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밥도둑
[경제밥도둑] 삼쩜삼과 세무사회는 왜 싸울까···제2의 로톡 논란?

세무플랫폼 ‘삼쩜삼’과 한국세무사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세무사회는 삼쩜삼이 세금을 돌려받아줄 것처럼 과장 광고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은 뒤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탈세를 조장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삼쩜삼은 ‘납세자를 돕는 혁신 플랫폼으로, 합법적으로 사업하고 있다’고 맞선다. 플랫폼업체가 전문직과 갈등한다는 면에서 ‘제2의 로톡 사건’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쩜삼은 누적 가입자 2000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세금환급신고 대행 플랫폼이다. 실질적으론 노동자이지만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임금의 3.3%가 원천징수되는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들이 주요 고객이다. 삼쩜삼은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이들의 세급 환급 신고를 돕고, 예상 환급액의 최대 20%를 수수료로 받는다. 일반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연말정산을 안내하고 도와주지만, 프리랜서들은 스스로 국세청에 환급 신청을 해야 한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과장 광고·개인정보 수집” vs “주민번호 파기”

가장 문제가 된 대목은 과장 광고와 개인정보 수집 논란이다. 삼쩜삼은 잠재 고객들에게 “1인 평균 환급액 19만7500원” “확인 가능한 휴면환급금이 있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 회원가입을 유도한다. 정작 조회를 해보면 환급금이 없거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세무사회는 지난 5월 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와 토스 등 세무 플랫폼 업체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과장 광고 혐의로 신고했다. 세무사회는 “허위 세금 환급액을 제시해 소비자를 현혹하고, 회원가입을 유도해 국세청 홈택스 등에 있는 개인정보를 가로챘다”며 “소비자들이 회원가입하면 실제로 환급금이 없는 경우가 속출해, 삼쩜삼의 환급신청 광고는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방편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삼쩜삼은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는 국세청에 환급을 신청한 즉시 파기한다고 반박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해 6월 주민등록번호 무단 수집 등을 이유로 삼쩜삼 측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억541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따라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를 보관하지 않고 즉시 파기하도록 내부 방침을 바꿨다는 것이 삼쩜삼의 입장이다.

“탈세 조장” vs “고객이 잘못 신고”

세무 플랫폼의 탈세 조장 논란도 벌어졌다. 세무사회는 “소득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수입을 누락하거나 인적공제를 부당하게 적용하는 식으로 탈세를 조장하고 있다”며 지난 6월 삼쩜삼 등 세무플랫폼들을 국세청에 고발했다. 일례로 가족 중 장애인이 2명인 고객이 세무플랫폼을 통해 세금환급을 신청하면서 장애인 공제를 4명으로 허위 신청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삼쩜삼 측은 환급신청은 100% 자동화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하기에 탈세 조장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환급신청은 삼쩜삼 앱이 고객의 동의를 받아 국세청 홈택스에 직접 접근해 데이터를 자동 인식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삼쩜삼 관계자는 “고객의 데이터를 삼쩜삼이 내려받는게 아니라 화면을 캡처해 가장 공제를 많이 받을 방법을 도출하고 자동으로 신청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객이 잘못 신고하는 경우는 있다고 했다. 삼쩜삼 관계자는 “장애인 공제, 부양가족 공제 등은 본인이 직접 신고하게 돼 있는데, 고객 본인이 안내문을 충분히 읽고도 잘못 누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등장에 따른 신·구 산업간 갈등

겉으로는 개인정보 침해와 탈세 여부로 다투고 있지만, 본질적으론 플랫폼 등장에 따른 신·구 산업의 갈등 양상을 띤다. 대한변호사협회와 플랫폼이 소송전을 벌였던 이른바 ‘로톡 사태’와 비슷하다.

세무사회는 삼쩜삼이 무자격 세무대리를 함으로써 ‘세무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세무대리를 할 수 있다’는 세무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무자격 세무대리가 아니다”라며 불기소 처분해, 일단 삼쩜삼의 손을 들어줬다. 삼쩜삼 관계자는 “세무사는 무엇을 공제할 수 있고 없는지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는데, 삼쩜삼은 자동화 시스템이기 때문에 가치 판단을 할 수 없다”며 “홈택스 신고를 대행해주는 단순 역할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세무사들의 주요 고객은 법인이고, 삼쩜삼은 저소득 프리랜서라 업무 영역이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무사들이 삼쩜삼에 반발하는 이유는 세무 플랫폼의 성장세가 가파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삼쩜삼은 2020년 출시한 지 4년 만에 누적 가입자 2000만명, 누적 환급액 1조원을 달성했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세무사들도 인공지능(AI)이나 자동화된 세무 프로그램의 시장 진입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면서도 “문제는 삼쩜삼을 용인하면 네이버나 카카오가 세무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고 전체 세무시장에서 세무사의 입지가 줄어든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국세청도 AI 홈택스 개발

국세청은 세무 플랫폼의 과장광고나 환급세액 과다 청구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개입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자칫 기업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국세청은 플랫폼 노동자 등 인적용역 사업자들에게 직접 환급금을 찾아주는 ‘환급금 찾아주기’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비싼 이용료를 내야 하는 민간 플랫폼보다는 홈택스를 이용해 납세자가 직접 세금 환급을 신청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국세청은 300억원을 들여 올해부터 홈택스 고도화 사업을 추진 중이며 내년 초 AI 홈택스를 개통할 계획이다.

역설적이게도 국세청 홈택스 서비스의 발전은 민간 세무 플랫폼을 위협할 수 있다. 홈택스 이용이 편해지면 고객들이 굳이 삼쩜삼에 20%의 수수료를 내고 환급을 신청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삼쩜삼은 지난 3월 코스닥 상장에 실패했다. 한국거래소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세청이 무료 세금환급 서비스의 편의성을 높이면 삼쩜삼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부가 기업 활동을 장려한다는 이유로 플랫폼을 규제 사각지대에 둬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플랫폼이 개인정보를 함부로 수집하거나 탈세를 조장한다면 페널티를 주는 등 규제당국이 감독해야 한다”며 “플랫폼 사업을 허용하되 세무사회의 정당한 문제 제기가 있으면 허가제·신고제 식으로 사업을 보완하면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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