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제9대 회장 "NGO 맏형 역할 최선다할 것"

사진=윤원규기자
사진=윤원규기자

“4차 산업혁명으로 세상은 발전해도 개인간 빈부격차가 커지고 물질적, 정신적 가난이 심화하는 문제가 나올 것입니다. NGO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크고 중요한 만큼 월드비전이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내겠습니다.”

과거 한국전쟁으로 인한 고아를 돕기 위해 한국월드비전이 생겨났다. 미국 등 전 세계에서 각종 도움을 받아왔던 우리나라는 70여년이 지난 현재 모금 활동을 통해 다른 국가를 주도적으로 돕고 있는 선진국 중 하나가 됐다. 100여개국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한국월드비전은 네 번째로 큰 후원국으로 성장한 상황이다. 제9대 한국월드비전을 이끌고 있는 조명환 회장을 만나 코로나19 속 월드비전의 현안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Q. 지난 1월 한국월드비전 신임 회장이 됐다. 소회는.

A. 저는 가난한 실향민 가정에서 자라면서 과거 45년간 후원을 받아온 어린이였다. 언젠가는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해야겠다는 사명을 늘 품고 살아왔다. 감사하게도 한국월드비전 회장으로 함께 할 수 있어 날마다 큰 감동과 감사함으로 지내는 중이다. 어린이를 돕는 일이 저의 운명이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기에, 크고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월드비전 회장 자리도 숙명으로 여기고 있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취약한 아동과 그 가정이 더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시기 월드비전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제가 갖고 있는 모든 지식과 경험을 쏟아 붓고자 한다.

Q. 오랜 기간 후원을 받아왔다고 한 것처럼 과거 다양한 경험을 겪어왔을 텐데. NGO에 참여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쳤나.

A. 갓난아기일 때부터 미국인 후원자 에드나 넬슨에게 매달 15달러와 편지를 받아왔다. 편지에는 항상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었고 그에 답변할 때마다 “세계 최고가 될 것이다”라는 응원을 받았다. 통상 후원 활동은 만 18세면 끝나는데 얼굴도, 나이도 모르는 양어머니 에드나는 제가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교수가 된 이후인 45살까지도 꾸준히 후원을 했다. 그때는 미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에야 ‘독특한 사랑’을 받아왔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에드나를 통해 자연스레 영어도 배우고 미국이라는 글로벌 시장을 가까이 접하게 되면서 유학도 꿈꿨다. 그때 ‘아이들에게 꿈이라는 게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것을 체감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면서 에이즈 관련 연구를 하던 교수님을 만났던 기억도 난다. 마침 에이즈는 국제적으로 퍼지고 있었다.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의 저개발국가에서 고통받는 사람이 많았던 시기다. 다행히 치료제는 개발됐지만 비싼 치료비 때문에 검사조차 망설이는 가난한 가족을 만나게 되면서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그 영향으로 지난해까지는 아시아태평양 에이즈학회 회장을 맡으며 후원금 모으는 일을 했다. 이런 점을 보면 월드비전까지 오게 된 것이 나의 운명이 아니었나 싶다.

저는 후원이 만든 증거이자 증인이다. 저처럼 가난 때문에 꿈조차 꿀 수 없는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 후원의 역할이다. 앞으로 한국월드비전 회장으로서 나눔의 가치를 알리고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

Q. 지난해 월드비전이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코로나19 등 어려움이 많은 시기였는데 올해 목표와 추진계획을 소개한다면.

A. 코로나19로 인해 아동을 취약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이전에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생계의 어려움으로 여아들의 조혼과 10대 임신율이 증가하고, 소득 감소로 인한 영양실조도 늘고 있다. 각국의 락 다운으로 가정폭력과 아동 폭력도 급증한 상태다. 코로나 이후에 학교로 돌아가기 어려운 아이들이 더 늘어날 수 있는 등 취약계층 가정 아이들에겐 일상 속 더 큰 위협이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올해는 코로나로 취약계층을 더 취약하게 만드는 현실적 생존문제를 해소하는 게 중점이다. 월드비전이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국내사업도 보다 확대할 계획이다. 가장 취약한 아동 계층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사회복지 조사 연구를 시작으로 체계적 지원책을 모색하겠다. 아울러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돌봄과 교육에 있어서도 그 누구 하나 소외받지 않도록 비대면 사회복지 프로그램 콘텐츠를 제작하고 보급하겠다.

또 월드비전은 우리 사회의 다음 세대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다양한 교육 기부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지구촌은 긴밀히 연결돼 있고 지구 반대편 국가의 문제는 우리 삶과 무관하지 않다. 지구가 직면한 절대 빈곤, 불평등, 기후변화, 갈등과 분쟁 등 이슈를 해결하는 주체로 성장하도록 월드비전이 적극 기여하겠다.

Q. 해외 월드비전과의 교류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 비대면 시대에서 월드비전이 구축한 교류 시스템도 궁금한데.

A. 월드비전은 100개국 2천500여개 사업장을 두고 있는 글로벌 NGO로 비대면 시대 이전부터 온라인으로 활발하게 소통했다. 이 중 20여개국은 한국처럼 모금을 해 ‘돕는’ 월드비전이고 나머지 80여개는 ‘도움을 받는’ 월드비전이다. 모든 사업장이 현지 직원들로 구성돼 있어 비대면으로 인한 피해는 없었다. 다만 정기적으로 현장 출장을 통해 점검하던 사업 보고들이 일부 어렵기는 해 모니터링을 철저히 진행하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있다.

Q. 한국월드비전에 보다 더 지원되거나 보탬이 됐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A.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제도나 지원이 정책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좋을 것 같다. 우선 기부금 세액 공제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행 기부금은 법정 기부금과 지정 기부금으로 나뉜다. 법정 기부금은 100% 세액 공제를 받는 반면, NGO 및 종교단체에 기부하는 지정 기부금은 15% 세액 공제를 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NGO다. 대기업이 2~3차 벤더를 두는 것처럼, 또 각 대학에 전공이 나뉘는 것처럼, 정부의 복지사업에 발맞추는 특화된 NGO들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러한 만큼 NGO나 사회복지법인의 기부금에 대해서도 법정 기부금에 준하는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세액 공제율이 상향 된다면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고 민간 주도의 기부금 증가를 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기부금품 모집 등록은 간소화하되 사후관리는 철저히 하는 시스템이 도입돼도 좋겠다. 지금은 기부금을 모집하려면 현행법에 의거해 사전에 주무관청 승인을 구해야 하는데, 그 행정 절차가 너무 어렵고 복잡해 걸림돌처럼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 이에 기부금 모집 등록은 간소화하고 기부금 사용에 대해서 철저히 감독하는 식의 체계가 잡히길 희망한다. 월드비전은 NGO의 대표이자 1위 기관으로서 우리에게 어울리고 적합한 복지 사업을 전개해나가며 다양한 NGO와 손을 모아 아이들의 꿈을 지원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

A. 한국월드비전의 성장 뒤에는 국제적 규모와 오랜 역사에 더해 전문적이고 헌신적인 구성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앞으로도 월드비전은 후원금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월드비전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를 향해 ‘우리나라엔 이런 NGO가 있다’고 자랑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고 싶다. 현재 한국은 미국, 캐나다, 호주 다음으로 4위에 위치해 있지만 2030년까지 미국과 한국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많은 후원자들과 힘을 합쳐 위기에 놓인 어린이들을 가장 먼저, 그리고 끝까지 돕겠다는 사명에 집중하겠다. 관심과 응원으로 지켜봐 주시길 당부한다. 감사하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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