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마음 여행 ‘라트비아 리가’

무인도처럼 고적하고 싸늘한 작업실은 냉혹한 자극이다. 웅크린 채 생각에 잠기다가 먹잇감 본 사마귀처럼 화폭에 덤벼든다. 무모함은 겸손한 추억으로 치환해야지. 문만 열면 허전한 도시가 등을 보이지만 건물 꼭대기 나의 작업실은 파피용(스티브 매퀸)의 독방 같다. 한때 세계를 구름에 달 가듯 드나들며 여행이 인생의 주제였던 때가 있었다. 언제부턴가 중단된 나의 여행은 교통사고 환자의 후유증처럼 선뜻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20년 전부터 나는 매년 두 달 세계의 오지를 여행해 왔다. 나이 들어도 갈 수 있을 문명 세계는 남겨뒀는데 요즘 욕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여행의 의미와 인생관이 바뀌어 가는 이유일까. 내 삶의 여백이 점점 협소해져 천국 여행이 더 가까이 오지나 않을지, 돌아올 수 없는 영원의 행장이 아직 꿈이기를 바란다. 동유럽의 고풍스러운 주황색 건물 사이 거리를 걷고 싶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의 멋진 풍경을 오늘은 수강생 최승은님이 그렸다. 늘 진지한 태도로 경칩의 개구리처럼 도약하는 그의 그림은 나에게도 즐거운 희망이 된다. 캠퍼스 커플이라는 동갑내기 남편과 특별한 아드님 이창호군에게도 올해의 여행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사는 게 마음 여행 같다. 이런 시가 내게로 왔다.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사람의 마음뿐이다/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정호승 ‘여행’)

“도전은 계속된다” 수원시립미술관, ‘네가 여기에 있어 기쁘다’ [전시리뷰]

“미술관을 방문하던 ‘관람객 고미희’에서 ‘작가 고미희’로 참여한다는 게 굉장히 설레면서도 부담됐습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일단 해보라’고 말해주고, 옆에서 믿어주고 도와주는 멘토와 함께 작업하며 용기가 생겼습니다. 제가 이렇게 해냈듯, 전시를 보러 온 관객분들도 저처럼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평범한 시민이 작가가 돼 나만의 예술작품을 만들며 작가의 꿈을 실현하고, 이를 전시하는 특별한 도전이 펼쳐지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네가 여기에 있어 기쁘다’ 전시 이야기다. 이번 ‘2024 문화도시 수원 연계사업’ 하반기 프로젝트인 ‘도전! 아티스트’의 결과 전시는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0월 4: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발된 시민 참여자 5인은 현대미술 작가 안성석이 멘토가 돼 2개월간 총 25회가 넘는 워크숍 및 작품 제작 과정을 거쳤다. 전시장에서는 이들의 도전이 담긴 회화·영상·설치 총 10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작가들의 도전 이유와 제작기가 생생하게 담긴 인터뷰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 5명의 시민이 작가가 되기까지 도전의 ‘과정’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나이도, 하는 일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만큼은 프로 작가 못지 않다. 지난 2개월의 시간은 이들의 삶에 잊지 못할 순간이자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고 있었다. ‘언제나 꽃은 옳다’라는 시리즈 작업을 펼친 고미희(김고미) 작가는 축하의 순간, 애도의 순간 등 인생의 희로애락에 늘 함께하는 꽃을 주제로 작업을 선보였다. 그녀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한, 세 아이의 엄마인 평범한 주부다. 학창시절의 꿈을 되살려 다시 미술에 도전하고, 수많은 관객이 지켜보는 전시를 펼쳐보인 고 작가는 자신처럼 많은 이들이 이 경험을 꼭 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5인 중 유일한 20대이자 취준생인 백예빈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에 참여하는 것에 꼭 엄청난 ‘재능’이 필요한 것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도전하기 전까지 그 문턱은 너무나 높아 보였다. 백 작가는 “원래도 미술을 하고는 싶었지만, 스스로 그 정도의 재능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공모에 합격하고, 멘토와 함께 작업을 거치며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며 “그 간극을 메우도록 도와준 멘토에게 고맙다”고 표현했다. ‘도전 아티스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얼마 전 인생에서 꽤나 큰 위기를 겪었던 백 작가는 자신의 방에서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따온 작품을 선보인 그는 이번 전시에서 매일 아침 거울 속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작성했던 글 등을 작품으로 활용했다. 이처럼 이들은 일상에서 느낀 순간들을 작품에 녹여냈다. 평범한 회사원인 오상미 작가는 ‘남녀 간의 관계’를 주제로 한 미니 드라마를 제작했다. 아이를 돌보고, 회사를 출퇴근하며 새벽같이 일어나 글을 써내려간 그는 작가의 꿈을 되찾게 돼 기쁘다고 말한다. 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게 곁에서 함께한 안성석 작가는 “자신은 작가로서 ‘과연 해도 될까’라는 생각은 집어넣고, 마음껏 창작하도록 용기를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표현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커다란 벽이다. 그곳에 마련된 작업 도구를 통해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 누구나 자유롭게 글과 그림을 펼치며 또 다른 작품을 완성하는 도전을 펼칠 수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관계자는 “‘네가 여기에 있어 기쁘다’의 의미는 이러한 도전을 펼친 5인의 작가가 있어 기쁘다는 의미와 함께, 이들의 도전을 보러온 관람객인 ‘네’가 있어 행복하다는 뜻”이라며 “또 다른 시민들이 도전을 펼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31일까지.

‘한국현대목판화’ 70년 조명부터 기후위기까지…경기도미술관에서 주요사업 발표

경기도미술관이 ‘한국현대목판화’의 한국성·역사성을 조명하는 등 올해 미술관을 활성화하기 위한 9개 주요 사업을 진행한다. 경기도미술관은 올해 ▲경기아트프로젝트 ‘한국현대목판화’ ▲동시대 미술의 현장 ‘기후위기와 RE100’ ▲소장품상설기획전 ‘飛물질’ ▲경기작가집중조명전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박혜수, 최수앙’ ▲신진작가 옴니버스 ‘박예나, 김민수, 강나연’ ▲맞춤형 교육프로그램 운영 ▲무장애 ‘경기도미술관 전시안내’ 애플리케이션(앱) 운영 ▲‘체험형’ 미술자료실 운영 ▲문화자원봉사 양성교육 운영 등 총 9개 주요 사업을 통한 활성화 전략을 세웠다고 14일 밝혔다. 주요 전시로는 오는 3월20일 경기아트프로젝트로 한국현대목판화 70년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목판화는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부터 전통성과 향토성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목판화가 2000년대까지 각 시대별로 담아낸 한국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흐름을 예술적인 관점에서 살펴본다. 같은 날 소장품상설기획전 ‘飛물질’도 열린다. 실험미술, 퍼포먼스, 개념미술 등을 아우르는 ‘비물질’의 개념과 역사, 작품을 다루는 상설 전시다. 미술관 소장품 중 비물질에 해당하는 작품을 선별해 1차로 전시한 뒤 5월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담론을 통해 9월 2차 전시를 열어 새롭고 풍부한 전시콘텐츠를 마련할 계획이다. ‘기후위기와 RE100’을 주제로 한 ‘동시대 미술의 현장전’(7월24일)도 눈길을 끈다. 기후위기, 자연생태 환경, 재생 에너지에 관한 예술작품을 통해 위기 극복의 대안을 모색한다는 의도로 경기도 서해안을 비롯해 생태와 갯벌을 주제로 작업해 온 작가들을 초대해 동시대 미술이 인식하는 생태적 삶의 방식을 새롭게 조명할 예정이다. 11월 중진작가를 지원하는 ‘경기작가집중조명전’에선 김나영&그레고리 마스, 박혜수, 최수앙 작가가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3월부터 약 1년간 신진작가의 작품, 활동을 집중 조명하는 ‘신진작가 옴니버스 전시’도 마련된다. 올해는 박예나, 김민수, 강나영 작가가 참여해 3월, 8월 12월에 프로젝트갤러리에서 전시를 열 예정이다. 경기도미술관이 위치한 안산의 지역적인 특성과 연계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관객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열린다. 북큐레이션 프로그램 ‘경미의 서재’와 ‘관객참여 프로그램’ 등 깊이 있는 미술 자료 콘텐츠를 제공하고, 무장애 관람을 위한 ‘경기도미술관 전시안내 앱’을 운영한다.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학생단체 프로그램 ‘G뮤지엄 스쿨’과 함께 기획전시 작품과 연계한 교육 대상별 맞춤형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베르테르’부터 ‘비틀쥬스’까지…CJ ENM, 올해 글로벌 대작 뮤지컬 라인업 공개

쇼뮤지컬의 교과서로 불리는 ‘브로드웨이 42번가’와 화려함을 자랑하는 ‘물랑루즈’, 기발한 상상력의 팀 버튼 세계를 구현한 ‘비틀쥬스’ 등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은 뮤지컬 대작들이 올해도 국내 관객을 찾아온다. CJ ENM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베르테르’ 등 2025년 뮤지컬 라인업을 발표했다. 지난 25년간 웰메이드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은 작품은 이번 시즌에서 ‘클래식 캐스트’ 엄기준, 전미도, 이지혜에 ‘뉴 캐스트’ 양요섭, 김민석, 류인아가 합류한다. 작품은 오는 17일부터 3월16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여름에는 화려한 무대, 경쾌한 탭댄스와 음악,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브로드웨이 42번가’가 관객들의 무더위를 가시게 할 예정이다. 작품은 1930년대 미국 경제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시골에서 상경한 주인공 ‘페기 소여’가 브로드웨이 스타라는 댄서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1980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5천회 이상 장기 공연 기록과 토니상 9개 부문 수상 등 주요 뮤지컬 시상식을 휩쓸었다. 작품은 오는 7~9월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가을에는 지난해 평균 객석 점유율 99.9%를 기록한 화제의 뮤지컬 ‘킹키부츠’가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전혀 다른 두 남자 ‘찰리’와 ‘롤라’가 특별한 신발 ‘킹키부츠’를 통해 폐업 위기의 구두공장을 살리는 과정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인 작품은 2014년 국내 초연 이후 누적 관객수 70만 명을 넘어섰다. 공연은 10월 말~12월 초 지방 투어에 이어 12월 중순~내년 3월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이어진다. 11월~내년 2월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는 2022년 아시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국내 초연한 뮤지컬 ‘물랑루즈!’가 약 3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1890년대 프랑스 파리의 클럽 ‘물랑루즈’ 최고의 스타 ‘사틴’과 젊은 작곡가 ‘크리스티안’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영화를 무대화한 버전이다. 마돈나, 엘튼 존, 비욘세 등 팝스타들의 70여개 명곡으로 구성된 뮤지컬로, 2021년 토니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등 10관왕의 영예를 얻었다. 국내 초연 당시 화려한 샹들리에와 코끼리, 풍차 모형 등 압도적 스케일로 주목을 받았던 작품은 올해 더 화려한 프로덕션으로 돌아왔다. 기상천외하고 발칙한 상상력을 자랑하는 팀 버튼의 세계를 무대에 구현한 작품 ‘비틀쥬스’는 연말에 찾아온다. 지난 2021년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인 후 4년 만의 귀환이다.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은 2019년 토니 어워즈 8개 부문 노미네이트와 같은 해 외부비평가상 등 브로드웨이 3대 뮤지컬 시어터 어워즈를 휩쓸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비틀쥬스’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은 “2025년에도 지난해에 이어 CJ ENM을 대표할 수 있는 최고의 작품들로 라인업을 구성한 만큼 관객분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음악으로 전하는 새해 희망… 경기도 곳곳 신년음악회 ‘풍성’

2025년 새해를 맞아 평화와 희망을 전하는 다양한 신년음악회가 열린다. 청아한 목소리로 전세계를 사로잡은 소프라노, 클래식계의 아이돌로 통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등과의 협연으로 이뤄진 오케스트라의 다양하고 풍성한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을사년 시작을 알리는 경기도의 다채로운 공연을 모아봤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오는 18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새해의 희망찬 출발을 알리는 ‘신년음악회’를 선보인다. 공연은 드보르자크의 ‘카니발 서곡’, ‘신세계로부터’ 등 밝고 활기찬 분위기의 프로그램으로 새해의 설렘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사한다. 특히 떠오르는 신예 첼리스트 한재민과 경기필하모닉의 수준 높은 연주로 다양한 연령층이 공감하는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음악회의 1부는 드보르자크의 ‘카니발 서곡, Op. 92’로 힘차게 연다. 카니발 서곡은 드보르자크의 작품 중 가장 생동감 넘치는 오프닝 곡으로, 활력과 기쁨이 넘치는 축제의 분위기를 음악으로 표현한 걸작이다. 이어 첼리스트 한재민이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 1번 a단조, Op. 33’을 연주한다. 첼로 협주곡 1번은 생상스의 걸작으로 꼽히며, 단악장 구조 안에서 극적이고 서정적인 요소가 조화를 이룬다. 특히 첼로 독주와 오케스트라의 대화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한재민의 섬세한 기교와 강렬한 표현력이 돋보일 것으로 기대를 얻고 있다. 음악회의 2부에서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e단조, Op. 95 ‘신세계로부터’를 들려준다. 2악장의 잔잔한 선율은 깊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4악장은 힘차고 희망찬 종결로 청중을 압도한다. 경기필하모닉은 이 곡을 통해 신년의 힘찬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성남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7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예술총감독 금난새의 지휘로 ‘2025 신년음악회’를 연다. 글리에르의 ‘교향곡 2번 2악장’으로 포문을 연 뒤 소프라노 구민영이 이수인의 ‘내 맘의 강물’과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또 미국에서 활동중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찰리 올브라이트가 함께 무대에 올라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해 성남시향과의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사한다. 2부에서는 첼리스트 채태웅이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테마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해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오는 24일 유앤아이센터 화성아트홀에선 화성시문화관광재단의 ‘2025 신년음악회’가 열린다. 화성특례시 승격을 기념해 마련되는 이번 음악회는 최정상 피아니스트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총장이 포디움에 올라 바싸르오 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이번 공연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소프라노 강혜정이 협연한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오케스트라는 베토벤의 ‘Violin Romance No. 2 in F Major, Op. 50’, 마상네의 ‘Thaïs-Méditation’, 몬티의 ‘Czardas’ 등 클래식 음악의 걸작들을 무대에 올린다. 이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와 폴카 등 전 세계 신년음악회의 단골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또 소프라노 강혜정이 ‘Frühlingsstimmen Waltz’를 선보이며 한해의 힘찬 출발을 알릴 예정이다.

“쓰레기, 유물이 되다” 수원시립미술관x김명중x 프로쉬 공동 프로젝트 ‘22세기 유물전’ [전시리뷰]

“21세기 사람이 사용했던 플라스틱 목마가 발견됐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버린 일회용 컵, 배달 음식을 먹고 남은 일회용 숟가락, 이불과 양말을 널었던 빨래집게, 약수터에서 만났을 바가지, 휘다 못해 구부러진 옷걸이…. 일상에서 매일 접했을 평범한 물건이, 헤지고 바래져 버려진 ‘쓰레기’가 후손에 의해 발견된다. 그렇게 발굴된 조상들의 ‘유물’은 대서특필 되고, 곧 박물관에 전시된다. 학자들은 이 ‘유물’을 통해 역사를 연구하고, 아이들은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을지 상상을 펼친다.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수원시립미술관x사진작가 김명중(MJ KIM)x친환경 세제 브랜드 프로쉬의 시민 주도형 공존 프로젝트인 ‘22세기 유물전’은 김명중 작가가 ‘22세기 후손들은 청자와 장신구가 아닌,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발굴해 유물로 여기지 않을까’라는 상상력과 비판적 사고에서 출발했다.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의 전속 사진작가로 유명한 김명중의 첫 정물 사진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정물 사진 19점과 함께 작가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목격한 지금의 환경오염 실태가 담긴 생생한 풍경 사진 5점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어느 날 산책을 하다 땅에 반쯤 박혀 버려진 콜라병을 보게 된다. 우리는 땅을 파면 소중한 청자와 같은 유물이 나왔는데, 아이들은 땅을 파면 이런 쓰레기를 발굴해 유물로 연구하지 않을까? 작가는 그렇게 사진을 찍어 나갔다. ‘22세기 유물 76호 부산 송정 인근 출토 배달 용기’, ‘22세기 유물 93호 경북 울진군 금강송명 출토 헤드셋’, ‘22세기 유물 61호 경북 금호서원 출토 선풍기 날개’….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신라시대의 화려한 장신구, 선사시대의 토기가 전시돼 있듯 플라스틱 숟가락, 칫솔, 마스크 등 각종 일상 물건이 빛바랜 모습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쓰레기 정물은 마치 박물관이나 옛날 도감에서 봤을 법한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표현됐다. 누군가 버렸을 쓰레기가 귀중하고 근엄한 모습으로 올려진 모습과 제목은 관람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아무렇지 않게 버려진 물건들을 진지하게 연구할 미래를 상상하며 웃음이 지어지다가, 이내 부끄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은 김 작가가 경험한 환경오염 사진 작품을 전시해 문제를 제기한다. 두 번째 섹션에선 22세기 유물 사진 19점을, 세 번째 섹션인 아카이브 공간에선 작가의 인터뷰와 함께 환경 관련 도서를 통해 관람객이 전시 경험을 확장할 수 있게 했다. 마지막 섹션에선 업사이클링 작품 제작 등 전시와 연계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김명중 사진작가는 “미래의 유물을 미리 들여다보는 블랙코미디 전시를 준비했다. 우리가 모르는 새 지구를 병들게 했다는 풍자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생성되는지 생각해 보고, 후손들을 위해 쓰레기를 줄여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다음 달 7일까지.

[영상] ‘이날치’에서 ‘정년이’까지…소리꾼 권송희, “전통의 미학 지켜야죠” [문화인]

민족 고유의 정서 ‘한’을 녹여낸 영화 ‘서편제’를 보고 자라난 어린 소녀는 어느새 30년 차 소리꾼이 됐다. 국악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간 권송희(38). 그녀는 그룹 ‘이날치’ 멤버로 “범 내려온다”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 신선한 충격을 주더니, 이번에는 국극 대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정년이’의 소리 감독이 됐다. 권씨는 우리의 전통 소리가 다시 한번 뜨거운 관심을 받는 요즘, 국악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도록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었다. 오랜 세월 전통을 이끌어온 스승 세대와 각종 ‘컬래버’(타 장르와의 협연)를 통한 퓨전 국악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젊은 후배 세대, 그사이에 자리한 권씨는 “전통의 아름다움을 보존하면서도 대중의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정년이’는 해방 이후 1950년대 활약을 펼쳤던 여성 국극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리꾼과 고수로 구성된 ‘판소리’를 기반으로 남녀 역할을 나눈 ‘창극’이 탄생했고, 박녹주 선생 등 여성 명창들이 모여 창극을 하는 여성 국극이 생겼다. 권씨는 극 중 최고 인기인 ‘매란 국극단’에서 진정한 소리꾼으로 거듭나는 천방지축 천재 소녀 정년이를 열연한 배우 김태리를 집중 지도했다. 촬영 현장 모니터링과 극중극 소리 일부를 구성 및 작창, 녹음 참여 등에도 권씨의 손길이 가닿았다. “지난해에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어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국극의 역사를 많은 분들이 알게 되고, 전에 없이 소리가 주목을 받으며 더 뿌듯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 중 특히 압권은 정년이가 ‘떡목’이 되는 부분이다. 판소리에서 너무 목을 혹사해 목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상청(고음)이 나지 않는 것을 ‘목이 부러졌다’, ‘떡목이 됐다’ 등으로 표현하는데 극 중 파트너를 잃고 불안함과 경쟁심, 득음에 대한 욕망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으로 한계에 도전하던 정년이가 끝내 떡목이 되는 과정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김태리씨와는 2021년 4월부터 연습을 시작해, 다 같이 소리의 고장 남원에 가 합숙 훈련을 하기도 하는 등 정말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떡목’을 그려내기 위한 과정이 기억에 남는데 쉰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촬영 전날 모여 4~5시간 계속 소리를 지르기도 했지요.” 이 같은 과정은 배우에게도, 그녀의 소리 스승이던 권씨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었다. 권씨가 대중의 이목을 끌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녀는 “범 내려온다”로 잘 알려진 ‘이날치’의 원년 멤버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활동하며 ‘K-국악’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린 이 중 한 명이다. 퓨전 국악, 판소리의 대중화 등 수식어를 자랑하지만, 그 배경엔 묵묵히 걸어 낸 전통 소리길이 있다. “어린 시절 ‘서편제’라는 작품이 나왔는데 그때 소리를 따라하는 성대모사를 하곤 했어요. 그런데 부모님께서 제가 소리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셨고, 마침 명창분이 멀지 않은 곳에 계셔서 그분을 스승님으로 삼아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인생에서 ‘정년이’와 같은 순간이 존재했다. 사춘기 시절 변성기가 찾아오며 목소리가 변하게 된 것이다. 인생에서 첫 번째 위기의 순간이었다. 다행히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렇게 꿈을 이어갈 수 있었다. 소리는 그녀의 인생에 또 다른 변화를 불러왔다. 소리꾼에게 있어 영원한 동반자인 ‘고수’를 인생의 동반자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권씨는 한 해가 갈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에서 느껴지는 깊이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판소리 마당을 묻자, 그녀는 ‘심청가’를 꼽았다. “아이를 낳고 인물이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이제는 ‘심청이’의 모친 곽씨 부인에 주목하게 됐는데, 소리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말이 인생의 경험이 얼마나 쌓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작품의 이야기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을수록 진짜 내 소리가 되는 기분입니다. 반면 예전에는 썩 좋아하지 않았던 ‘흥보가’가 요즘 들어 마음에 들어오게 되더라고요. 흥보 부인의 입장에서 서로가 정말 아끼고 좋아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며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깊어진 것인데, 이렇게 해마다 소리의 묘미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올 한 해 아티스트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고루 균형을 이루며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면서도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은 역시 소리꾼다웠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 판소리라는 음악 장르가 전통의 미학을 지키면서도 살아남는 길에 대해서도 꾸준히 고민하고 노력할 겁니다.”

새해 운동할 결심, 무릎에 약 되는 운동과 독 되는 운동은?

새해를 맞아 운동을 결심했다면, 신체 변화와 건강 상태에 맞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50대 이상이라면 연골과 인대가 약화돼 무릎 관절의 안정성이 많이 감소한 상태다. 이로 인해 체중과 움직임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대퇴사두근, 햄스트링, 종아리 근육을 강화하면 관절의 안정성을 높이고 부담을 줄이며 관절염 등 만성 질환의 발병 위험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무릎에 약이 되는 운동으로는 수영, 실내 자전거 타기, 빠르게 평지 걷기 등이 있다. 이러한 운동은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근육을 강화하고 안정성을 높인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때로는 독이 된다. 달리기, 점프 동작이 많은 고강도 에어로빅, 가파른 경사나 불규칙한 지형을 걷는 등산 등은 관절에 과도한 충격을 가해 연골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권오룡 연세스타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특히 겨울철 추운 날씨는 관절과 근육의 유연성을 떨어뜨려 부상의 위험을 높인다. 준비운동 없이 야외에서 달리거나 얼어붙은 길에서 미끄러지면 반월상 연골판 손상과 같은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장기적인 통증과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반월상연골판은 무릎 관절 내에서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탄력 있는 구조물로, 무릎이 원활하게 움직이도록 돕는다. 그러나 파열되면 무릎에서 소리가 나거나 통증, 부종, 운동제한 증상이 나타난다. 손상 시 정도에 따라 주사치료나 물리치료를 통해 통증과 염증을 조절하고 관절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손상이 심한 경우 관절경을 이용한 연골판 봉합술이나 제거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반월상연골판이 손상되거나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쿠션 역할을 하던 반월상연골판의 본래의 기능이 저하되어 조기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권 병원장은 “운동 전 후 준비운동은 반월상 연골판 파열과 같은 부상을 예방하는데 핵심”이라며 “운동 전에는 스트레칭과 가벼운 워밍업으로 관절과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필수이며, 운동 후 열감이 느껴진다면 냉찜질과 충분한 휴식을 통해 근육회복을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더 나은 삶의 방향을 꿈꾼다면…'삶의 태도'·'어떤 어른' [신간소개]

‘금연, 독서, 다이어트’. 새로운 1년이 시작될 때 늘 다짐을 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지고 싶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아 변화와 성장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서점가에도 다양한 에세이, 철학 서적이 자리 잡았다. 직면한 문제를 깊이 사유하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방법과 ‘좋은 어른’의 모습과 가치를 담아내 한 해를 시작하며 읽기 좋은 책들을 모아봤다. ■ 삶의 태도 (북플레저 刊) ‘사람은 변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서 시작돼 책 한 권이 완성됐다. 40년간 수많은 환자의 마음을 살피고 있는 반건호 정신과 의사가 신간 ‘삶의 태도’를 통해 변화란 무엇인지, 우리가 왜 변화할 수 없는지, 변화를 도와주는 도구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풀어냈다. 사람은 누구나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길 희망한다. 그러나 달라지고 싶다는 강한 염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코 변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내면에 있는 걸림돌들 때문이다. 책에서는 변화를 막는 4가지 요인으로 불안, 우울, 번아웃, 자존감을 꼽는다. 이것들은 과도한 걱정을 일으키며,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어렵게 만든다. 책은 이들을 걷어내 변화의 기반을 다지는 방법을 일러준 뒤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인 ‘시프트’에 대해 소개한다. 특히 시프트를 위해서는 유머, 공감, 회복력, 메타인지, 긍정심리학 등 5가지 도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새해가 됐는데 도대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에게 변화할 수 있는 ‘삶의 태도’를 알려준다. ■ 어떤 어른 (사계절 刊) “여러분이 어렸을 때 좋아했던 어른이 돼주세요. 만일 그런 어른을 만난 적이 없다면, 여러분에게 필요했던 바로 그 어른이 돼 주세요.’ 4년 전 ‘어린이라는 세계’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소영 작가가 에세이 ‘어떤 어른’을 출간했다. 어린이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의 자리를 살피고, 어린이가 또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필요한 어른의 역할을 탐색한다. 특히 책은 작가가 국내외의 크고 작은 책방, 도서관, 강연장 등에서 수많은 독자를 만나며 주고받은 직간접적인 대화 속에서 쓰였다. 작가는 일터인 독서교실을 비롯해 세탁소, 동네 식당, 산책로 등 일상의 공간과 학교, 도서관, 박물관 등 공공장소에서 어린이와 어른이 스쳐 지나가는 다양한 순간들을 담았다. 예를 들면 주인 잃은 강아지를 맡기기 위해 들이닥친 어린이들의 수선스러움을 내치지 않는 세탁소 사장님의 정다운 응대 같은 것들이다. 어린이의 시선이 닿는 자리에 있어야 할 어른의 모습, 어린이가 살아갈 미래의 밑그림을 보여주는 사람으로서 어른의 모습은 무엇일까. 우리가 ‘어떤 어른’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 다정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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