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김성환 경기도박물관장 “즐거움 주는 박물관 될 것”

5대 전략·14개 과제 중단기 계획 수립, 2025년까지 3단계 구분 순차적 추진
소장품 중 절반 이상 도민 기증 유물, 차별화된 전시·체험교육 지속적 발굴
올해도 온라인 콘텐츠 적극 활용 계획, AI 문화해설사·실감콘텐츠 제작 주력

사진=윤원규기자
사진=윤원규기자

지난해 경기도 뮤지엄은 코로나19로 1년 중 절반 이상 문을 닫아야 했다.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8월 야심 차게 다시 문을 연 경기도박물관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도 문화예술기관의 ‘맏형’격인 경기도박물관의 김성환 관장을 지난달 28일 만나 지금 박물관의 역할과 필요성은 무엇이며, 도박물관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그는 “문종 1년 때인 1451년 4월부터 1년간 경기지역에 악질이 창궐했는데 전담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할 뿐만 아니라, 불교행사인 수륙재와 유교행사인 여제를 지내 공황상태에 빠진 도민의 심리상태를 안정시켰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문화예술은 이런 것”이라며 “경기도박물관도 도민의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움츠린 마음을 풀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겠다. 그게 우리의 할 일”이라고 간결하게 답했다. 경기도 1호 학예연구사에서 시작해 최근 수상한 ‘박물관미술관 발전 유공 정부포상’ 국무총리 표창까지, 이력은 괜히 붙는 게 아니었다.

Q 경기도박물관장으로 부임 후 박물관 리뉴얼, 코로나19 등 많은 일이 있었다.

A 그렇다. 지난 2년간 사실 도박물관은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했다. 1년은 리뉴얼로 휴관하고, 곧이어 코로나로 많은 관객이 오시지 못했다. 하지만 내부에선 혁신과 발전을 위한 끊임없는 사투를 이어나갔다. 도박물관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우선 지난해 8월 리뉴얼 이후 재개관을 하고 나서, ‘우리가 어떻게 운영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했다. 4개월간 내부 TF팀을 운영하고, 도민과 재단 직원 등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해 2025년까지 5년간 중단기 운영계획을 만들었다. 그 결과 정부와 재단, 박물관 이 세 가지 맥을 관통하는 문화정책 방향과 이슈를 담아냈다.

Q 중단기 발전계획의 세부 내용이 궁금하다.

A 여기서 나온 비전이 ‘여기가 경기!’, 미션은 ‘새롭게 보는 국가근본의 땅, 경기’다. 5대 전략 14개의 핵심 과제를 설정해 5년간 3단계 별로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는 그 첫 해인데 이 계획을 적극적으로 실행해 도민의 자랑이 될 도박물관으로 거듭 탄생하겠다. 사실 그동안 경기도박물관의 정체성 탐구에 소홀한 점이 분명히 있었다. 전시 리뉴얼 작업 하면서 경기 역사문화에 대한 정체성이 무엇인지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했다. 경기도 박물관의 정체성을 재설정하면서 새로운 비전과 미션이 나왔다. 이걸 어떻게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도박물관 정체성의 성패가 드러날 거라고 본다.

Q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경기도박물관의 인지도, 어떻게 판단하는가.

A 씁쓸하지만, 인지도는 십여 년 전과 비교하면 바닥 수준이다. 여러 원인이 있다. 내부적인 측면에서 보면, 도민에게 박물관에 오면 느낄 수 있는 감동과 만족도를 주지 못했다. 재정적인 이유 등이 있었지만, 도민의 인식, 기대는 변화하고 커 나가는데 도박물관은 개관 이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다 보니 내부에서 뚜렷한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고, 고객 이용 만족도는 떨어졌던 것 같다.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Q 결국 지난해 리뉴얼 한 것은, 도박물관이 새롭게 재출발하기 위해서 아닌가.

A 맞다. 리뉴얼 한 가장 큰 이유는 도민의 사랑을 다시 받기 위해서다. 도민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는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가고, 도민과 교류하다 보면 다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태어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올해는 움츠러든 도민의 마음을 조금씩 풀어 드리고 안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 문화를 즐기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

Q 기증유물은 도박물관만의 차별화 된 콘텐츠와 강점으로 늘 꼽힌다.

A 그렇다. 도박물관은 도민들이 기증한 유물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현재 3만5천여점의 소장품 중에 절반 이상이 도민의 기증품이다. 280여점에 달하는 지정문화재 역시 60% 이상이 기증품이다. 이런 사례는 전국 어느 기관을 살펴봐도 비교할 수 없다. 특히 이러한 자료 중에서 차별화된 1차 콘텐츠는 경기사대부의 초상화와 출토복식, 왕실도자라 할 수 있다. 100여점이 넘는 사대부 초상과 500년 조선시대 전 기간에 걸친 자료를 볼 수 있는 출토복식은 가히 압권이다. 이들에 대한 보존처리, 연구를 바탕으로 2차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전시, 체험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Q 비대면 시대, 박물관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준비 중인 게 있나.

A 지난해엔 코로나19로 25종의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해 도민에게 제공했다. 올해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첫 번째 과제다. AI 문화해설사와 실감콘텐츠 제작ㆍ구축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지원해 심사를 앞두고 있는데,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체험 프로그램을 소규모 그룹으로 선보인다. 입춘과 설명절, 대보름 등의 시점에 맞춰 가훈 써주기, 캘리그래피 체험, 소원지 쓰기 등을 프로그램을 소수 인원으로 진행하고, 콘서트와 공연도 구현할 예정이다.

Q 올해 도민에게 선보일 주요 전시와 박물관의 방향은 무엇인가.

A 특별전시는 올해 3건이다. 첫 번째는 지난 10여 년 동안 남북이 공동 발굴조사한 고려궁궐인 ‘만월대’를 4월 말부터 두 달간 전시할 예정이다. 통일부와 남북역사학자협의회가 함께 조사했는데, 북미 간 상황이 정리돼서 교류 방향으로 잡히면 전시도 더욱더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또 7월 말에는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유산보호협회와 협업해 경기 남부지역에서 최근에 조사된 고고학 자료를 중심으로 ‘경기도 백제문화’를 재조명한다. 마지막으로 AI, 3D 기술 등을 활용한 ‘초상화, 밖으로 걸어나오다’(가제)를 선보인다. 진열장에서 밋밋하게 펼쳐진 초상화를 입체적, 체험적으로 구현한다. 또 나눔 프로그램을 더욱 세밀하게 운영하고자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점자체험지를 제작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5개년 중단기 발전계획 5대 전략 중 첫 번째는 ‘체험교육의 일번지’다. 전시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한 체험과 교육을 중심으로 박물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Q 경기도 1호 학예연구사로 1990년 경기도박물관 건립 실무를 맡아 개관, 현재까지 성장을 함께했다. 도박물관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겠다.

A 학예연구사란 직제가 경기도에 처음 생겼을 때 1호가 됐다. 32년간 경기도박물관 등 경기문화재단에서 일했다. 여기서 배운 노하우가 나에게서 끝나지 않고, 후임자와 시스템에 전달되는 방법과 내 역할을 찾으려 한다. 얼마 전 받은 ‘박물관·미술관 발전 유공 정부포상’ 국무총리 표창은 지난 2년간 박물관 리뉴얼에 애쓴 박물관 식구를 대표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구성원 모두에게 애썼고, 잘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런데 본 게임은 이제부터다. 변화가 시작된, 도민의 사랑을 받는 도박물관이 되려면 지금부터 할 일이 많다.

지금 박물관은 역사와 문화적 이슈를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즐거움과 행복을 담아내야 한다. 그게 현재 경기도박물관이 나아갈 길이다. 도민들께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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