찌감치 인구 100만명당 50개 이상의 병상수를 확보하며 환자들의 대기시간을 대폭 줄이는 등 생애말기돌봄에 나서고 있다. 김양자 한국호스피스협회 서울인천지회장은 지역 내 호스피스 병상 부족으로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대기하다 사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적절한 치료와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사망한 환자의 고통은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들이 평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 인프라 확충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우진기자

[존엄한 죽음의 권리 - 호스피스] 上. 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안식처

악성질환으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 호스피스. 호스피스는 인생의 마지막 고통을 줄이는 치료부터 심리적 안정까지 종합 돌봄을 제공받는 공간으로, 삶 뿐 아니라 죽음까지의 복지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수요에도 호스피스 병동 수가 부족해 입원 날짜만 기다리다 숨을 거두는 환자가 비일비재하다. 본보는 인천시민의 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 보장을 위해 호스피스 병동의 부족 현상을 진단하고, 확충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평생 나를 챙기면서 산 적이 없어요. 그런 나를 위해 매일 커피를 타 주는 선생님들의 보살핌 덕에 처음 존중받는다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19일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 이곳에서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위암말기 환자 정모씨(70)는 이날도 커피를 들고 찾아온 사회복지사의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말한다. 유독 커피를 좋아하는 정씨는 매일 사회복지사들이 좋은 원두를 골라 커피를 내리고, 자신에게 가져다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누군가가 나를 위해주는 삶을 살았구나 생각한다고 했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일하며 헌신하던 그가 처음 느껴본 따뜻함이다. 최모씨(44)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통보받은 뒤 가족과의 추억을 남기지 못했다는 게 늘 마음에 걸렸다. 그런 그는 이곳에서 소원하던 가족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겼다. 최씨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기록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병원에서 제공해준 프로그램 덕에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임종 환자들은 이곳에서 세심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육체적 고통을 줄여주는 치료, 심리적종교적 지원을 함께 받는다. 의료진과 사회복지사들 역시 환자가 행복하게 삶을 끝마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환자들은 이곳에서 발마사지부터 목욕 등의 위생관리와 음악 프로그램, 미술 프로그램 등의 심리 관리를 지원받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눈을 감고 뜨는 순간이 두렵고, 매일 옆에 있던 환자의 침대가 비는 모습을 봐야하는 환자들은 우울함과 무기력함에 빠지곤한다. 하지만 환자들은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두려움을 떨치고, 잠시나마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잊는다. 호스피스병동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조유진씨(31)에게도 이곳에서의 시간은 남다르다. 특히 조씨는 지난 7월 눈을 감은 40대 여성 환자를 잊지 못한다.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 늘 혼자 병동에 남겨져 있던 환자는 유독 다른 환자의 임종 순간에 큰 우울함을 느꼈다. 그런 그를 위해 조씨는 평소 환자가 좋아한다고 했던 에릭클랩튼의 기타 연주를 들려주며 가족의 역할을 대신했다. 환자는 연주를 들으며 젊은 시절 미국에서 살았던 행복한 시절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조씨는 임종 직전에 그동안 미안하고 감사했다는 말을 남기시고 세상과 작별하셨다며 호스피스라는 공간에서 치유를 얻어가는 환자들을 보면서 더 많은 분들이 이곳을 경험하셨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처럼 인간답게 살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보장하는 호스피스는 날로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수용할 병상이 부족해 환자들이 1주일에서 1개월 이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임종을 맞는 환자도 있다. 김선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기다리다가 사망하거나 들어오자마자 사망하는 경우 적절한 치료와 돌봄을 해주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강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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