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래 100년 길을 묻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환경·과학, 4차 산업혁명 핵심 동력… 국가 역량 쏟아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 이른바 4차산업혁명에 대한 열기가 전세계적으로 뜨겁다. 초연결, 초융합으로도 불리는 4차산업혁명은 지금껏 마주해보지 못한 세계를 등장시켰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드론,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등 우리 삶의 모든 환경이 획기적으로 뒤바뀌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방역과 경제회복에 전념하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위한 대비로 분주하다. G8이라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시점에서 대한민국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향한다.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향한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변화와 개혁, 대전환을 맞이해야 한다. 이에 경기일보는 대한민국의 석학이자 인류ㆍ생태학의 권위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백년대계의 초석이 될 인재양성과 교육에 전념하고 있는 시대의 석학,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잘 알려진 조벽 고려대학교 석좌교수를 만나 대한민국의 대전환, 그 100년의 길을 묻는다. 편집자 주 최재천 교수는... △1977년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서울대학교 동물학 학사,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생태학 석사, 하버드대학교대학원 생물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도부터는 1992년까지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전임강사로, 1992년부터 1994년까지는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조교수를 지내며 생태학의 권위자로 경력을 쌓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로 근무 중이며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제1대 국립생태원 원장을 지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89년 미국곤충학회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했으며 2000년에는 대한민국과학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4차산업혁명 백신을 맞은 대한민국, 100년 미래를 위해 환경과 과학에 온힘을 쏟아야합니다 대한민국 미래 100년의 길을 묻기 위해 지난달 19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만난 최재천 교수는 시대적 상황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4차산업혁명을 꺼냈다. 최 교수의 4차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교수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말미암아 우리는 이미 4차산업혁명 백신을 맞았다는 색다른 설명을 내놓았다. AI가 인간을 상대로 바둑은 이길 수 없다고 여긴 대한민국 사람들의 믿음이 실시간으로 깨졌기 때문에 인공지능에 대한 4차산업혁명을 있는 그대로 체감(體感) 했다는 게 최 교수의 분석이다. 최 교수는 이 순간이 대한민국이 4차산업혁명을 세계적으로 선두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회상한다. 최 교수는 다른 나라의 경우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미디어로 뉴스, 즉 텍스트로 봤지만 대한민국은 이를 생방송으로 목격했다면서 시시각각으로 세계가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 순간을 겪으며 4차산업혁명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의 중심부에 서있는, 가장 뜨거운 나라가 된 것은 아마 이때의 충격이 강했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 대한민국 미래 100년의 길, 환경과 과학 최 교수는 4차산업혁명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대한민국 100년의 미래를 위해 환경과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 이전의 시절에는 아무리 환경을 강조하며 말해도 듣는 사람들이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지금, 환경문제를 강조하면 상당한 공감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한 일화로 코로나19 사태 전에 처음 만났던 사람이 나에게 환경나부랭이와 놀지 말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 분이 환경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코로나때문에 사람들이 환경문제에 경각심을 가지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 교수는 코로나19로 촉발해 환경문제 인식 개선 등 계몽이 이뤄지면 비록 끔찍한 수업료이긴 하지만 기후변화와 생명다양성의 문제에 대해 소중한 교훈을 얻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환경문제를 대비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미래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상황을 빗대 최 교수는 자신이 설파하고 있는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에 대해 부가적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최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행동백신은 마스크를 잘 쓰고, 손 잘 씻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하는 행동을 말한다며 어떠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대처하는 것, 그것이 행동백신이라고 설명했다. 생태백신에 대해서는 좀 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최 교수는 바이러스나 병원체가 우리 인간계로 건너오지 못하게 하자는 것, 즉 환경을 잘 지켜 바이러스나 감염체가 있는 자연의 영역을 침범하지말고 서로 상생하는 것이다라며 백신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그 나라 인구의 70~80%가 맞아야하는 것처럼 생태백신 역시 우리 모두가 맞아야하는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환경에 이어 과학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현대인의 삶에서 과학보다 중요한 게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라며 백신이 보급되려면 10~15년이 걸렸을텐데 과학의 힘으로 벌써 백신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과학이 우리를 살려낸 셈이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상황이 또다시 오지말라는 법이 없다. 그때 과학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는지 생각해보면 대한민국 미래에서의 과학의 중요성이 피부로 와 닿게 된다. 믿을 건 과학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사회통합을 위한 갈등 해결 대화의 중요성 최재천 교수는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 갈등의 해결이 중요하다고 지목했다. 특히 갈등 중에서도 세대갈등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녀의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라도 있지만 세대갈등은 영원히 평행선, 아니 평행선보다도 못하게 더 격차가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유로 어찌됐든 남자와 여자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여혐, 남혐 등 젠더갈등의 문제를 풀어볼 기미라도 있지만, 세대갈등은 마주앉아 이야기해볼 이유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 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도 대화라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결국 우리는 모든 문제점들을 대화로 풀 수밖에 없다면서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옳은 것을 찾아가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그 순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대화하는 기술이다고 강조했다. ■ 군림(君臨)보단 군림(群臨)의 지도자 최재천 교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지도자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대통령을 뽑을 때 세종대왕, 이순신, 장보고의 모습을 찾는다고 하는데 이 시대에 맞는 리더는 임금처럼 절대적인 능력이나 세력 등으로 군림(君臨)하기 보다는 무리 속에서 함께 녹아들어 있는 군림(群臨)하는 리더를 원할 것이라며 강압적이거나 갑질, 나를 따르라 하는 식의 리더십은 현대사회에서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함께 소통하고 살갑게, 같이 울줄도 아는 그런 리더에 이미 국민이 익숙하다고 생각하고 따뜻한 리더가 대선에서 선택되리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괜찮은 사람들이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더이상 아비규환처럼 살아야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서로를 너무 헐뜯지말고 각자의 어깨를 두들겨 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웃어보였다. 이호준ㆍ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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