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냉장고

냉장고

                         황금모

 

날이 더워질수록

냉장고와 친해진다

 

학교에서 돌아와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생각날 때도

놀이터에서 흠뻑 땀 흘리고 들어와

얼음물이 생각날 때도

 

그런데 앗, 큰일이다

내 심장이 너무 차가워져서

수지 좋아하는 내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으면

어떡하지?

 

image
이미지투데이

 

첫사랑의 계절

어느 가정이고 간에 냉장고 없이 사는 집은 없다. 첩첩산중 절간에도 냉장고는 갖추고 지낸다. 여름은 냉장고와 더욱 절친한 계절. 시인은 이를 동심으로 들여다봤다. 재미있는 것은 냉장고로 인해 심장이 얼어 수지 좋아하는 마음까지 언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대목이다. 가히 아이다운 생각이다. 이런 게 동시다. 아이의 마음을 표 안 나게 슬쩍 훔쳐오는 게 좋은 시인이 할 일이요 솜씨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사춘기도 옛날보다는 이르다고 한다. 옛날엔 중학교나 가야 이성감정을 느꼈는데 요즘엔 초등 3, 4학년이면 어느새 사춘기란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들 쪽에서는 학습 외에도 아이들의 감정 체크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다는 것. 이 동시는 바로 사춘기에 접어든 남자아이의 마음을 냉장고에 빗대 보여주고 있다. 황순원 소설 ‘소나기’가 생각난다. 한적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을 담아낸 소설로 특별한 갈등 대신 두 소년 소녀의 심리상태를 수채화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 때 묻지 않은 동심을 어린 날엔 누구나 갖고 있었다. 이 작품 속의 ‘수지’는 모든 어른들의 마음속 소년소녀일 수 있다. 오늘은 가슴 안에서 잠자고 있는 수지를 깨워보자. 윤수천 아동문학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