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들이 계절을 잊었다. 벼가 누렇게 익어 가는 들녘 옆 가로수에 봄꽃이 만개한 진풍경이 펼쳐졌다. 야산에 밤꽃도 피어 있었는데 처음에는 밤꽃이라 인식을 못했다. 간혹 봄꽃이 한 송이씩 피는 건 본 적이 있지만 올해는 유난하다. 이상기후 탓에 꽃들이 계절을 잊었다. 홍채원 사진작가
가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농로길. 유치원생들의 발길이 발랄하다. 벼가 노랗게 익어가듯 아이들의 꿈도 여물어 간다. 참 좋은 계절이다. 홍채원 사진작가
풍성함을 주는 10월이다. 그런데 난 요즘 집중이 부족한 시간이다. 생각의 끈을 잡고 있는 끈기도 약함을 느낀다. 산책하며 자연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야 마땅함이다. 일을 정리하며 정중동의 에너지를 땅에서 혹은 명상에서 느끼며 다스려 보자. 홍채원 사진작가
사유의 시간이 필요한 계절이다. 여럿이 함께하다 보면 스스로의 생각을 하지 못하고 종속적인 삶에 나를 잃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 좋은 날 가을, 내 길을 열고 스스로를 승화시키는 그런 계절이길 다짐 해 보자. 홍채원 사진작가
식물이 움터 나오는 과정은 음악에서 쪼개져 나오는 여음 같다. 돌돌 말려 있던 잎이 서서히 터지며 세상과 빨리 접한 부분과 움터 바로 나온 색상의 차이에 경이롭다. 자연 그대로의 의식의 세계에 귀 기울여 보며 생각한다. 차츰차츰 우리도 그렇게 성장하는 것임을. 홍채원 사진작가
가을인데 한동안 체감 온도가 한여름 같았다. 늦더위가 길었다. 추적추적 이 비가 그치면 맑은 바람이 구름 한 점 터치한 그림 같은 가을 하늘을 만날 수 있길 소망한다. 홍채원 사진작가
사랑하기 좋은 계절. 오롯한 마음으로 짝을 찾고 후손을 남기는 일은 역사적인 일이다. 잠자리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한결 바람결이 부드러워졌으니 서로 사랑을 속삭여보자. 홍채원 사진작가
희미한 호롱불로 지내던 어느 날 전기가 들어왔다. 30촉 백열등! 도시의 상징인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가뭇없이 사라졌지만 아직 내 작업실 한편에 남아 있다는 것! 불을 켜고 끄고 할 때의 아슬아슬함을 즐기며 아낀다. 불을 밝혀 주는 촉이 나갔는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소중한 내 유물 수준의 그것 30촉 백열등이다. 홍채원 사진작가
광복절 무궁화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다. 행사도 행사지만 온 나라가 시끄럽다. 무궁화 꽃은 이 뜨거운 여름 아름답게 피었건만…. 평화롭게 사는 나라를 희망하는 국민을 생각하길 바란다. 홍채원 사진작가
가만히 있기만 해도 덥다고 여기저기 아우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일에 손을 놓지 못하는 우리들의 어머니! 뿌리 깊고 넓은 사랑의 나무 같은 존재가 아닐는지. 그 사랑이 이 뜨거운 여름을 견뎌내는 힘이로구나. 홍채원 사진작가
“살면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맞이했는가!” 나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그런 순간이 기억 속에 있긴 한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조차 벅차기보다 키우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이 남는다. 내게 있어 가장 벅찬 순간은 지구본을 보며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꿈을 꾸고 실행할 때 가장 벅찬 순간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러분의 벅찬 순간은 언제인가요? 홍채원 사진작가
내 마음은 내가 가장 잘 안다. 길이 안 보이거나 답답할 때 훌쩍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은 최고의 마음 치유다. 나의 느낌을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고 핸들링하기 좋은 것은 역시 자연이다. 번잡하고 시끄러운 곳을 벗어나 혼자 즐기는 가장 좋은 피서법이다. 홍채원 사진작가
장마가 시작되면 논농사를 짓는 농부의 손길이 분주하다. 물꼬를 정비하고 논 물때기(중간 배수)를 하는 등 논에 물 빼기를 해줘야 비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랑과 고랑 사이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농사가 잘된 것 같은지 농부의 미소가 녹녹하다. 장맛비에 무사하기를 바라며 풍년을 기원해 본다. 홍채원 관장
우리의 삶 속에서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소중한 모습은 아름다운 자연 풍경일 것이다. 아침 눈을 떴을 때 창문으로 들어오는 눈 부신 햇살부터 도심 밤하늘의 별을 세는 일까지. 자세히 봐야 보인다고 했던가. 잘 보이지 않는 하늘의 별 하나, 하나를 쫓으며 자연에 대한 겸허함과 예의를 갖추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 것을 스스로에게 당부하는 시간이다. 홍채원 사진작가
폭염과 장마에 습도가 높다. 뽀송 뽀송해 보이는 눈을 보며 마음에 휴식을 주고 더위를 시각적으로 날려보자. 홍채원 사진작가
초록이 푸르다. 안 보이던 구름은 어디서 왔는지, 앙상하기만 했던 나무는 언제 저리 푸르르게 자랐는지. 자라지 않은 듯 우리는 모두 자라고 시간을 먹고사는 것이다. 홍채원 사진작가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외출 시 눈의 피로도가 심하다. 주위를 살피다 초록을 찾아 눈맞춤한다. 나이 탓도 있겠지만 한여름 먼 곳의 초록에 시선을 툭 던지는 건 보약과도 같다. 홍채원 사진작가
섬으로 가끔 여행하는 지인들과 두 번째로 같은 섬을 찾았다. 같이 산책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하하호호 즐겁다. 서로의 시간을 인정해 주며 같이, 따로의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더 좋은 여행이 되는 것 같다. 서로의 거리와 온도를 배려해 주는 여행은 한층 즐겁다. 홍채원 사진작가
며칠 전 섬으로 여행하던 중 흔들리고 굉장한 소음에도 불구하고 종이 질감을 느끼며 독서에 심취한 일행 한 명이 있었다. 평상시에 늘 책과 벗하는 것을 알기에 이상할 것도 없었다. 배 안의 손님 대다수가 핸드폰에 빠져 있을 때 그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사물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그것이 너무도 단순하고 친숙하기 때문에 우리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늘 눈앞에 있기 때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기본적으로 탐구해야 하는 것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법”이라고 말한 비튜겐스타인의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도심의 화단은 애처롭게 보이기도 하고 심으신 분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기도 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기도 하며 빠르게 소비하고 소멸하는 시대에 애써 더 눈길이 간다. 홍채원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