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의 그늘, 치매환자 100만 명 눈앞] 完. 전문가 제언

100만 치매환자 시대가 다가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치매 문제 해결을 위해 치매 친화적 사회 분위기 조성과 정부 차원의 전문 인력 수급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있는 해외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가 지난 2월 발표한 국제 치매정책동향에 따르면 65초마다 1명의 새로운 치매환자가 발생(연간 25만9천여 명)하는 미국은 지난 2011년 국가 알츠하이머 프로젝트법을 제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치매 문제 해결에 나섰다. 미국은 치매 친화적 지역사회 조성을 목표로 주(state)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역별 알츠하이머병센터를 조성해 지역민 대상 치매 진단 및 관리, 치매 연구 강화, 보호자 지원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미국은 국가와 민간이 치매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교류ㆍ협력관계를 유지, 요양서비스 인력 양성도 정부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민간에서 인증하는 이원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정부의 커리큘럼에 따라 민간기관에서 초ㆍ중ㆍ고급 수준별 교육을 시행, 풍부한 관련 지식을 갖추고 장기 근무가 가능한 전문 요원을 양성하는 것이다. 71.7%가 비정규직인 데다 70대 이상 비율이 38%에 달하는 국내 치매 전문 요양보호사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한국치매예방협회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등의 통계를 보면 국내의 치매 요양 환경은 너무 열악한 실정이라며 치매 예방 및 환자 관리 등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의 확충과 더불어 전문적인 요양 인력 키울 방안을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고령사회를 맞은 일본 역시 치매환자들이 사회적으로 소외받지 않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일본은 지난 2012년부터 오렌지 플랜이라는 치매종합대책을 마련, 치매 친화적 환경 형성을 위해 치매카페를 조성했다. 현재 일본 내 치매카페는 5천800여 개에 달한다. 치매카페는 치매환자와 보호자, 지역민 등이 모여 치매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등 소통의 장 역할을 한다. 정여원 가론평생교육협회장은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치매 친화적 사회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인간의 뇌는 45세가 넘어가면서 노화가 시작되는 탓에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치매의 예방ㆍ관리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우ㆍ채태병기자

[100세 시대의 그늘, 치매환자 100만명 눈앞] 3. 환자가 버거운 치매안심센터

치매안심센터 인력이 정부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데다가, 이들 중 70% 이상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치매파트너라 불리는 전문 요양보호사의 10명 중 4명이 70대 이상의 고령 인력인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중앙치매센터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7년 말 치매 국가책임제를 발표하면서 치매안심센터의 적정 인력이 1곳당 25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도내 상당수 센터의 경우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임상심리사 등 10~13명의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5월 기준 도내 치매안심센터 46곳의 종사자 수는 총 619명으로, 정부가 발표한 적정 인력보다 50%가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문제는 이 같은 종사자들 10명 중 7명이 비정규직이라는 점이다. 센터 종사자들은 정규직인 전일제와 비정규직인 시간선택제, 무기계약직, 기간제계약직 등 4가지 형태로 고용되는데 경기도 센터 내 비정규직 비율만 71.7%에 달했다. 가장 많은 고용 형태는 시간선택제(231명ㆍ37.3%)였으며, 이어 전일제(175명ㆍ28.3%), 무기계약직(133명ㆍ21.5%), 기간제계약직(80명ㆍ12.9%) 순이다. 일자리 자체가 불안정하다 보니 젊은 인력은 치매안심센터에서 근무하는 것을 기피하게 되고, 센터는 정부의 인력 기준을 채우기 위해 치매 파트너라 불리는 전문 요양보호사 등을 찾게 된다. 도내 12만9천여 명의 요양보호사 중 60대가 12%, 70대 이상이 38%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결국 센터로 들어가는 종사자 역시 연령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문을 연 도내 한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자체적인 치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도 직원이 10명에 불과하고, 젊은 사회복지사를 채용하고 싶어도 병원 등에서 근무하고 싶어하지 센터에 지원하지 않는다며 기존 관리 대상자를 신경 쓰기도 벅차 다른 치매환자를 새로 데려올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치매 전문 요양보호사 양성에 힘써 2022년까지 매년 2만7천명 씩 늘리고, 센터 시설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인력을 지원하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연우ㆍ채태병기자

[100세 시대의 그늘, 치매환자 100만명 눈앞] 2. 갈 곳 없는 환자들

치매환자를 집에서 모시기 힘들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매일매일 지옥 같은데 현실적으로 치매환자를 맡길 곳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돌보는 겁니다 A씨(59)는 여든한 살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지난해 충남에서 화성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A씨의 노모는 5년 전 치매에 걸린 이후 3분마다 머리를 손질하고, 최근에는 걷는 법까지 잊어 엉금엉금 기어다닌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A씨는 경제적 어려움에도 3년 전 어머니를 요양원에 입소시켰다. 그러나 나날이 야위고 혈색 잃는 어머니 모습에, 또 매달 부담스러운 간병비에 결국 그를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 A씨는 어머니를 살피느라 밤에는 잠을 못 자고 낮에는 돈만 번다. 낮 1~2시간이라도 치매안심센터에 편히 모시고 싶은데 그러질 못한다며 집에서 센터까지 자가용으로 40분이 걸리는 데다가 센터 내에서도 딱히 관리되는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선언하고 핵심 목표로 치매안심센터 설립을 내세운 지 3년차가 됐지만 여전히 치매 가족들의 고통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태부족한 인프라 탓에 치매환자가 센터를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총 256개의 치매안심센터(이하 센터)가 있다. 그러나 사실상 정식개소한 59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부분개소ㆍ미개소 센터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거나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는 중이다. 전국에서 센터가 가장 많은 경기도 역시 명목상으로는 46개의 센터를 두고 있지만 정식개소한 수는 20개에 불과하다. 31개 시ㆍ군별로 1개씩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달 기준 도내 60세 이상 치매환자가 16만5천 명인 것을 고려하면 정식개소한 센터 1곳당 8천여 명이 넘는 환자를 관리해야 하는 꼴이다. 더욱이 센터는 치매환자와 가족들의 1:1 맞춤 상담, 검진, 관리, 서비스 연결까지 통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지만, 대부분이 지역 보건소와 한 지붕 두 가족 신세로 지내고 있다. 더부살이하는 탓에 센터 공간 자체가 협소하고 다른 보건소 업무가 겹치기도 하는 열악한 상황이다. 도내 한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치매어르신별로 각각 특성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일부 프로그램은 분기별로 한 번씩만 진행되고 끝나는 등 장기 프로젝트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치매 치료보다는 조기 검진이나 실종 예방 등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모든 치매안심센터를 올해 안에 정식개소할 것이고, 이와 함께 치매안심병원 수도 확충하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치매는 환자 당사자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고통을 겪는 질병인 만큼 정부에서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연우ㆍ채태병기자

[100세 시대의 그늘, 치매환자 100만명 눈앞] 15명 중 1명이 치매 경기도 ‘전국 최다’

3년 뒤 전국 치매환자가 100만 명에 이를 전망인 가운데 경기도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국 60세 이상 인구 1천130만 명 중 81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경기도 치매환자는 16만5천 명으로 20.3% 수준이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뒤이어 서울 11만9천 명, 경북 5만5천 명, 경남 5만2천 명 순이다. 중앙치매센터가 분석한 전국 17개 광역ㆍ시군구별 치매유병 현황 등을 보면 오는 2020년, 2021년 전국 치매환자는 각각 86만 명, 9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경기도 치매환자는 2020년 17만6천 명(20.4%), 2021년 18만6천 명(20.6%)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60세 이상 전국 치매환자 95만5천 명 중 19만9천 명(20.8%)이 경기도에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31개 시ㆍ군 중에서는 고양이 가장 많을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어 용인, 성남, 수원이 뒤따를 전망이다. 즉 해마다 전국적으로 4~5만 명씩, 경기도에서 1만여 명씩 치매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전체 치매환자 중 경기도민의 비중이 매년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이는 60세 이상 치매 판정을 받은 환자만을 포함한 수치로, 60세 이하 청ㆍ중ㆍ장년층 및 차후 치매가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이들을 더하면 그 수는 2배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경기도 내에서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만 33만 명에 달하는 상황이며, 60세 이하 치매환자도 3만여 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의료기관에서 치매진단과 치매진료를 받은 치매상병자 외에 치매에 걸리고도 치매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수도 전국적으로 1만여 명이 넘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치매조기 검진자 수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치매 유관기관이 조사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8 보고서를 보면 치매 선별검진률(16.2%), 정밀검진률(46.2%), 감별검진률(42.8%)이 모두 예년보다 소폭 상승했고 내년에도 올해보다 조기 검진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치매환자 1명을 관리하는 데 드는 연간 비용이 현재 약 2천74만 원(1인당 연간 진료비 344만 원 포함)인 상황에서 국가적으로는 14조6천억 원이 고령 치매환자에 투입되고 있고 이 비용은 해마다 더욱 커지게 될 전망이다. 중앙치매센터 관계자는 치매에 대한 인식을 바꿔 치매가 있어도 살기 불편하지 않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 세워져야 할 시점이라며 지역 단위 차원에서 치매안심센터를 확충하고, 또 국내 전반적인 치매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센터도 양질의 복지 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100세 시대의 그늘, 치매환자 100만명 눈앞] 1. 어느 치매노인의 세상

오늘날 전국 60세 이상 인구 1천130만 명 중 81만 명(7.1%)이 치매를 앓고 있다. 3년 뒤인 2022년엔 1천300만 명 중 95만 명(7.3%)이, 30년 뒤인 2049년엔 2천200만 명 중 299만 명(13.5%)이 치매환자가 된다. 현재 경기도에선 60세 이상 고령인구 15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렸다. 3년 뒤엔 14명 중 1명이, 30년 뒤엔 12명 중 1명이 치매환자가 될 전망이다. 빨라지는 고령화만큼 치매환자 수 역시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치매환자들은 사회의 부정적 인식 탓에 주변에 유병 사실을 쉽사리 알리지 못하거나 혹은 스스로 치매를 앓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며 하루하루의 기억을 잃고 있다. 더이상 남 일이 아닌 치매, 환자 및 가족의 보호와 치료 여건 조성을 위한 제도ㆍ개선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치매의 실상을 진단하기 위한 환자와의 인터뷰는 기자로서 생소하면서도 막막한 경험이었다. 인터뷰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 자체도 문제였지만, 인터뷰에 응한 두 어르신과의 대화도 종잡을 수 없이 흘러서다. 이들이 기억을 더듬어 전하는 말이 어디부터 어디까지 사실인지 모르겠어 이번 인터뷰가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으나 예전처럼 많은 일을 해야 할 텐데라는 끝말이 지워지지 않아 소매를 붙잡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 변두리에서 가족도 없이 홀로 살다 2년 전 치매 판정을 받아 입소했는데 어느덧 3년이 흘렀네라며 말문을 연 김 할아버지(81)는 60대 때는 무역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는데 어떤 물건을 독점 판매했는진 기억이 안 나. 그나마 기억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과거 온전할 때처럼 많은 일을 해야 할 텐데라며 멀리 떨어진 침상을 멍하니 바라봤다. 뒤늦게 알았지만 이 기억은 사실이 아니다. 서울 동대문구 이목동에 거주하던 김 할아버지는 한 명의 형제를 두고 있으며, 2017년 치매 증상으로 길을 잃고 헤매다 지자체의 도움을 얻어 요양원으로 오게 됐다. 요양원이 파악한 김 할아버지에 대한 정보에도 그가 무역업에 종사했다는 내용은 없다. 1946년에 태어난 양 할머니(74)는 47살 큰아들과 52살 큰딸, 그리고 52살의 작은딸과 1990년생 막내아들을 두고 있는데 모두 마흔이 넘었어요. 그동안 어미를 살뜰히 보살피느라 고생이 많았지라며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막내아들의 나이를 다시 묻자 양 할머니는 달력을 봐도 몇 년도 몇 월의 달력인지, 시간을 봐도 어떻게 읽는지 헷갈려. 1990년생이니 마흔이 넘은 게 맞지?라며 치매에 걸린 이후 나날이 따분해. 좋아하는 음식도, 즐기는 취미도 없어 그야말로 그냥 살아요라고 전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지정기관인 안산 A 요양원에서 만난 두 어르신은 1시간이 넘게 진행된 인터뷰 내내 과거와 현재, 혹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을 전했다. 허리 외에 아픈 곳이 없다는 김 할아버지는 얼마 전 백내장 수술을 받아 오른쪽 눈에 안대를 차고 있었고, 아침식사를 마친 양 할머니는 배가 고파 며느리가 준비한 생일 떡을 먹어야 한다고도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표정 역시 시시각각 변했고 즐겁게 미소 짓다가도 이내 한순간에 굳거나 인상을 썼다. 김 할아버지는 알츠하이머 치매(노인성)를, 양 할머니는 레비소체 치매(혈관성)를 겪고 있다. A 요양원 관계자는 치매환자들은 최근 기억부터 잃는다. 시간이 갈수록 20년 전, 30년 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도 이 같은 특징 때문이라며 점점 말하는 법, 먹는 법, 걷는 법을 잊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까지 치매로 인한 고충이 이어지기 때문에 사회 각계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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