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 ‘직업계고 취업 정책’ 유명무실

특성화고 재구조화·학과 개편에도... 임금·업무차별 여전, 실효성 지적
1년 안에 줄퇴사, 취업률도 최저... 관계자 “현장 맞춤교육 도입할 것”
인천의 직업계고 졸업생의 25%만 취직하고, 취직자들도 1년 안에 무더기로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 이미지투데이

 

인천 부평구 한 특성화고등학교 출신 A씨는 지난해 3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있는 한 기계 제조업체에 회계·경리직으로 취업했다. 하지만 최저 시급 수준의 낮은 연봉에 단순한 업무만 반복하는 것에 지쳐 결국 1년도 못 버티고 퇴사,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A씨는 “고졸이라는 이유로 월급도 너무 적고, 경력을 쌓을 만한 일도 없기에 미래가 보이지 않아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미추홀구의 한 마이스터고등학교를 졸업한 B씨도 마찬가지. 지난해 3학년 2학기가 끝날 무렵, 송도국제도시의 한 중소기업에 취직했지만, 6개월만에 퇴사했다. 정직원인데도 곧 군대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 취급만 받았기 때문이다. B씨는 대입준비 시간이 부족해 일단 군입대를 해야만 했다.

 

인천시교육청의 직업계고 활성화 사업들이 헛바퀴만 돌고 있다. 특성화고 졸업자 10명 중 2~3명만 겨우 취업 하는데다, 취업자 10명 중 3명 이상이 1년안에 퇴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도성훈 교육감의 핵심 공약 사업으로 지난 2019년부터 직업계고를 상대로 재구조화 및 학과 개편, 취업 연계형 직무교육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직업계고 취지에 맞게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의 졸업생들이 대학 진학보다는 인천의 전략산업 인재로 자라 산업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인천지역 직업계고 학생들은 여전히 졸업 뒤 취업보다 대학 진학을 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의 직업계고 졸업생 4천675명의 중 취업자는 1천208명(25.8%)에 그친다. 반면 대학 진학은 2천94명(44.8%)에 이른다. 시교육청이 직업계고 교육 과정을 취업 위주로 바꿨지만, 여전히 졸업생 10명 중 5명 가까이는 대학 진학 등을 선택하는 것이다.

 

특히 취직한 졸업생들도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한 뒤, 대학 진학이나 군입대 등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국가교육통계센터가 지난 2022년 4월부터 1년간 건강보험 및 고용보험 가입 등을 통해 직업계고 졸업생의 유지취업률을 분석한 결과, 인천은 취업자 10명 중 3명 이상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4월1일 기준 인천의 직업계고 졸업 뒤 취업자는 1천526명이었지만 6개월 뒤 1천264명(82.8%)으로 줄었고, 지난해 4월1일에는 1천43명(68.3%)으로 감소했다.

 

시교육청은 직업계고 졸업생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에 취업하기 때문에 임금 수준과 복지가 열악하고, 차별을 받는 경우가 있어 이 같이 대학 진학이나 조기 퇴사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 현장에서는 직업계고 교육 과정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 한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는 “학교에서는 산업현장에서 필요없는 내용의 수업이 이뤄져 학생들이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졸업생의 조기 퇴사는 회사도 다시 인재를 찾아야 하는 문제가 있어 효율적인 학교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수년째 직업계고의 취지에 맞게 산업 현장 일꾼을 양성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학교별로 특성화한 직업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내년부터 추진, 취업률을 높여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