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선 싹쓸이... 인천 꽃게 ‘흉년’ 가격 급등 [현장, 그곳&]

“가을 꽃게 철인데 유례 없이 어획량이 적어 헛웃음만 나옵니다.” 지난 18일 오전 11시30분께 인천 소래포구. 꽃게 철을 맞아 소래공판장에는 꽃게 경매가 한창이었다. 더 싸고 좋은 꽃게를 구하려고 중매인들은 눈치 싸움을 시작했다. 하지만 꽃게를 내놓는 선주들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제철이지만 꽃게가 많지 않아서다. 선주 남모씨(58)는 “30년 가까이 꽃게를 잡았는데 이렇게 심각하게 안 잡힌 적은 처음”이라며 “지난해에는 1일 200㎏ 가량을 잡았는데 올핸 2일 동안 50㎏도 못 잡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인천 연안부두쪽으로 들어오는 꽃게잡이 선주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부 어민들은 어획량이 줄자 더 먼 바다로 나가고 있다. 기름 값이 꽃게 수익보다 더 많이 들지만 어쩔 수 없이 출항에 나서고 있다. 선주 예모씨(57)는 “외국인 선원들 임금이나 미끼 값, 기름 값 등을 생각하면 가을 꽃게 철에 최대한 많이 잡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걱정”이라며 “그렇다고 배를 묶어둘 수는 없으니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나간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꽃게 어획량이 급감해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인천수협 소래지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소래포구 일원에서 잡힌 꽃게는 195만㎏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2022년 280만㎏, 2023년 260만㎏과 비교하면 엄청난 감소 폭이다. 서해 연평어장 역시 꽃게 어획량이 급감했다. 연평어장의 지난 9월 꽃게 어획량은 15만2천500㎏로 나타났는데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31만3천292㎏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잡히는 꽃게 양이 감소하자 경매장 꽃게 가격도 올랐다. 암수컷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 경매장에서 꽃게 1㎏ 가격은 1만5천원에서 3만원으로 형성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0~40%가량 오른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어획량 감소는 해수 온도 상승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꽃게가 수온 상승으로 서식지가 분산됐고, 어획량은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중국 어선 증가도 꽃게 어획량 감소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해경에 따르면 서해 NLL 인근에 출몰한 중국어선은 7~8월 60여척에서 9월 초 기준 140여척으로 급증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황해 저층 냉수대가 서해안 깊게 유입되면서 꽃게가 한 부분으로 모이면서 어민들이 많이 잡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황해 저층 냉수대가 유입이 덜 됐고, 수온도 올라 꽃게가 좀 더 넓게 흩어지면서 어획량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날의 악몽 떠올라… 가슴 쓸어내린 인천 연평도 [현장, 그곳&]

“집에서 물건만 떨어져도 14년 전 포격 소리인 것 같아서 깜짝 놀라요. 심장이 두근거려요.” 16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옹진군 연평도의 안보교육관. 무너진 집의 벽과 지붕 파편 등이 지난 2010년 11월23일 연평도 포격전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잔뜩 녹이 슨 액화석유가스(LPG) 통이 오랜 시간이 지났음을 알려주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최근 북한이 8개 포병여단의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춘데 이어 접경지역 도로까지 폭파하는 등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주민 문성기씨(87)를 만났다. 그는 위급상황 시 언제든 대피할 수 있게 겉옷을 입고 잠을 잔 지 오래다. 바로 집을 떠날 수 있도록 식수와 담요, 신경안정제를 담은 비상 가방까지 꾸려 놨다. 14년 전 포격 당시 너무 놀라 아무 짐도 챙기지 못하고 뭍으로 겨우 몸을 피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연평도에 북한이 쏜 포탄이 날아오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그저 마음 편하게 살고 싶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영식씨(74)는 지난 1월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서해상 포격 등 도발을 한 뒤부터 10개월째 계속 밤잠을 설치고 있다. 최근 북한이 잇따라 도발 움직임을 보여 언제든 ‘제2의 연평도 포격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김씨는 “북한 때문에 무섭고 불안해도 어디 다른데 가서 살 수도 없고, 그냥 감내하고 살 뿐”이라며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14년 전 포격전을 겪은 인천 연평도의 주민들이 다시 불안에 떨고 있다. 옹진군 등에 따르면 옹진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난 1월부터 연평도 주민 400여명을 대상으로 심리 검사 등을 한 결과, 20%에 이르는 주민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고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가 지난해 200여명에 대한 검사에서는 40%의 고위험군이 나와 심리 상담 등 마음 돌봄 사업을 벌여 감소했지만, 여전히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14년 전 포격 사태를 직접 겪은 주민들은 아직도 일상생활에서 소음 등 작은 충격에도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등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남북관계 악화 등으로 인해 불안한 정세가 계속 이어지면, 자칫 일반 주민들까지도 트라우마가 커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연평도 주민들의 생계인 어업과 관광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어민들이 가을 꽃게철에 북방한계선(NLL) 가까이 가서 조업을 해야 하는데, 북한의 위협에 근처에 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틈에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연평도 어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어민은 “연평도의 어선 59척 중 40여척이 꽃게잡이 배일 정도로 생계와 밀접한데, 최근 NLL 근처에 못가다보니 어획량이 적다”며 “북한 도발로 만약 해병대 등에서 바다를 통제라도 하면 꼼짝없이 굶어 죽을 판”이라고 말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이나 숙박업소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 올해 초 북한 도발에 예년보다 연평도를 찾는 관광객이 반토막 나더니, 최근 북한의 국경 부근 포병부대의 완전사격준비태세를 갖췄다는 뉴스가 나온 뒤부터는 아예 발걸음이 끊어졌다. 이날 연평도행 여객선도 부대로 복귀하는 군인 몇몇만 탔을 뿐, 대부분의 좌석은 텅 비어 있다. 한 식당 주인은 “올해는 작년보다 관광객이 60~70% 줄었고, 마치 14년 전 포격전 다음해와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며 “생계를 꾸려가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연평면 관계자는 “군과 함께 북한 동향을 주시하며 최악 상황을 대비해 주민들의 안전 확보에 대비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애로사항 등을 듣고 지원책 등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영광스러워”…쉴 틈 없는 천광인쇄사 [현장, 그곳&]

“인쇄소에서 37년 일하면서 ‘특근’은 처음입니다. 한국인 노벨문학상 수상에 가슴이 벅찰 뿐 일하는 건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13일 오후 1시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의 ‘천광인쇄사’ 제1공장. 인쇄기를 비롯한 각종 기계가 막바지 인쇄 작업을 위해 ‘다다다다’ 굉음을 내며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주말도 반납한 채 인쇄소에 모인 20명의 직원 전원은 인쇄하는 라인부터 오자를 확인하는 라인, 제본하는 라인, 검수하는 라인 등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해내기 위해 분주했다. 화학 약품 냄새로 가득한 이곳 인쇄소는 지난 11일 출판사 ‘문학동네’의 증쇄 요청을 받아 한강의 최근 장편소설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인쇄하고 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직원들의 손길로 곳곳에는 인쇄된 ‘작별하지 않는다’ 묶음이 수북이 쌓여갔다. 이들을 보관하는 제2공장 창고엔 책들이 속속 채워지기 시작했다. 직원 한명훈씨(46)는 “내일 오전 6시30분에 수만권의 책이 나가야 해 모든 직원이 3일 연속 밤 12시까지 일을 하고 있다. 약 40년간 인쇄소에서 일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일을 하는 거니 힘들지도 않다. 출판사, 인쇄소가 불황이었는데 이번 기회로 책 읽는 문화가 확대되고, 업계도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넉넉한 웃음을 지었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출판업계와 인쇄업계 등 관련 업계도 모처럼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 이날 출판사 문학동네와 창비에 따르면 ‘작별하지 않는다’는 총 15만부, ‘흰’은 총 6만부 증쇄한다. 또 ‘채식주의자’는 총 10만부, ‘소년이 온다’ 역시 총 10만부를 증쇄해 14일부터 각 서점에 배포될 예정이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출판업계의 불황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곱씹어 읽는 등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워라, 마셔라… 인천 경인아라뱃길 ‘불법 캠핑족’ 몸살 [현장, 그곳&]

“매일 밤 텐트를 치고 술판을 벌여요. 산책 왔다가 불쾌감만 얻습니다.” 11일 오후 7시께 인천 계양구 경인아라뱃길. 산책로 옆 풀밭에 텐트를 비롯해 접이식 의자와 테이블 등이 줄지어 있었다. 곳곳에선 구운 고기 냄새가 풀풀 나고, 캠핑족들은 연신 소주·맥주를 들이마시며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산책로 곳곳엔 캠핑·야영이 불법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연이어 텐트가 들어섰다. 산책하던 주민 안재범씨(29)는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는 항상 캠핑족이 많다. 산책하다 소음과 음식 냄새 때문에 절로 인상이 쓰인다”며 “최근 날씨가 시원해지면서 캠핑족이 늘었고, 특히 공휴일이나 주말에는 텐트가 더 많다”고 토로했다. 12일 오전 8시께 다시 찾은 경인아라뱃길 공중화장실 주변엔 밤새 캠핑족들이 버린 폐기물(쓰레기)이 쌓여 있었다. 소주병을 비롯해 먹다 만 음식물이 그대로 한 봉투에 섞여 버려져 악취가 진동했고 공중화장실 안 변기는 캠핑족이 버린 음식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공원 청소부 A씨(70)는 “캠핑족들이 매일 분리수거 없이 쓰레기를 이곳에 막 버리는데 치우기 너무 힘들다”며 “수시로 변기가 막혀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인천 계양구 경인아라뱃길 산책로에서 불법 캠핑·야영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야영은 일대 오염을 비롯해 화재 위험도 있어 지자체의 관리·감독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인천시와 구 등에 따르면 시는 경인아라뱃길(아라천) 청운교~계양대교 24㎞ 구간을 야영·취사 금지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캠핑족들은 대부분 밤에 일시적으로 텐트를 친 뒤, 다음날 아침 일찍 철수하는 방식으로 지자체의 단속을 피하고 있다. 한 캠핑족은 “공무원이 단속 나오면 잠시 치우거나,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귀띔했다. 더욱이 시와 구의 경고 및 철거를 유도하는 형태의 계도 위주 단속은 이 같은 캠핑족이 좀처럼 줄지 않게 하고 있다. 이곳에서 야영 또는 취사를 하면 하천법에 의해 300만원 이하의 지자체가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지만, 민원 등을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권전오 인천연구원 경제환경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강변을 바라보며 캠핑을 즐기고 싶은 시민들의 욕구로 불법 캠핑·야영이 성행한다”며 “지자체의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 캠핑 수요가 많은 만큼 인근에 캠핑장을 추가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낮과 밤 가리지 않고 불법 야영을 단속하지만, 경인아라뱃길 구역이 너무 넓다 보니 감당하기 어렵다”며 “더 철저한 관리·감독과 홍보 활동을 펼치겠다”고 해명했다.

바닥 쩍쩍·공사 자재 수북… 인천 부영공원 ‘위험천만’ [현장, 그곳&]

“바닥이 갈라지고, 공사 자재도 지저분하게 쌓여 있지만 몇 년째 이 상태 그대로입니다.” 9일 오전 9시께 인천 부평구 산곡동 부영(신촌)공원. 산책로에 들어서자 주변에 벽돌과 각목 등 자재가 쌓여 있었다. 산책로 바닥은 아스팔트 포장이 갈라져 있거나 바닥이 움푹 패여 있었다. 또 보도블럭이 깨져 떨어져 나온 돌들이 산책하는 시민들의 발에 차이기도 했다. 일부 보도블럭이 깨진 곳에 야자수 매트가 덮어져 있었지만, 이 매트마저도 시민들의 발길에 닳아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권석창씨(90)는 “집 근처에서 유일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지만, 산책로 상태가 좋지 않아 튀어나온 돌에 걸려 넘어질 뻔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공원 한편엔 버려진 천막 등이 어질러져 있었고 일부 무너진 담벼락도 출입통제 없이 방치된 상태였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은 “여기가 공원인지 야산인지 모를 정도”라며 “7세 아이가 뛰다가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무릎이 피투성이가 됐는데, 아직도 그 돌부리는 그대로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부영공원 내에 파손된 시설물들과 무단투기 된 폐기물들이 방치되고 있어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구는 오는 2030년까지 개발이 이뤄진다는 명분을 내세워 현재 공원의 관리·감독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구에 따르면 부영공원은 지난 2000년대 초 옛 부평 미군기지(캠프마켓) 부지 중 11만㎡(3만3천평)의 개방이 이뤄지면서 인근 주민들을 위해 조성한 공원이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공원 곳곳에 설치된 보도블럭 등 시설이 노후화되며 대대적인 정비를 요구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데도 구는 인천시가 오는 2030년을 목표로 미군기지 일대 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이유로 전체적인 정비가 아닌, 일부 파손 부분에 대해서만 보수에 나서는 등 소극적인 땜질 처방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유정옥 부평구의회 부의장(국민의힘·다선거구)은 “몇년 뒤에 있을 개발을 핑계로 당장 주민들이 다치고 안전을 위협받는데, 이에 대한 조치조차 하지 않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주민들이 안전하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당장 보수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부영공원을 포함한 일대 공원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긴 하지만, 아직 오래 남은 만큼 구가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며 “정비 부실 이유를 (시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현재 주민들의 민원이 나올 때마다 현장에 나가 임시 조치 등을 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공원 이용에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해명했다.

녹슬고, 깨지고… 인도 위 지뢰 ‘볼라드’ 흉물 방치 [현장, 그곳&]

“녹슬고 찌그러진 게 한두개가 아닌데, 방치만 수개월째입니다.” 8일 오전 10시께 화성시 진안동 중심상가 사거리 횡단보도. 차량 진입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3개의 볼라드(차량 방지용 말뚝)가 설치돼 있었지만, 우레탄 재질의 덮개는 벗겨져 있었고 내·외부 역시 심하게 훼손된 채 방치돼 있었다. 보행자 신호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뻥 뚫린 볼라드 내부에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수원시 송죽동 만석공원 인근의 한 횡단보도 상황도 마찬가지. 대기 선을 따라 설치된 볼라드는 심하게 찌그러졌거나 부식돼 사고 발생 시 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주민 이모씨(48·여)는 “녹슬고 찢기고 찌그러진 저 상태를 몇개월 동안 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 내 횡단보도에 설치된 볼라드가 파손된 채 장기간 방치, 보행자 안전은 물론 도시 미관까지 저해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안전신문고 통계에 따르면 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도로, 시설물 파손 및 고장’ 민원 신고 건수는 2021년 7만8천480건에서 2022년 9만664건, 지난해 10만4천971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볼라드 역시 인도와 도로 간 경계에 자동차 진입을 막고자 설치된, 도로교통법이 규정한 ‘안전 시설물’인 만큼, 해당 건수에는 볼라드 관련 신고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일선 시·군들은 정확한 볼라드 설치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관리 인력과 예산도 한정된 탓에 ‘선(先) 민원 후(後) 보수’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수도 지연되고 결국 지역 곳곳에 제 기능을 잃고 도심 흉물로 자리 잡는 볼라드가 만연하게 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매년 도시 정비 기본 계획을 수립해 순차적으로 (훼손된 볼라드를) 정비하고 있지만, 전수 조치에는 한계가 있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바로 즉각 조치하고 훼손 방지를 위해 주변 순찰을 강화하는 등 주민 불편 최소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로교통법은 볼라드를 임의로 철거, 손괴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국어 가득한 거리… 부끄러운 ‘한글날’ [현장, 그곳&]

“외국어로 표기한다고 더 멋있거나 음식이 더 맛나는 것도 아닌데…. 외국어 간판이 넘쳐나 씁쓸하네요.” 8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로데오거리.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답게 수많은 간판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지만, 온통 영어나 일본어 등 외국어로만 표기한 간판들로 가득하다. 한글을 일본어처럼 꾸며 표기한 곳도 눈에 띈다. 이곳에서 만난 김순아씨(55)는 “커피 같은 영어 정도야 문제 없겠지만 요새 갑자기 일본어나 불어(프랑스어)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 안을 들여다 보지 않으면 뭘 파는 가게인지도 알기 어렵다”고 했다. 같은 시각 부평구 부평문화의거리와 부평지하도상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문화의거리에는 한글 간판보다 외국어 간판들을 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부평지하도상가에는 인접한 가게 4곳이 모두 영어로만 적은 간판을 내걸어 외국 거리를 방불케 한다. 송창현씨(71)는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외국어만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해했다. 제578돌 한글날을 앞두고 인천 시내 곳곳에서 한글이 전혀 없는 외국어 간판이 넘쳐나고 있다. 인천시와 군·구 등에 따르면 2022~2023년 인천에서 한글을 같이 쓰지 않은 외국어 간판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전혀 없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외국어를 병기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군·구가 외국어 간판을 단속하려면 간판 면적이 5㎡ 이상의 큰 간판에 외국어만 적혀 있어야 한다. 또 브랜드명이 외국어이면 이를 특별한 사유로 분류, 아예 한글이 없어도 문제가 없다. 여기에 1~3층의 상가 간판은 아예 이 같은 한글 병기 규정에서 벗어난다. 게다가 매장 벽면 전체를 간판처럼 보이게 만들고 글씨를 쓸 경우, 글씨만 ‘간판 면적’에 포함돼 한글 병기 의무를 피한다. 특히 경기도 수원시 등 일부 지자체는 외국어 간판을 한글 간판으로 교체하면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인천은 이 같은 지원도 없다. 서현정 세종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은 “간판 등 광고물도 모든 사람이 읽고 이해를 해야 하는 공공 언어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글 사용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지자체나 민간단체에서 한글 간판을 권장하는 캠페인 등은 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 구 관계자는 “따로 한글·외국어 병기 여부를 모두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외국어로만 표기한 간판이라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법 개정이 우선 필요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내 집, 가게 앞 주차 하지마”…도 넘은 불법적치물 극성 [현장, 그곳&]

“도로를 사적 공간으로 이용해도 되는 건가요?” 지난 4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분당구의 한 주택 밀집단지. 부동산, 개인 카페 등이 입점해 있는 상가형 빌라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 이곳엔 볼일을 보기 위해 찾은 차량과 거주자들의 차량이 뒤섞여 주차난이 심각한 상태였다. 차량 한 대 정도만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놓고 양쪽엔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지만, 일부 상가 앞 이면도로엔 주차 금지 안내판, 페인트 통 등을 세워 놓은 채 다른 차량의 주차를 막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같은 날 수원시 영통구의 한 주택가도 마찬가지. 골목 곳곳에는 자신의 집 앞 이면도로를 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공사장에서 쓰이는 안전 표지판을 두거나 임의로 치우지 못하도록 쇠사슬에 묶어 놓은 적치물도 볼 수 있었다. 이곳을 지나던 주민 김창윤씨(가명·54)씨는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고 도로 일부를 개인용으로 쓰는 게 맞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 내 이면도로 곳곳에 불법 노상 적치물을 설치하는 행태가 만연하고 있어 보행자 및 차량 통행에 방해 되고 있다. 더욱이 불법 적치물로 안전사고 우려도 나오고 있어 지자체 및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단속 대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도로법 제75조(도로에 관한 금지 행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에 대하여 토석·입목·죽(竹) 등 장애물을 쌓아놓는 행위’ 또는 ‘그밖에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고 물건 등을 도로에 일시 적치한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각 지자체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 적치물은 단속의 눈을 피해 도로에 만연하는 실정이다. 한정적인 단속 인력이 곳곳의 불법 적치물을 일일이 적발하기 쉽지 않은 데다, 계도 조치를 해도 잠깐 불법 적치물을 치운 뒤 다시 내놓는 행태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원 내 한 구 단위 지역 불법 적치물 관련 단속 건수를 살펴보면 2022년 2천477건, 2023년 2천183건 등 매년 2천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는 1~6월 928건의 단속이 실시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행정구역마다 평균 4~5명의 인원이 단속하고 있는데, 매우 벅찬 상황”이라며 “강제 철거를 시행해도 다시 원상 복구돼 민원이 이어지고 있어 시민 불편 최소화 방안을 계속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사고 부르는 ‘무개념’ 무단횡단… 운전자만 ‘노심초사’ [현장, 그곳&]

3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영화동의 한 시장. 보행자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왔지만 노인들은 시장을 가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또한 청소년들도 보행자 신호를 무시한 채 차 사이로 아찔하게 차도를 건너고 있었다. 운전자들은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 보고 멈칫하거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안양시 만안구의 한 도로에서도 무단횡단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차량 신호등에 초록 불이 켜진 후 버스가 출발하려고 하자 보행자 한 명이 차도로 뛰어드는 위험천만한 모습도 목격됐다. 이를 지켜보던 운전자 김슬하씨(35)는 “무단횡단을 해서 사고가 나면 보행자 뿐만 아니라 운전자도 위험하다”며 “아무렇지 않게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보행자들이 무단횡단을 일삼아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무단횡단의 경우 유·무죄를 떠나 운전자에게 사고로 인한 죄책감을 심어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국 기준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포함한 보행자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4만6천682건, 2020년 3만6천601건, 2021년 3만5천665건, 2022년 3만7천611건, 2023년 3만7천324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00건 이상 보행자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보행자가 신호를 어기고 무단횡단을 할 경우 2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육교가 설치된 곳 바로 아래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에는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에도 무단횡단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현장 적발로 인한 범칙금 부과만 가능한 탓에 무단횡단에 대한 제재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특히 고령자 분들은 지내오셨던 환경 자체에서 차보다는 사람이 우선이었던 환경이 많았기에 무단횡단을 해도 된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며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갖도록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무단횡단의 경우 폐쇄회로(CC)TV로도 확인이 불가능해 현장 적발로만 범칙금 부과가 가능하다”며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 자주 현장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 '태부족'…도내 4개 시·군 [현장, 그곳&]

2일 오전 9시께 남양주 화도읍 행정복지센터 주차장. 이곳의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은 구석진 곳에 한 구역만 마련돼 있었다. 이마저도 다른 곳에 비해 차량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다.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임을 알리는 바닥 표식은 바래 있었고 행정복지센터 차량이 주차돼 있어 국가유공자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하남시 덕풍동의 하남문화재단의 있는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약 30개 되는 주차면적 중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은 단 두 곳 뿐이었다. 이곳을 지나가던 양동철(40대)씨는 “국가유공자 주차장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고 들어본 적도 없다”며 “국가유공자 예우 목적이 맞냐"고 되물었다. 경기도내 국가유공자를 위한 우선주차구역이 턱 없이 부족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유공자들의 헌신을 존중하고 예우하는 보훈 문화를 확산하자는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국가보훈부는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표준 조례(안)’을 마련하고 전국 지자체에 조례 제정을 권고했다. 조례안에 따라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은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참전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 ▲5·18 민주유공자 ▲고엽제후유(의)증 환자 ▲보훈보상대상자가 이용 가능하다. 하지만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 설치에 대한 조례안이 ‘권고’에 그쳐 국가유공자에 비해 우선주차구역이 태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8월 기준 도내 국가유공자 수는 19만7천810명인 반면,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이 설치된 곳은 남양주, 하남, 안성, 성남 등 4개 시·군뿐이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차장을 이용하는 다수가 특정 구역으로 지정되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 있어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매달 발행되는 소식지 등을 통한 홍보물 제작을 활용해 인식변화 및 취지에 맞는 예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국가유공자 우선주차에 대한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일부 시·군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의무 사항은 아니기에 강제할 수는 없고 주차면적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버젓이 금연구역에서 흡연…금연벨 "있으나마나" [현장, 그곳&]

“누르는 사람도 없고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데 왜 설치했는지 모르겠어요” 30일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한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 이곳 정류장 기둥에는 금연 구역이라는 안내문과 함께 금연벨이 설치돼 있었지만 정류장 인근에는 흡연자들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가 곳곳에서 보였다. 취재진이 금연벨 버튼을 눌러봤지만 파손된 채 작동조차 되지 않아 무용지물인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또 다른 정류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은 시민 유동이 많은 구간으로 금연벨이 설치됐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인근 주민 A씨는 “한번도 누가 누르는 걸 보지 못했고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상황에 무용지물”이라고 꼬집었다. 경기지역 각 시·군 금연 구역에 설치되고 있는 금연벨이 설치 목적과는 다르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홍보 부족에 따른 이용률 저조와 관리부실 상태로 곳곳에 방치돼 있어 금연벨에 대한 효과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내 일선 시·군에 따르면 금연벨은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는 흡연자를 목격한 비흡연자가 누르면 20m 안팎에 설치돼 있는 스피커를 통해 과태료 부과 구역에서의 흡연 중지를 요청하는 안내 방송이 나오는 장치다. 2014년 시흥시가 도내 최초로 시범 운영을 시작한 이후 각 시·군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고양특례시, 성남시, 광주시가 최근 도입하는 등 설치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개당 80만~1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금연벨이 10년여에 걸쳐 설치됐음에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예산 낭비 지적이 이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한 지자체 보건소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벌여 금연벨에 대해 홍보할 예정”이라며 “이용률을 늘리기 위해 올해부터 설치하는 금연벨은 앱을 통해 쉽고 편리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 소래포구 도로 위… ‘불법’ 차려놓고 배짱 영업 [현장, 그곳&]

“불법 건축물에 전기나 가스, 물까지 끌어다 쓰는데, 왜 제재가 없는지…화재나 감전사고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네요.” 27일 오전 11시10분께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인천수협소래공판장 인근. 4~5개 점포 상인들이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데 여념이 없었다. 물이 가득 든 고무 대야에는 꽃게나 전어 등 해산물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냉장고와 선풍기 등 전기가 필요한 시설들도 문제 없이 작동 중이었다.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일반 가게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도로이자 시유지로 전기와 물이 들어오는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모두 불법인 셈이다. 이들은 쇠파이프를 골조 삼아 샌드위치 패널로 지붕 등 불법건축물을 지은 뒤, 빨간색 천막까지 두르고 버젓이 도로 위에서 불법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 인근 상인 A씨(62)는 “지난해 말부터 계속 신고를 했는데도 여전히 영업 중”이라며 “불법건축물이라고 들었는데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안전사고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인천 대표적인 관광지인 소래포구 일대 도로‧인도 등에 불법 건물 영업이 난립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남동구청에서 물건 적치·가건물용으로 도로 등에 대한 점용허가를 받기는 했지만 이제는 전기는 물론, 가스, 수도까지 끌어다 쓰며 사실상 상가 건물처럼 영업을 하고 있다. 구가 허가해 준 가건물은 언제든지 치울 수 있는 좌판 등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들이 갖춰놓은 시설은 전기, 가스가 들어오는 사실상 ‘영구시설물’인 셈이다.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 운영기준 7조(영구시설물의 축조)에 따라 공유재산에는 지자체 허가 없이 전기나 가스가 들어오는 영구시설물을 건설할 수 없다. 특히 이 시설들은 불법건축물이라 소방설비를 갖추지도 않은 데다 정기 소방점검 등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이에 인근 상인들은 안전사고가 일어날지 몰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허가 받지 않은 시설에서 전기와 물, 가스까지 끌어다 써 사고가 나면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래포구는 특성상 바닥에 물이 많은데 누전 사고가 생겨 관광객들이 전기가 흐르는 물을 밟아 사고가 나거나 지난 2017년처럼 큰 불이 났을 경우 책임 소재를 가리거나 피해를 막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곳 상인들은 구청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곳에서 영업 중인 상인 B씨는 “구에서 허가를 받고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최근 현장을 확인해 그 건물들이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과 건축법을 위반한 사항들을 확인했다”며 “현재 원상복구 명령 등을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민원인 불편 나몰라라… 인천 공무원 ‘교차 주차’ 꼼수 [현장, 그곳&]

“오늘 출장이 있는데 교육청 차량2부제에 걸려서 시청에 주차한 겁니다. 오히려 시청 공무원들이 교육청에 더 많이 주차해요.” 23일 오전 7시50분께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민원실 앞. 50대 남성이 익숙한 듯 주차를 하고 교육청과 이어진 쪽문으로 걸어나간다. 이 남성은 인천시교육청 직원으로, 차량운행제한(2부제)에 걸려 교육청에 주차하지 못하게 되자 시청에 주차했다. 시는 만성적인 주차난에 민원실 앞쪽을 ‘민원인 전용 주차장’으로 정하고 직원들 주차를 금지하고 있는데, 오히려 교육청 직원들이 민원인 전용 주차장을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10분 전인 오전 7시40분께, 교육청 주차장에 주차한 30대 남성이 쪽문을 통해 시청으로 향했다. 그는 시청 공무원으로, 시가 주차난이 심각해지자 교육청 주차장을 이용하는 ‘꼼수’를 쓴 것. 해당 시청 직원은 “시청에 차를 가져갈 수 없어 교육청에 주차했는데, 문제가 되면 차를 빼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40분~8시30분 이 같은 방식으로 시청과 교육청에 각각 주차한 뒤 쪽문을 오간 공무원들은 20여명에 이른다. 시청 민원실 앞 주차장은 오전 8시40분께 가득 찼다. 인천시와 시교육청이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이고, 만성적인 주차난 해소를 위해 공무원들 차량 운행을 통제하는 차량운행제한 조치가 직원들의 ‘교차 주차 꼼수’로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이날 시와 시교육청에 따르면 시는 총 233면, 시교육청은 230면의 주차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시는 지난 2019년 초반까지 본관 앞(현 애뜰광장)을 주차장으로 사용해 약 750면의 주차공간을 보유했다. 그러나 시가 본관 앞을 광장으로 꾸미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운동장 부지에 ‘인천애뜰 공영주차장 설치공사’를 시작하면서 인천시청 안 주차장은 총 233면으로 줄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기는 시교육청도 마찬가지다. 주차 공간은 230면인데 반해 공무원들 차량 등록은 600여대 수준이다. 2부제를 도입했지만 각종 행사에 따른 방문객과 민원인들로 만성 주차난을 겪는다. 인천시청 민원실 앞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시청과 교육청 직원들이 바꿔서 주차하면 공공기관 차량운행제한이 무슨 소용인가”라며 “공무원들 꼼수 주차로 민원인들 불편만 가중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인천애뜰 주차장 공사로 이미 부족했던 주차 공간이 더욱 열악해졌다”며 “민원실 앞에 교육청 직원들이 주차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가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도 “민원실 앞이 교육청과 가깝다 보니 일부 직원들이 주차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라며 “현재로서는 각 기관에 직원들의 주차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답했다.

백신도 뚫은 ‘럼피스킨병’...여주 한우농장 발병 ‘비상’ [현장, 그곳&]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닌지 우려됩니다.” 19일 오전 11시께 여주시 점동면 A한우농장 앞. 이곳에서 만난 농민 B씨(56)는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 손사래를 쳤다. 농장 인근은 평소의 고요함 대신 긴장감이 감돌았으며 여주시 초동방역팀 직원들이 역학조사와 함께 외부인, 가축, 차량 등의 농장 출입을 통제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 오후 A한우농장에서 럼피스킨병이 발생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 농장은 한우 116마리를 사육 중으로 이 중 다섯 마리가 럼피스킨병 양성판정을 받았다. 즉시 살처분 명령이 내려졌고 주변 농장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가 발효됐다.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한우농장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한우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이번에 질병이 발생하면서 백신 효능이나 방역망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농장 주변 500m 이내에는 한우농장 세 곳에서 233마리가 사육 중이고 반경 5㎞ 이내에는 한우농장 56곳에서 4천641마리가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망이 뚫린 게 아니냐는 농민들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B씨는 “할 수 있는 건 다 실행했다. 백신도 맞히고 열심히 소독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30년 넘게 한우를 키워 왔지만 럼피스킨병 같은 상황은 처음 겪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럼피스킨병은 주로 모기, 파리 등 매개 곤충에 의해 전파된다. 아무리 철저하게 방역하더라도 농장 주변의 매개 곤충 통제는 쉽지 않다. 방역팀 관계자는 “소독과 백신 접종 외에도 매개 곤충 방제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럼피스킨병 발생 전에도 여주와 인접한 이천에서 지난달 31일, 그리고 강원 양구에서 이달 10일 같은 질병이 확인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주시와 방역당국 등은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농민들 사이에서는 방역망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주시는 전날 오후 8시께 다섯 마리의 한우가 양성 반응을 보인 후 5㎞ 이내 축산농가 59곳에 이동제한 명령을 내렸다. 또 역학조사를 진행해 감염된 한우는 모두 살처분할 계획이다. 방역당국은 농장뿐만 아니라 이동제한 대상인 차량 및 축산 관련 시설에도 집중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인근 양평과 원주 등지에도 위기경보가 상향 조정됐고 긴급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이다. 여주는 물론이고 이천, 광주, 충주, 음성 등지도 위기경보 심각단계에 돌입해 축산 시설과 관련 종사자들에게 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여주시 관계자는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농장 내 위생 관리와 출입 차량 소독, 매개 곤충 방제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줄 것을 당부한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갈등은 연기를 타고... 무늬만 ‘금연 아파트’ [현장, 그곳&]

“무늬만 ‘금연 아파트’지, 흡연자 대부분이 단지 안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데 별 수가 없어요.” 17일 오전 9시 인천 부평구 산곡동 한 아파트.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금연 아파트’라는 현판이 붙었지만 담배 피는 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담배꽁초가 가득 찬 재떨이가 놓여 있다. 놀이터와 멀지 않은 곳에서도 흡연은 이어진다. 주민 이모씨(38)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건강도 생각해야 하는데, 담배 냄새가 집 안으로 들어와 창문을 열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계양구 효성동 한 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 역시 ‘금연 아파트’지만 현관 인근 구석에 담배꽁초 여러개가 떨어져 있다. 일부 주민들의 단지 안 흡연으로 1층 현관에서도 담배 냄새가 진하게 난다. 인천 금연 아파트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금연 아파트는 가구 과반이 아파트의 일부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신청해 지자체가 금연 구역으로 정한 아파트다. 지자체는 금연 아파트 금연 구역에서의 흡연을 단속할 수 있다. 지난달 기준 인천지역 금연 아파트는 서구 84곳, 연수구 48곳, 남동구 32곳, 미추홀구 24곳, 부평구 22곳, 중구 16곳, 계양구 8곳, 동구 1곳 등 모두 235곳이다. 그러나 금연 아파트에서도 흡연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등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금연 아파트 금연 구역이 지하주차장과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지상주차장을 비롯한 실외 공간은 금연 구역에서 대상에서 빠진다. 더욱이 일부 군·구는 금연지도원 인원 부족 등을 이유로 금연 아파트 안 금연 구역에서의 흡연도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 지도원이 4명인 계양구는 지난해 금연 구역에서의 흡연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가 6건에 그치는 반면, 지도원이 12명인 연수구는 159건이다. 김규성 인천금연지원센터장은 “담배 연기는 주민들에게 불쾌감을 줄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매우 해롭다”며 “금연 아파트 취지에 맞게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아파트 단지 전체 구역이 금연 구역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시 관계자는 “금연 아파트의 금연 구역을 복도·계단·엘리베이터·지하주차장으로 제한하지 말고 확대하자는 취지에 동의한다”며 “보건복지부에 이와 관련한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고향에 더 빨리가려다 ‘덜미’...교통 특별단속 55건 적발 [현장, 그곳&]

“버스전용차로 달려서 벌점 30점에 범칙금 6만원 부과됩니다.” 14일 오전 11시21분께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에 들어서자마자 교통법규 위반 차량이 적발됐다.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스타렉스 차량을 향해 배민직 경장은 경광봉을 들고 우측으로 차량 정차를 유도했다. 운전자 A씨(60)는 “마포에서 경주 산소로 가던 중이었다”며 “버스전용차로인 걸 알았지만 빨리 가기 위해 계속 지정차로를 달렸다”고 해명했다. 해당 운전자에게는 도로교통법 제61조 2항 위반으로 범칙금 6만원 및 벌점 30점이 부과됐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수원신갈IC 부근에서 버스전용차로를 내달리는 카니발 한 대가 윤상열 경위의 눈에 포착됐다. 윤 경위는 경고등을 울렸고 배 경장은 “우측으로 정차해라”라고 운전자에게 지시했다. 승합차 운전자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범칙금 7만원, 벌점 30점이 부과됐다. 이날 경기일보 취재진이 탑승한 차량은 암행차량으로 겉보기에는 일반차와 똑같아 쉽게 알아 차릴 수 없지만, 차량 앞과 뒤에 경광등이 설치돼 있었고 뒤쪽에도 ‘경찰 암행’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올해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암행순찰차 등에 ‘암행 단속 중’을 표기해야 한다. 이에 대해 암행3팀 배민직 경장은 “이전까지는 일반 차량과 다를 바 없어 단속 적발이 쉬웠으나 올해부터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게 되면서 단속을 적발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추석 명절을 맞아 교통법규 위반 단속 및 음주 단속에 나섰다. 이날 적발건수는 55건에 달했다. 이번 특별 단속은 오전 9시30분부터 11시30분까지 2시간 가량 진행됐다. 교통·지역 경찰 및 기동대 177명, 순찰차·싸이카 등 98대 동원된 음주단속 실시 결과 29건(면허정지 24건, 면허취소 5건)이 적발됐다. 이와 함께 항공대·고순대 47명, 헬기 2대, 암행순찰차 3대, 순찰차 15대로 경부선과 영동선 등 고속도로에서 교통법규 위반 단속을 실시, 26건(전용차로 13건, 끼어들기 6건, 진로변경 6건, 지정차로 1건)의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추석 연휴 기간에는 가족 단위의 이동량이 증가하는 만큼 안전한 귀성·귀경길이 될 수 있도록 전 좌석 안전띠를 착용하고, 장거리 운전 시에는 졸음쉼터나 휴게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며 “특히 성묘 전·후 음복 등 한 잔의 술이라도 마신 경우에는 절대 운전대를 잡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파주 수해복구 하세월… 불안한 안보 [현장, 그곳&]

“수해응급복구공사가 늦어져 제방 침식 가속화 및 철책선 등 군부대 시설 추가 망실이 우려됩니다.” 13일 오전 9시30분께 공릉천 공릉지구인 파주시 문발읍 자유로 주변 문발제(문발 IC~삼남습지) 응급복구현장. 이곳에서 만난 공사 관계자는 “현재 2개월 가까이 진행된 응급복구공사 진척률이 10%대 머물고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파주시 문발읍 지유로 주변 문발제 군부대시설 호우피해 응급복구공사가 토사 확보가 여의치 않는 등의 이유로 늦어지면서 백중사리 관련 침식현상과 안보공백 등이 우려되고 있다.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곳은 지난 7~8월 파주지역에 내린 극한 집중호우와 팔당댐 방류영향 등으로 자유로 옆 삼남 습지 600m가 유실됐고 호우피해로 전방 군부대 철책선이 약 200m 구간에서 넘어지는 피해를 입어 현재 응급복구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공릉천을 관리하는 한강유역환경경청과 군 당국 등이 응급조치에 나서 군부대 철책선이 더 이상 넘어지지 않도록 와이어로 임시고정하고 군부대 철책 순찰로는 콘크리트 포장과 전기·통신케이블 분리 등을 지난 7월 말 조치했다. 현장 주변의 자유로 하행선 1~2차선도 통제해 이곳을 통과하는 차량들의 불편도 가속화되고 있다. 당초 공사 완료 시점은 지난달 말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완료할 예정이었던 전체 응급복구공사는 9~10월 태풍 예고가 우려되는데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실된 자유로 옆 삼남 습지를 메꾸기 위해선 양질의 토사가 필요하지만 주변에서 토취장 확보가 어려워 서울 등지에서 하루 2천t씩 수송해 오고 있는데 이 마저도 확보가 여의치 않아서다. 군부대 철책선 넘어짐을 추가로 막기 위해 철판인 시트 파일도 시공해야 하지만 새롭게 도입된 까다로운 감리제도로 시공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어 응급복구공사 완료를 더디게 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현재 침식이 진행 중인 제방 제외지 사면에 방수포 및 마대 등으로 응급 보수보강해 추가 침식은 방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본격적인 공사 부진으로 문발제는 백중 사리 등으로 침식현상(쇄굴)이 가속화 돼 제방 붕괴로 자유로 위협은 물론 전방 군부대 시설물 철책과 광망 등의 추가 망실 등으로 안보 공백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감리업체 관계자는 “보강 공법에 대한 적정성 검토 등이 시간이 걸리고 있으나 공사 차질을 빚을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공사 독려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강유역환경관리청 관계자는 “피해 입은 문발제 제방침식 복구는 군당국과 함께 응급조치,응급복구, 항구복구 순으로 진행된다”며 “신속히 공사를 마무리해 안보공백 우려를 불식하겠다”고 말했다.

‘실수’가 부른 나비효과… 꼬리명주나비 명줄 끊었다 [현장, 그곳&]

“꼬리명주나비 애벌레의 유일한 먹이식물을 예산 들여 심어놓고, 전부 없애버리면 어떡합니까.” 11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수원천. 지동교와 화성 남수문 사이 축대 밑은 ‘꼬리명주나비 서식지’로 애벌레 먹이인 쥐방울덩굴이 심어져 있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일보 취재진이 서식지를 확인해 보니, 축대를 타고 담을 뒤덮고 있어야 할 쥐방울덩굴이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남아있는 쥐방울덩굴의 이파리는 바짝 말라붙어 있었고 줄기마저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서식지에 있는 풀도 모두 뽑혀있어, 나비의 천적을 피할 곳마저 사라진 상황이었다. 수원천 일대 제초 작업이 멸종우려보호종인 꼬리명주나비 서식지를 파괴하며 멸종 위기를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11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7년 국립생물자원관과 ‘야생생물 보존과 활용을 위한 협력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수원천 일대에서 꼬리명주나비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하천 정비사업으로 꼬리명주나비 애벌레의 유일한 먹이식물인 쥐방울덩굴이 사라지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 멸종이 우려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시는 예산 1천300만원을 들여 2018년에 500본의 쥐방울덩굴을 식재했고, 2019년에는 200본의 쥐방울덩굴과 털부처꽃, 꿀풀 등 자생종 50여본을 심었다. 복원사업이 시작된 지 3년 만인 지난 2020년, 처음으로 수원천에서 꼬리명주나비 5개체 이상을 확인한 후 매년 개체 수 증대 성과를 거둬왔다. 하지만 최근 시가 꼬리명주나비 서식지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초 작업을 진행하면서 꼬리명주나비 애벌레들이 밟혀 죽거나 천적들에게 공격받고 있는 실정이다. 홍은화 수원환경운동센터장은 “예산을 들여 서식지를 조성해 놓고, 도리어 시가 서식지를 훼손한 꼴”이라며 “생물다양성 및 서식처 보전은 기후위기대응 정책의 가장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제초작업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전달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다”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서식지 주변에 울타리 설치를 추가로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달릴수록 적자 ‘눈덩이’⋯ 위기의 경기도 마을버스 [현장, 그곳&]

“입에 풀칠만 겨우 하고 있습니다. 그만둔다고 하는 기사들도 늘었어요.” 9일 오전 10시30분께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마을버스 차고지. 마을버스가 운행될 시간이 한참인데 버스가 하나둘씩 들어오며 차고지가 금세 가득 찼다. 운전기사가 부족해 통학 시간에만 겨우 운행하고 있어서다. 이곳을 관리하는 A씨는 운전기사가 없어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14시간(휴게시간 제외)을 운행한 날도 빈번하다. 같은 날 화성시 안녕북길에 있는 마을버스 차고지도 마찬가지. 이곳에는 23대의 버스가 있지만, 10대는 운행을 하지 않는 상태다. 지난 7월 지자체 보조금이 끊기면서 적자 운행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것. 마을버스 업체 대표 조옥씨(47)는 “운영하면 할수록 마이너스라서 노선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민원이 들어와도 지자체는 수수방관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버스 노조와 사측의 최종 임금 협상이 타결되면서 지난 4일 예정됐던 경기도 시내버스 총파업이 철회된 가운데 마을버스 업계도 열악한 임금구조와 근무 여건으로 인력난이 심화, ‘멈출 위기’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9일 경기도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도내 마을버스 차량 2천902대 중 648대(22%)가 운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차량 대수 대비 운전기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대비 지난해 마을버스는 266대가 늘어난 반면 운전기사는 624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번 경기도 시내버스 총파업 이후 처우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인력 이탈이 가속될 것을 우려했다. 파업 후 각 업계 기사 월평균 급여 수준은 공공버스 480만원, 시내버스 420만원, 마을버스 280만원이다. 더욱이 코로나19 거리두기 이후 운송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적자는 누적되고 있지만, 지자체의 재정적인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조합이 산출한 연간 업계 평균 적자 금액은 2천634억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 마을버스 운수종사자의 처우 실태 파악 및 개선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후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다익‘선’ 통신사 욕심에… ‘거미줄 전선’ 난립 [현장, 그곳&]

“보기만 싫은 게 아니라 위험할지도 모르니 문제입니다.” 8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의 한 거리. 전봇대(전신주) 사이사이로 굵고 얇은 전선들이 복잡하게 걸려 있었다. 그 밑에는 통신선으로 추정되는 검은 케이블들이 동그랗게 엉켜있었고, 통신 장비를 전봇대에 고정하는 결박 장치가 풀린 채 방치되고 있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송죽동 사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 전신주마다 통신 케이블들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고 전선이나 통신선을 수평으로 유지하기 위한 조가선 두 가닥도 통신선과 뒤엉켜 있었다. 인근 주민 이모씨(50대)는 “지저분해 보이고 태풍이라도 불면 다 끊길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혀를 찼다. 경기지역 내 무분별하게 설치된 전신주와 통신선들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한국전력공사와 KT 등에 따르면 전신주는 전선과 통신선이 함께 설치된 기둥으로, 통신사는 전신주 소유·관리 주체인 한전에 임차료를 내고 통신선을 설치 중이다. 도내 전신주는 총 61만4천569개다. 통신사가 따라야 하는 한전의 ‘배전 설비 공사 업무 처리 지침’은 고압선 등 전력 시설은 전신주 상부에, 통신선은 그보다 아래에 30cm 간격으로 설치된 2가닥의 조가선을 따라 조성해야 한다. 특히 통신선은 조가선 한 가닥당 24가닥을 넘을 수 없으며 조가선 외 다른 선과 통신선을 결속할 수 없다. 하지만 도내 일부 전신주는 통신사 간 과잉 경쟁으로 규정에 맞게 설치돼 있지 않아 개선이 시급한 상태다. 더욱이 통신사들은 신상품 출시, 신규·변경 가입으로 새 통신선 설치가 필요해질 경우 기존에 쓰던 선은 그대로 남겨두거나 추가 임차료를 내지 않고 통신선을 몰래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전이 집계한 최근 5년간 무허가 통신선은 116만4천735가닥인 실정이다. 전신주에 통신선이 무분별하게 설치되면 하중이 커지며 전신주가 기울거나 강풍에 따른 파손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이는 고압선 간 접촉, 고압선과 타 물체와의 접촉에 따른 화재, 정전, 통신 두절로 이어진다. 문제는 한전 지침이 법적 구속력 없는 자체 기준에 불과, 위반이 발생해도 한전과 지자체 모두 사실상 적극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강제 철거에 대한 법적 근거가 생겨야만 안전 조치를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무허가 통신선에 대한 처벌 조항과 한전의 강제 철거 권한이 생겨야 한다”며 “또 전신주 자체가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지중화 사업도 적극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회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