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세류동-교동 이발관과 마음속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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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발관과 조경 가게가 붙어 있다. 이발소보다 한 끗발 높아 보이는 이발관은 넥타이를 맨 중년 신사 같은 이미지다. 또 장소를 뜻하기보다 전문성의 급수를 과장한 텅 빈 중량감을 준다. 이발의 ‘이’ 자가 궁금해 사전을 조사하는데 무려 251개나 등장했다. 뜻글자는 정말 뜻이 많다. 이발은 다스릴 이(理)에 머리털 발(髮)이니 얼굴이 포함되는 이용(理容)보다는 조금 협소한 머리를 손질하는 곳이란 의미다.

 

이발관이 점점 사라지고 남자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는 처지가 됐다.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로지나를 향한 알 마비 바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계략을 펴는 피가로의 바리캉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커다란 양은주전자에 물 끓는 소리 들리는 난로가 있고, 거품 솔과 면도칼을 갈던 피레가 있는 복고풍이 그려진다. 그 옆의 마음속 정원은 타이틀 자체가 이발관보다 개량형이요 현대적이다. 마치 영자나 미숙 같은 구식 이름보다 보라, 별, 은하와 같은 상큼한 이름처럼 말이다.

 

딱딱함보다 부드럽고, 명사적인 것보다 형용사적이고, 직접적인 것보다 은유적인 게 좋다. 두 가게의 핸드폰 번호에 시대상이 강조됐다. 이젠 집전화로 전화하는 일이 없다. 가정과 사업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각 개인의 직접 소통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증거다. 장마가 길다. 곧 빛이 돌아오면 돌담길 호두나무에서 호두가 영글고 뭉게구름 뜬 미루나무에서 매미 소리 높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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