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하나된 남북… 백두산서 통일 큰 걸음

서울에서 평양으로, 다시 백두산까지. 2박3일 역대 최장거리에서 펼쳐진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큰 걸음을 딛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흘에 걸쳐 정상회담과 오ㆍ만찬, 백두산 동행 등을 함께 하며 굵직하면서도 실질적인 남북관계 진전에 합의했다. 김 위원장은 처음 육성으로 세계를 향해 비핵화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추석연휴도 잊은 채 미국을 방문, 다음 단계 비핵화를 촉진하는 길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서울프레스센터에서 평양 남북정상회담 계기 2박3일 방북 관련 대국민보고를 갖고 “지난 3일간 저는 김정은 위원장과 비핵화와 북미대화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김 위원장이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약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며 “다만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개 합의사항이 함께 이행돼야 함으로, 미국이 그 정신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준다면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포함한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국회회담을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했고, 지자체 간의 교류도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는 이날 오전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두 정상은 천지를 배경으로 두손을 맞잡아 번쩍 들어올리며 한반도에 평화가 시작됐음을 8천만 겨레와 세계 만방에 알렸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한 목소리로 백두산 관광이라는 새 역사를 만들어내자고 다짐했다. 남북 정상은 장군봉을 지켜본 뒤, 백두산행 열차가 오가는 간이역인 향도역에 잠시 들렀다가 케이블카를 타고 마침내 천지에 발을 디뎠다.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여정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남북 정상 내외가 백두산 천지를 동반 산책한 것은, 4·27 회담 당시 ‘도보 다리 대화’와 같은 큰 상징성을 띤 역사의 명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평양ㆍ서울공동취재단=강해인ㆍ정금민기자

여야, 평양선언 평가 ‘극과 극’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20일에도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극과 극의 평가를 내렸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인천 부평을)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표현처럼 엄청난 진전이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든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는 합의를 이끌어 낸 두 정상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한 “한반도 비핵화를 실천적 단계로 끌어올리는 중대한 합의”라면서 “사실상 불가침 선언인 군사적 긴장완화를 추진함으로써 8천만 겨레가 더 이상 전쟁 공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오는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협상이 진전되면 연내 종전선언까지 단숨에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제 국회가 맡은 소임을 다해야 한다. 5개월째 미루고 있는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부터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난 다음에 결과를 보면 비핵화 문제는 거의 진전이 없고, 정찰과 관련된 부분은 우리 국방의 눈을 빼버리는 합의를 하고 왔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전쟁이라는 것은 한 사람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잘 짜여진 계획에 의해서도 일어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우연 발생적으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라며 “그에 대한 대비가 약화된 부분에서 걱정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북한의 인민군 사열을 받고 대통령께서 감격스러웠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국가 안보와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 어떤 느낌이나 감정, 희망을 가지고 대할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여러 가지 걱정을 섞어서 해줘야 된다”고 주장했다. 김재민·정금민기자

[평양정상회담 의미와 전망] ‘비핵화’ 첫 의제화… 北美 교착 새로운 전기 마련

한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으로부터 단순 중재자를 넘어 촉진자로서 공식 인정을 받은 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라는 진단이 나온다. 또 성과의 밑바탕에는 정상 간 굳건한 신뢰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북한은 (핵문제에서) 남쪽을 이제까지 빠지라고 했는데 이번에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의제화해줬고, 우리가 당당히 행위자로서 들어감에 따라 북미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남측 역할의 중요성을 북한이 인정한 것이다. ■북미간 교착상태 빠진 관계 새로운 전기 마련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부터 9.19 평양공동선언까지의 5개월 여정은 평화의 불씨를 피우는 시작 단계에서 미래의 평화를 담보하는 단계로 성큼성큼 전진했다. 5개월, 정확히 115일 동안 이 여정의 운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북미 간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외교력을 발휘해 두 국가 간 교착상태에 빠진 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5개월 동안 여러 차례 열린 고위급회담과 군사회담, 남북스포츠 교류 등으로 남북관계가 발전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1년 전만해도 한반도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북한의 제6차 핵실험과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지 엿새 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 등은 한반도를 살얼음판으로 만들었다. 평화의 주춧돌을 놓게 된 계기는 올해 2월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남북이 함께 팀을 꾸려 출전하고, 북한의 실세로 불리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방남하는 등 평화의 전기가 마련됐다. 이어 대북 특사단을 파견해 4.27 정상회담의 발판을 마련했고, 마침내 1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한미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졌다. 북미정상회담은 최초로 열리는 것이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최초로 의제화 무엇보다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선 군사문제 걱정 없는 남북관계 통해 관계도 개선하고, 이걸 통해서 비핵화를 촉진시켜 북미 관계를 증진시키는 촉진자 역할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시말해 (이번 공동선언은) 남측이 중재자를 넘어 촉진자가 됐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외교 전략은 전통적으로 통미봉남(通美封南)이기 때문에 남측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교섭을 벌여왔는데 북한이 이젠 남측을 중요 행위자로 공식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과거 북한은 자신들이 핵무장한 이유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며 미국과 풀어야 하고 우리와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비핵화가) 이제 남북 정상회담에서 공식 의제가 됐고 외교장관이 북한에 올라갔다. 이런 상황이 됐기 때문에 남북미가 구체적으로 논의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게 이 본부장의 평가다. 지금까지는 우리 역할은 징검다리 내지 길잡이였지만, 이젠 필요하다면 그걸 넘어서는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재자에서 촉진자로..정상 간 굳건한 신뢰가 바탕 ‘평양선언’ 5조는 ‘남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뤄나간다’로 돼 있다. 세부 조항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는 영구 폐기하고 영변 핵시설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구 폐기해 나가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협상가가 돼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점을 감안하면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우리 측의 발언권은 향후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간 관계 변화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여러 차례 만나면서 쌓인 끈끈한 관계 덕분으로 여겨진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문 대통령의 중재가 빛을 발했다. 6.12 북미정상회담은 성사됐고, 이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한 발 더 앞당겼다. 이번 3차 정상회담도 이전과 같은 모양새가 되고 있다. 최근까지 북측의 종전선언 요구와 미국 측의 핵 리스트 제출 등이 맞부딪치며 양측의 긴장이 팽팽해졌다.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양측 사이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3차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평양ㆍ서울공동취재단= 강해인ㆍ정금민기자

[평양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 “北 통한 백두산 관광시대 열 것… 남북 국회회담 가까운 시일 내 추진”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북한에서 백두산 관광을 할 수 있는 시대를 하루 빨리 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 마련된 서울프레스센터에서 평양 남북정상회담 계기 2박3일 방북 관련 대국민보고를 갖고 “북한이 우리와 비핵화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의논한 것은 지난 날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 표명하는 것 외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미국과 협의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며 우리와 논의하는 것을 거부해왔다”면서 “북한이 우리에게 북미 대화 중재를 요청하는 한편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같은 북한의 의지와 입장을 역지사지하며 북한과의 조기 대화를 조기 제기할 것을 희망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도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거듭 확약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 구상을 추진하기 위해 양국은 ‘남북 국회회담’을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자체 간의 교류도 활성화하기로 했다”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평양ㆍ서울공동취재단=강해인ㆍ정금민 기자

[평양정상회담] 문재인-김정은, 백두산 천지 올라 … 제3의 ‘도보 다리 대화’ 재연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여정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남북 정상 내외가 백두산 천지를 동반 산책한 것은, 4·27 회담 당시 ‘도보 다리 대화’와 같은 큰 상징성을 띤 역사의 명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공군 1호기 대신 물품 수송을 위해 북한에 들어가 있는 공군 2호기를 타고 오전 7시27분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을 떠나 오전 8시 20분께 삼지연공항에 내렸다. 삼지연공항에서는 문 대통령 내외를 맞이하기 위해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대기 중이었으며, 군악대와 의장대, 시민들의 환영식이 약 10분간 진행됐다. 자동차를 타고 공항을 떠난 남북 정상 부부는 정상인 장군봉까지 향했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가 같은 차에 탔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남북 정상은 장군봉을 지켜본 뒤, 백두산행 열차가 오가는 간이역인 향도역에 잠시 들렀다가 오전 10시10분 케이블카를 타고 10시 20분께 마침내 천지에 발을 디뎠다. 양 정상 내외는 천지 주변을 산책했으며 여기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도 동행했다고 청와대는 말했다. 평양ㆍ서울공동취재단=강해인ㆍ정금민 기자

[평양정상회담] 靑, “美, 비핵화 문제 풀겠다는 의지 보여”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 “양측이 대화를 통해 비핵화와 평화정착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가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남북간 평양공동선언과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성명 등을 놓고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일단 내주 한미정상회담이 있고, 유엔총회 계기에 장관급 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북미가 만나 협상하면 아주 좋은 진전이 이뤄질 것이고, 그것을 기초로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뤄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기 등을 얘기한 만큼 이제는 외교적 협상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의논할 때가 됐다”며 “(지금까지) 남북미 정상이 큰 틀에서 갈 길을 정했다면 그 속의 내용을 채우는 것은 협상단이 하는 것이고, 합의되면 다시 정상 간에 동의해주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채택된 평양공동선언에 대해서는 “남북 관계 진전이 북미 간 진전을 가져오는데 밑받침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방증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성과를 만들어내고 다시 미국한테 넘겨주는 우리 역할이 분명히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TV 앞에서 그걸 했다는 것이 아주 중요한 대목”이라며 “과거에는 북한이 이 정도로 최정상급에서 대외적으로 (비핵화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힌 바 없다”고 말했다. 평양ㆍ서울공동취재단=강해인ㆍ정금민 기자

[평양정상회담] 靑, “남북 불가침 제도화, 야당과 협의할 것”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남북 불가침 원칙의) 제도화 문제를 야당과 긴밀히 협의하며 제도화 방향에 대해 고민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사전에 언급한) 불가역적인 단계,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가기 위한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첫발을 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수석은 ‘북한은 미래의 핵 포기를 천명하는 반면, 미국은 현재 핵 포기를 요구하는 등 양측의 괴리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고 접점도 반드시 찾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날 합의 사항의 각론 중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도 “이번 공동선언의 모멘텀을 최대한 살려 잠시 느슨해졌던 북미 간 대화의 끈을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 상황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한을 사흘 전에 받았다. 매우 좋은 소식이다.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며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 비핵화 완성 등 북미 간 근본적 관계 전환 협상에 즉시 착수한다’고 발표했고, ‘유엔 총회에서 만날 것을 리용호 외무상에게 요청했다’고도 공개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중국의 외교 대변인은 새롭고 중요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했고, 러시아 대변인은 실질적, 효율적인 행보를 당연히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면서 “일본 관방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한편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평양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으로 떠난다”면서 “이는 북미 대화의 중재와 촉진 역할을 위한 것으로, 낙관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미래가 만들어지는 건 분명하다.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평양ㆍ서울공동취재단=강해인ㆍ정금민 기자

[9월 평양공동선언] 핵 없는 한반도, 서막을 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하고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소강 국면에 빠진 뒤 제자리를 맴도는 듯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이번 약속을 계기로 다시 탄력을 받을지에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 정상은 판문점 약속의 실천을 위해 평양공동선언 합의서 및 군사협력합의서에 최종 서명했으며, 서명에 따라 핵시설 폐기를 비롯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한 것보다 구체적이다. 남북 정상이 서명한 문서에 비핵화 조치를 명문화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공개적으로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공동선언 5항에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한 것은 북한이 이전과 달리 한국을 북핵 협상의 당사자로 인정했다는 의미도 있다. 김 위원장은 “수십년 세월동안 지속돼온 처절하고 비극적인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장내기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으며,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가기로 확약했다”며 “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내가 함께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이 모든 소중한 합의와 약속들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다. 남과 북은 오늘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없애기로 합의했다”로 열었다. 문 대통령은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의 전문가들의 참여하에 영구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도 취해 나가기로 했다”며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봄, 한반도에는 평화와 번영의 씨앗이 뿌려졌습니다. 오늘 가을의 평양에서 평화와 번영의 열매가 열리고 있다”라면서 “양국이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핵 리스트 신고’ 조치 등으로 대변되는 ‘현재 핵 포기’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합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구폐기’를 거론한 동창리 시설의 경우 이미 해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데다, 추가 조치의 경우 미국의 상응조치가 전제돼 있으므로 기존 북한의 스탠스에서 큰 변화는 없다는 근거에서다. 그러나 핵 시설 폐기가 명문화된 선언문에 적시된 것 자체가 성과인 데다, ‘유관국의 참관’이라는 표현도 한 단계 진일보한 것이라는 평가도 많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트위터에 글을 남겨 “김 위원장이 핵사찰을 허용하는 데 합의했다”며 “매우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배석자 없는 독대가 70분간 계속된 만큼, 선언문에 담기지 않은 비핵화 관련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다른 의제인 남북관계 발전이나 군사긴장 및 전쟁위협 종식에 대해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발표됐다. 우선 남북정상은 선언문에서 올해안에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개최하는 한편, 조건이 마련되는 데에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또 자연생태계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고, 현재 진행 중인 산림 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이른 시일 내 개소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면회소 시설을 조속히 복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남북은 적십자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화상 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2020년 하계올림픽을 비롯한 국제경기의 공동 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2032년 하계올림픽을 남북 공동으로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평양ㆍ서울공동취재단=강해인기자

경의선 복원·통일경제특구 탄력… 경기도, 최대 수혜주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기도가 한반도 평화 협력의 최대 수혜주로 떠오를 전망이다. 남북 정상이 경의선, 통일경제특구, 임업 교류 등 경기도와 직결된 현안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 연내 진행, 서해경제공동특구 조성, 환경ㆍ산림ㆍ보건ㆍ의료 분야 등에 대한 협력을 더욱 증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사항에 관련된 도의 정책 및 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도는 남북 화해 분위기에 대비해 올해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책정시 평화통일 분야 예산으로 334억 원을 배정했다. 우선 경의선의 복원 사업이 올해 안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선언문의 ‘서해선 철도’가 경의선을 뜻하기 때문이다. 경의선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길이 518.5㎞ 복선 철도로, 2007년 12월부터 도라산~판문역 구간을 운행했지만 2008년 11월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10여 년간 중단됐다. 전체 구간을 운행하려면 북측 구간(개성~신의주)의 복원 사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도는 경의선을 1개의 축으로 하는 3대(帶) 3로(路) 전략을 구상 중이다. 경의축은 통일경제특구 조성, 남북 경의선 연결, 한강하구 남북공동 활용 및 명소 조성, 고양ㆍ파주 출판 및 문화콘텐츠 클러스터 구축, 개성 수학여행 추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경의선 복원 사업과 함께 통일경제특구 조성도 힘을 받는다. 공동선언 내 서해경제공동특구인 통일경제특구는 개성공단처럼 경기북부 등 접경지역에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한 특구를 말한다. 특구 설치시 정부는 세제 감면, 기반시설 지원, 수도권정비계획법 같은 법률의 적용 배제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게 된다. 이재명 도지사도 6ㆍ13 지방선거 당시 통일경제특구법 통과의 적극 지원을 내세운 바 있다. 이와 함께 도의 환경ㆍ산림ㆍ보건ㆍ의료 분야 사업도 속도를 붙이게 된다. 도는 DMZ 생태평화지대 구축(환경), 개풍양묘장 재가동(산림), 말라리아 공동방역ㆍ결핵 퇴치(보건ㆍ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도는 이번 추경에서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200억 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도 관계자는 “이번 선언문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남북교류협력 사업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재개되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면서 “정부의 추가 조치에 적극 협조하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선호ㆍ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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