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난민 리포트] 完. 대책은?

‘꼼수 난민’과 ‘가짜 난민’을 가려내기 위해 난민법을 하루속히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법무부에 따르면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난민법)은 지난 2011년 12월 29일 국회에서 아시아 최초로 통과됐다. 이후 2013년 7월 난민법이 시행됐고, 올해 제주 예멘 난민 사태로 시행 5년 만에 난민법은 폐지 청원이 70만 명을 넘기는 등 ‘뜨거운 감자’가 됐다. 법무부는 제주 예멘인 전체 난민 신청자에 대한 심사가 9월말 쯤 완료될 것으로 보고 당초 7월 중순이면 일부 신청자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신원검증 절차 등 기간이 다소 늦어지면서 난민 신청자들은 그들대로 고통받고, 국민들은 가짜 난민이 몰려온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우려가 극에 달하면서 난민법 개정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선 난민 인정 신청자, 인도적 체류허가자, 재정착 희망 난민 등까지 난민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체류자격과 생활비 등까지 보조하는 현행 난민법 일부 조항이 안고 있는 내재적 위법성을 지적하며 이 같은 독소 조항의 시급한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또 국내 난민 심사 과정의 미흡함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주 예멘인이 경기도행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난민 심사를 위한 별도의 기관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난민 심사 절차만 줄이는 게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충분히 독립적이고 전문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안산(7만명), 수원(4만9천명), 화성(4만6천명) 등 다문화도시가 많은 경기도의 경우 난민들이 대거 유입됐을 때를 대비해 도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앞서 경기도의 경우 민선 5기 시절 이민정책연구 전문기관인 IOM이민정책연구원과 교류하며 난민에 관심을 갖기도 했으나 실질적인 성과는 미흡한 상황이었다. 현재까지도 도 차원의 난민 정책은 전무하다. 무엇보다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를 벗어나 육지로 이동하게 될 경우 일자리가 많고 네트워크가 좋은 경기권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경기도는 사회적 반대여론이 거세 정책적 논의의 첫발을 떼기가 어렵다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는 난민을 ‘외국인 주민’의 한 범주 안에 넣어 바라보고 있는데 이들을 완전한 경기도민으로 받아들여 내국인과의 사회적 통합을 이어가기엔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경기도가 선도적으로 먼저 의견을 내긴 어렵지만 안산 등 기초지자체가 난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할 시 이에 대해선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난민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바뀌고 있는 만큼 허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법 개정은 물론 사회적 인식 개선도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재원ㆍ강현숙ㆍ이연우기자

[경기도 난민 리포트] 3. 악용되는 난민법

#1. 인도네시아에서 온 기독교신자 A씨는 종교적 박해로 난민 신청을 했지만 극심한 박해 수준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최종 불허 처분을 받았다. 한국어가 서툰 A씨의 요청으로 난민 탈락사유를 해석해준 도내 한 외국인상담지원센터 측은 “센터를 찾는 외국인이 ‘진짜 난민’인지 ‘가짜 난민’인지 알 길이 없지만, 대부분 취업을 위해 난민 심사 신청을 하는 건 맞다”며 “이미 서로 어플(Whatsapp)을 통해 ‘행정소송을 3차까지 진행하면 체류 기간이 연장된다’는 등의 내용을 공유하고, 전문 행정사를 통해 난민 심사 서류를 준비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2. 파키스탄 출신 B씨는 한국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려 했다. 이를 위해서는 거주지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증빙해야 했는데, B씨는 비자가 이미 만료된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거주지를 구할 수 없었다. B씨는 경기남부권에 저렴한 고시원을 계약해 해당 계약서로 거주지 등록을 마친 후 난민 신청서를 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불법체류자들이 난민 심사를 위해 일단 고시원을 계약하고 실제 거주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며 “이를 부동산업자들도 알고 있어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고 전했다. #3. 지난 2월 제주도에 온 예멘인 C씨는 ‘정치적 견해에 따른 박해를 받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난민 심사에서 탈락했다. C씨는 “예멘에서 ‘한달 치 제주도 숙박비와 생계비만 준비하면 난민이 아니어도 모든 게 해결된다’는 말이 있었다”며 “당시엔 출도 제한 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제주도에서 한 달만 버티다가 육지(수도권)로 나올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국내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경제적 목적 또는 국내체류의 방편으로 난민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이 난민 신청만 해도 국내 체류 기간이 6개월 연장되는 난민법에 대해 ‘가짜 난민’을 대규모로 양산하는 최악의 법이라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6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된 난민 신청 3만 2천733건 중에서도 2.41%(792건)만이 ‘진짜 난민’ 자격을 얻었다. 돌려말하면 난민 신청자의 98~99% 가량이 ‘가짜 난민’인 셈이다. 올해에도 난민 신청자가 1만 8천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난민 신청자의 대부분이 경기도와 서울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1994~2017년 난민 지위를 얻은 792명 중 경기도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이 무려 428명(54%)에 달한다. 서울(117명ㆍ17%)보다도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처럼 난민 신청자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현행 난민법은 난민 신청 시 이유를 불문하고 소송까지 포함해 사실상 5단계 난민심사 절차가 끝날 때까지 합법적으로 체류가 가능하고 강제추방도 어렵다. 소송 횟수와 기간 제한도 없다. 심지어 소송을 모두 거친 뒤 처음부터 다시 난민신청을 해도 받아준다. 그래서 이들 사이에는 “난민 신청을 안 하는 불법체류자는 바보”라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이처럼 난민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도 법적 지위를 주고 그 처우를 보장하는 난민법의 맹점을 이용해 행정소송 자체를 체류를 위한 방편으로 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163건에 불과했던 난민관련 행정소송은 2014년 423건, 2015년 1천220건, 2016년 3천161건으로 폭증 추세다. 안산시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 관계자는 “행정소송까지 악용해 한국에 머무는 기간을 지능적으로, 교묘하게 연장하는 난민 신청 사례들이 있다”며 “심지어 패소해도 다시 난민 신청이 가능한 현행 난민법을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재원ㆍ강현숙ㆍ이연우기자

[경기도 난민 리포트] 2. 새 정착지로 떠오른 안산

예멘 난민 신청자 대부분이 제주도를 떠나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최대 다문화도시인 안산시가 부각되고 있다. 현재 60여 명의 난민이 거주하고 있는 안산은 세계 104개 국가에서 온 8만2천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어 각종 외국인 커뮤니티가 탄탄하고, 특히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의 존재로 외국인 일자리가 많아 처음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이 쉽게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1994년부터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신청 첫해 국내 난민 신청자는 총 5명에 그쳤다. 하지만 2011년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최초로 난민의 지위와 처우를 규정한 난민법을 제정, 2013년 시행하면서부터 국내 난민 신청자는 대폭 증가했다. 2013년 1천574명이었던 전국 난민 신청자는 2015년 5천711명, 2017년 9천942명까지 매년 늘었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 중에서는 안산이 가장 많은 난민 신청자를 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6월까지만 해도 안산지역 난민 신청자는 총 1천347명으로 ‘1등’을 차지했다. 이어 포천(997명), 동두천(750명), 수원(740명), 평택(722명), 파주(570명) 순이다. 다만 난민은 국정원이나 경찰 등으로부터 거주지 보호 관리를 받지 않아 소재지가 파악되진 않는다. 이에 경기도를 비롯한 타 시·군도 지역 내 난민이 얼마나 거주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주도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난민 거주자 수를 파악하고 있는 지역이 있다. 바로 안산이다. 현재 안산 내 거주하고 있는 난민은 6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산이 난민 거주자 수를 파악한 이유는 제주도에 있는 예멘인이 들어올 것 등을 미리 대비한 이유가 있지만, 국내 대표 다문화도시로서 ‘난민 정책 마련’에 선제적인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실제로 최근 안산시는 난민 및 인도적 체류자의 일자리와 이용 시설 등에 대해 검토 중이다. 이 가운데 현재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487명의 예멘 난민은 제주도를 떠나지 못하게 ‘출도 제한’이 걸린 상태다. 법무부는 평균 8개월~1년 넘게 걸리는 1차 난민 심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10월까지 심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인 가운데 예멘인들은 난민 지위를 얻거나 난민 지위에 준하는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으면 이동권이 생겨 어디든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안산이 다른 지역보다 외국인 일자리가 다양해 난민 역시 거주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본다”면서 “난민 정책은 기존 다문화정책과 다르다. 국내에 다문화정책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난민까지 수용해야 한다면 지자체 입장에선 큰 부담이라 이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세우기 위해 시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와 경기도의 지원이 보태져 내·외국인이 서로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재원ㆍ강현숙ㆍ이연우기자

[경기도 난민 리포트] 1. 제주 난민, 경기도로 몰려온다

올해 제주도에 들이닥친 수백여명의 예멘인들로, 난민문제가 대한민국에 본격 상륙했다. 인도주의적 수용론과 막연한 혐오에 준한 반대론이 극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진정한 난민은 보호하고, 허위 난민신청자는 신속하게 가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가운데 국내 체류 및 취업 방편으로 난민법을 악용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난민 제도의 허점을 진단, 경기도 실정에 맞는 난민대책 등을 제시해 본다. 예멘 출신 H씨(19·여)는 가족과 함께 말레이시아를 거쳐 지난 2월 제주도 땅을 밟았다. 입국 당시 임신 중이었던 H씨는 ‘생존’을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어느덧 제주도살이 6개월 차를 맞은 H씨와 가족 9명은 현재 제주도 내 임시 숙소 3곳에서 머물고 있다. 그러던 중 8월 둘째 주 H씨는 한국에서 엄마가 됐다. 아들의 이름은 ‘제민’, 제주도에서 태어난 최초의 예멘 아이라는 의미다. H씨의 남편 M씨(30)는 “우리 가족이 난민 지위를 얻고 제주도를 떠나게 된다면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으로 옮겨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제주에서 만난 예멘인 청년 J씨(28). 제주시 삼도동에 머문 지 3개월이 된 J씨는 “I want to be here.”, 즉 ‘여기(Here)’ 머물고 싶다는 희망사항이 담긴 문장을 주문처럼 외우고 산다. 예멘에서 아이들 글을 가르쳤던 그는 제주에서 어선업에 종사하고 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새벽 4시부터 낮 12시까지 근무하며 100여 만 원가량을 벌며 힘겨운 한국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J씨는 “언젠가는 일자리가 많은 서울로 가 원래 하던 일을 하고 싶다”는 속내를 전했다. J씨가 말한 ‘여기’는 제주도가 아닌 한국, 한국 중에서도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을 의미했다. 이처럼 지속되는 내전을 피해 제주도에 온 예멘인들의 상당수가 ‘육지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일자리가 많고 각종 지원 제도가 있는 수도권이 1순위로 꼽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에는 487명의 예멘인이 체류 중이다. 지난 1월~5월까지 예멘인 549명이 무사증(무비자)제도를 이용해 제주도에 입국했다. 법무부가 4월30일 출도(육지부 이동) 제한 조치 후 ‘출도 제한자’로 분류된 487명(남성 463명·여성 24명)이 제주도에 머물고 있다. 예멘인들 대부분은 20~30대 남성 청년층으로 제주도에서 낚시어선업, 농업, 요식업 등에 종사하며 혼돈과 방황, 그리고 불안,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듯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언어 장벽, 예멘과 다른 근무 형태 등을 이유로 일주일도 못 버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많은 예멘인들이 난민심사를 통해 일단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으면, 취업이 용이하고 무슬림 커뮤니티 등이 좋은 여건을 가진 수도권 등 육지로 이동하기를 원하고 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신강협 소장은 “난민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라며 “난민 지위를 부여받거나 출도 제한 조치가 풀리게 되면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에 몰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주=구재원ㆍ강현숙ㆍ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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