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 MOU 실적 전무… ‘빛 좋은 개살구’

市, 지난해 양해각서 사업 줄무산·연장... 현실성 낮은 단순 ‘겉치레 협약’ 지적
일각선 “투자유치 관리 조례 제정해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전경. 인천경제청 제공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전경. 인천경제청 제공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지난해 양해각서(MOU)를 한 각종 투자유치 사업들이 줄줄이 무산 또는 연장 수순을 밟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이 같은 MOU가 겉치레에 그치는 만큼, 현실화 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송도국제도시 6공구에 에디슨 과학교육 박물관 및 유현준 테라스 타운 조성을 위해 참소리박물관 및 유현준건축사무소와 각각 MOU를 했다. 같은해 6월에는 송도에 영국 명문학교인 해로우 스쿨을 유치를 위해 아시아 설립 인허가 법인과 MOU를 했다. 8월에는 청라국제도시 e-스포츠산업 중심 게임특화단지를 만들기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청라 G테크시티 조성 사업 MOU를 했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나도록 MOU 다음 단계인 MOA(합의각서)나 실제 계약 등의 투자유치로 이어진 것은 단 1건도 없다.

 

에디슨 과학교육 박물관 및 유현준 테라스 타운 관련 MOU는 지난달 유효기간이 끝났다. 1년여 간 사업을 추진할 주체를 확정 짓지 못하면서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정하지도 못했다. 인천경제청은 참소리박물관·유현준건축사무소 등과 다음달 MOU를 다시 한 뒤, 후속조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송도 해로우 스쿨 유치를 위한 MOU도 최근 유효기간이 끝나면서 사실상 백지화 절차를 밟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해로우 스쿨 관련 법인과 막판 협의에 나서는 한편, 실패할 경우 또 다른 미국의 명문학교 유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청라 G테크시티 조성 사업 MOU는 최근 유효기간을 연말까지로 연장했다. 대기업·글로벌 기업 참여를 비롯해 LH와 토지가격 협상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다.

 

이와 함께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9월 송도 1공구 국제병원부지에 차병원과 안티에이징·난임 특화병원 MOU를 했지만, 그동안 한 발자국도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다음달께 차병원의 용역 결과를 토대로 논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안팎에선 인천경제청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만 남발하는 등 단순 ‘겉치레’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반면 부산시 등은 MOU 관리에 관한 조례 등을 제정해 사전에 충분한 검토, MOU 이후에도 수시로 추진 상황을 점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변병설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장은 “서로 간 관심 정도인 MOU 뿐, 대부분 사업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는 ‘겉치레’에 몰두해 현실성과 가능성 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의회 등이 나서 추진 상황을 점검하면서 단순 MOU에 그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MOU 이후 사업자의 재정상황 및 협의 지연에 따라 부득이하게 일부 연장 절차를 밟는 것”이라며 “사업자가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추진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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