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아닌 ‘도로’로 버젓이⋯ 전동 휠체어 ‘위험천만’ [현장, 그곳&]

인도 개선 등 사고 예방 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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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0시께, 한 장애인이 전동보장구를 타고 인천 남동구청 인근 차로 위를 달리고 있다. 정성식기자

 

19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청 인근 도로.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과 함께 전동휠체어 운전자가 위태롭게 도로를 함께 달렸다. 전동휠체어는 부피가 커 주차해 놓은 차량과 운행 중인 자동차 사이를 지나가기엔 위태로워 보였다.

 

전동휠체어 등 전동 보장구는 ‘도로교통법’ 2조에 따라 도로가 아닌 인도로 달려야 한다. 전동휠체어는 최고속도 15㎞/h를 넘지 못해 비교적 느린데다가 폭이 커 자칫 도로 주행시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걸음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장애인들은 인도가 좁고 울퉁불퉁해 도로로 나왔다가 사고를 당하거나 목숨을 잃기도 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강모씨(81)는 “인도에는 나무 뿌리나 깨진 타일 등이 많아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기가 불편하다”며 “도로가 위험한 건 알지만 인도에 차를 물려 주차하는 경우도 있는 등 어쩔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인천 강화군 한 도로에서 차량이 전동휠체어를 추돌, 이용자인 90대 어르신이 사망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서구 한 터널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40대 남성이 도로를 주행하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이 같은 전동보장구 교통사고는 보행자 사고로 분류하기 때문에 통계도 따로 잡지 않는다. 경찰 등 각 기관에서도 막연한 추측만 할 뿐, 도로에서 얼마나 많은 전동휠체어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지 구체적인 수치 확인조차 불가능한 셈이다.

 

이날 인천시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과 각 지자체 지원으로 전동보장구를 구매한 장애인 숫자는 2017년 1천968명에서 2022년 3천400여 명까지 늘었다.

 

전동보장구를 탄 보행 약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 이들이 도로로 나오지 않도록 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용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동장구를 이용하는 분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도로로 나오는 이유를 찾아 인도 보행 환경 개선 등 선제적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도로 보수 등 근본적으로 사고를 예방할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예방 대책은 아니지만 어르신과 장애인 전동보장구 이용자라면 가입 절차 없이 사고발생 시 제3자에 대한 대인·대물 배상책임금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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