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구명’ 발언 논란 이모씨 “김 여사와 연락, 아주 오래전”

정대연·김혜리 기자

“도이치 주가조작 컨트롤타워 역할”로 유죄 판결 받은 인물

지난해 5월 해병대 1사단 초청 골프모임 추진 카톡방 멤버

파문 커지자 “VIP는 김계환 사령관 의미” 녹취 내용 부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 5월14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22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고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 5월14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22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고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해 채모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려 했을 때 ‘VIP’를 통해 구명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난 이모씨는 과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김건희 여사와 연결돼 있는 인물이다.

이씨는 자신의 발언이 보도된 뒤 임 전 사단장과 아는 사이도 아니고 구명 활동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김 여사와의 연결고리는 VIP 운운한 그의 말을 ‘허풍’으로 속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씨는 미등록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의 전 대표로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6000만원을 선고했는데, 그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김 여사 계좌를 관리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씨가 주가조작 2차 시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고 인정했다. 이씨는 재판에서 ‘모 회장님’과 주가조작 공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으로부터 김 여사를 소개받은 적이 있다면서도 “김 여사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9일 변호사 A씨와 통화하면서 “이 ××(임 전 사단장) 사표 낸다고 그래 가지고 내가 못하게 했거든”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전직 경호처 직원 B씨로부터 임 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내가 VIP한테 얘기할 테니까 절대 사표 내지 말라고 전하라”고 B씨에게 말했다고 했다. VIP는 통상 대통령을 지칭할 때 쓰인다. 이씨와 A·B씨는 모두 해병대 출신으로, 지난해 5월 임 전 사단장이 재직 중인 해병대 1사단 초청을 받아 골프모임을 추진했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멤버다.

이씨는 10일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김 여사와 연락한 건 아주 오래전”이라며 “현재는 번호도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동아일보에 말했다. 그는 “VIP는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가 아니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사령관 측 김영수 변호사는 이날 경향신문에 “해병대 사령관을 VIP라고 호칭할 거라고 믿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씨는 임 전 사단장 사퇴를 막았다고 말한 것도 B씨가 임 전 사단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읽어준 것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씨가 이처럼 자신이 지난해 했던 말을 번복하면서 진위를 가리는 일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몫이 됐다. 공수처는 이씨와 임 전 사단장의 관계부터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씨와 임 전 사단장은 모두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런데 이씨가 지난 3월4일 A씨와 통화한 내용을 보면 그는 “너는 성근이를, 임 사단장을 안 만났구나”라고 말했다. 이씨 자신은 임 전 사단장을 만난 적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 대화 전개로 해석된다.

이씨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할 수 있는 위치였는지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그가 일반적으로 대통령을 뜻하는 VIP를 언급하긴 했지만 주가조작 사건으로 연이 있는 김 여사와 달리 윤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는 드러난 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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