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건축 기사

  •  ‘디지털’이란 착각의 바다 속 따개비가 된 우리

    ‘디지털’이란 착각의 바다 속 따개비가 된 우리

    인터넷 웹사이트, 코드, 데이터, 알고리즘, 인공지능(AI)…. 우리의 일상의 일부가 된 ‘디지털 세상’을 구성하는 토대가 되는 기술들이다. 디지털 기술이 일상을 지배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이를 이용하는 동시에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작업들이 미술관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미술관으로 들어온 웹사이트눈에 띄는 것은 송예환 작가다. 송예환은 웹디자이너로, 사용자를 소외시키고 플랫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획일적 웹디자인의 문법을 비틀며 이를 오프라인 전시장의 설치 작품으로 끌고 나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두산아트랩 전시 참여 작가 5인 중 하나로 선정된 데 이어 제24회 송은미술대상 본선 참여 작가로 선정됐다. 오는 4월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적인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인 ‘젊은 모색’에 참여한 15명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서울 강남구 지갤러리에서는 송예환의 개인전 ‘인터넷 따개비들(The Internet Barnacles)’가 열리고...
  •  “예술은 억압에 굴하지 않는다”···4·19부터 비상계엄까지, 포스터가 된 시국선언

    “예술은 억압에 굴하지 않는다”···4·19부터 비상계엄까지, 포스터가 된 시국선언

    시각 디자이너들이 1960년 4·19 혁명부터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2024년 12·3 비상계엄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등장했던 ‘시국선언문’을 시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 실천’은 63개의 정상급 현업 디자이너(개인 및 단체)가 참여한 ‘시대 정신’ 프로젝트를 10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한다고 9일 밝혔다.일상의 실천 측은 “민주주의와 시민의 역할을 시각적으로 재조명하기 위한 시도”라며 “대한민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에 발표된 시국 선언문을 기반으로 디자인된 포스터를 통해 권력의 남용에 맞선 시민의 저항과 민주주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고 밝혔다.시대 정신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직후 기획됐다. 1960년 4·19혁명 이후 65년 간 발표된 220여 건의 주요 시국선언을 아카이브한 뒤, 신진부터 유명 디자이너가 한자리에 모여 정리된 시국선언 중 단어와...
  •  거미 조각부터 국보 ‘금강전도’까지···몰려오는 세계 걸작들, 눈 호강하네

    거미 조각부터 국보 ‘금강전도’까지···몰려오는 세계 걸작들, 눈 호강하네

    거대한 거미 조각 ‘마망’(Maman·엄마)으로 유명한 루이스 부르주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 이불의 대규모 회고전, 극사실주의 조각으로 세계적 스타가 된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의 아시아 첫 개인전까지. 2025년엔 세계적 거장의 작품 세계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가 찾아온다.루이즈 부르주아가 물들이는 가을올해 가을은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의 계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리즈·키아프가 동시에 열리는 이 기간, 미술관과 갤러리들은 한 해 가장 공들인 전시를 이 시기 선보이는데, 국내 대표적 미술관과 갤러리가 모두 부르주아를 선택했다. 호암미술관과 국제갤러리 두 곳에서 부르주아의 개인전이 동시에 열린다.호암미술관은 8월 국내에서 25년 만에 열리는 부르주아의 대규모 개인전을 선보인다. 호암미술관 야외에 설치된 9m 높이의 ‘엄마’(Maman, 1999)와 3m 높이의 작은 ‘엄마’를 비롯해 ‘밀실 XI(초상...
  •  모래언덕에서 펼쳐지는 초현실주의 놀이 [카메라 워크 K]
    카메라 워크 K

    모래언덕에서 펼쳐지는 초현실주의 놀이

    뉴욕 월스트리트의 한 변호사 사무실. 신입 필경사 ‘바틀비’는 서류를 검토하라는 변호사의 지시에 아주 부드럽고 단호하게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저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I would prefer not to.”허먼 멜빌의 소설 <필경사 바틀비>의 한 대목이다. 아주 성실해 보였던 필경사 바틀비가 아무 이유도 없이 자기 본연의 업무를 ‘단호하게’ 거부하자 변호사는 어떻게 직원을 다루어야 할지 몰라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린다. 월급을 올려 달라는 뻔한 항의의 표시가 아니었기에 변호사는 당황할 수밖에.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는 바틀비의 말과 행동은 체제에 깊게 편입된 우리에게 당혹스러운 상대가 아닐 수 없다.우리는 필경사 바틀비와 비슷한 인물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 그리고 다른 예술작품에서도 발견된다. 초현실주의자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중산모를 쓴 신사,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의 ‘만우절’ 시리즈에 나오는 고깔모...
  •  갤러리 주방으로 들어간 작가···예술이 된 ‘노동의 순간’

    갤러리 주방으로 들어간 작가···예술이 된 ‘노동의 순간’

    <흑백요리사>의 한 장면일까. 화면 중앙 검은색 옷 입은 요리사가 다 조리된 요리를 접시에 올리고 있다. 왼쪽의 하얀색 옷을 입은 조리사는 손에 뭔가를 들고 있는데, 적란운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른 연기 탓에 무엇인지 알아보기 어렵다.박진아 작가는 갤러리 전시장이 아닌 레스토랑 주방을 방문했다. 우연히 살짝 열린 문틈으로 주방의 치열한 노동 현장을 목격했다. 하앟게 피어오른 연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수평으로 뻗은 조리대와 수직으로 걸린 프라이팬···분주한 주방의 풍경이 박진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국제갤러리 레스토랑 주방 풍경을 담은 ‘키친’ 연작은 그렇게 탄생했다.일상의 순간을 스냅 사진 찍듯 캔버스로 옮겨온 박진아가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돌과 연기와 피아노’를 열고 있다.이번 전시에서 박진아는 레스토랑 주방의 분주한 모습, 피아노 공장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제작공정, 전시가 열리기 전 작품 설치가 한창인 미술관의 모습을 화폭...
  •  [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공간은 의식을 지배하는가? 또 다른 '윤석열 미스터리'
    허남설 기자의 집동네땅

    공간은 의식을 지배하는가? 또 다른 '윤석열 미스터리'

    위엄의 공간서 저항 상징 된 미 내셔널몰처럼내란 사태로 분노한 민심, 공간 새롭게 규정설계된 공간·내재된 의식 ‘불변의 것’ 아냐현대 사회의 프로세스는 만들어가기 나름대통령 윤석열의 이미지는 원래 독선, 막무가내, ‘무데뽀’ 같은 것들이었다. 12·3 비상계엄 이후엔 그가 아주 미스터리한 인물로 보이기 시작했다.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한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사람이 부정선거론에 심취하기까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군대를 동원해 부정선거의 전모를 밝히려고 했다는 윤석열은 마치 총기 난사 직전 테러의 명분을 강변하는 ‘외로운 늑대’ 같았다. 극단적 고립 속에서나 키울 법한 망상을 어떻게 유능한 관료들에 둘러싸인 대통령이 하게 됐을까?이 미스터리와 씨름하다 보면 계속 샅바를 붙잡는 장면이 하나 있다. 2022년 3월, 윤석열은 대통령 당선 직후 ‘제왕적 대통령’을 벗어나겠다며 취임 전 반드시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
  •  부처님과 하이파이브 어때?···버려진 미륵이 본 ‘과거를 품은 미래’

    부처님과 하이파이브 어때?···버려진 미륵이 본 ‘과거를 품은 미래’

    미륵은 어디에나 있다. 시골 마을의 어귀나 들판, 버려진 축사나 공장 옆에서 불현듯 커다란 얼굴을 드러냈다. 버려지고 방치된 채였으나 이끼바위쿠르르의 눈엔 세월을 버티며 세상을 지켜본 목격자 혹은 생존자 같아 보였다. 이끼바위쿠르르는 약 1년 동안 전국 60여 곳을 다니며 미륵을 카메라에 담았다.이끼바위쿠르르는 조지은, 고결, 김중원으로 이뤄진 ‘시각 연구 밴드’다. 이끼가 덮인 바위를 뜻하는 ‘이끼바위’와 ‘쿠르르’라는 의성어를 합성한 말이다.무엇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독특한 이름처럼, 이들의 작업 또한 여러 경계를 넘나들며 확장한다. 2022년 세계적인 현대미술 전시회인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 참여한 유일한 한국 작가였던 이끼바위쿠르르는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제도 등을 다니며 전쟁과 식민주의에 대해 탐구한 ‘열대 이야기’, 제주도 해녀들의 항일운동을 다룬 ‘해초 이야기’ 등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식민과 전쟁, 문명과 자연, 생태 등을 다면적으로 탐구하는 ...
  •  충북을 문화의 바다로…충북도, ‘문화의 바다 그랜드 프로젝트’ 추진

    충북을 문화의 바다로…충북도, ‘문화의 바다 그랜드 프로젝트’ 추진

    충북도가 대규모 공연장을 조성하는 등 문화 인프라 확충 사업에 나선다.김영환 충북지사는 26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충북의 독창적인 문화와 관광자원을 활용해 국제적 랜드마크를 만드는 ‘문화의 바다 그랜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김 지사는 “문화의 바다 그랜드 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공연장인 충북아트센터, 청주에서 제천으로 이전하는 자치연수원에 미술관, 문학관을 조성하고 도청 본관에는 그림책도서관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충북도는 우선 충북도청 본관을 2026년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방한다. 1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도청 본관을 그림책도서관, 미술관, 북 카페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내년 7월부터 도청 본관 새 단장 공사에 들어가 오는 2026년 준공한 뒤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충북도청 본관은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1937년에 지어졌다.충북도는 지역 최대 규모의 공연·전시장 충북아트센터 조성사업도 추진한다. 총사업비...
  •  흔들리는 것이 물인가, 산인가···‘영상의 구도자’ 비올라의 사후 첫 전시

    흔들리는 것이 물인가, 산인가···‘영상의 구도자’ 비올라의 사후 첫 전시

    물 위에 웅장한 산맥이 우뚝 솟았다. 사실은 전시장 바닥 물웅덩이 위에 설치된 스크린에 산의 영상이 보이는 것이다. 누군가 물을 휘젓는다. 보통 산은 견고하고, 일렁이는 것은 물결이다. 그런데 이번엔 산이 물결처럼 흔들린다. 스크린 속 산의 모습은 물에 투사한 영상이 반사된 것이기 때문이다.‘비디오 아트의 거장’ 빌 비올라(1951~2024)의 ‘무빙 스틸니스: 마운틴 레이니어 1979’(1979)다. 미국 워싱턴주의 가장 높은 산봉우리인 레이니어산, 불변할 것 같은 견고한 산을 비올라는 끊임없이 변하고 유동하는 이미지로 만들었다. 비올라는 “산이라는 이미지는 견고하고 변함없는 상수의 성격을 띠는 것 같지만, 사실 일련의 요소들이 그 순간 우연히 맞아떨어진 결과일 뿐이며, 각 변수는 독립적이고 끝없이 가변적”이라고 말했다.선불교의 영향을 받기도 한 비올라는 고정된 실체란 없고 모든 것이 관계에 따라 변한다는 불교적 메시지를 물결에 반사된 빛과 함께 신비롭게 흔들리는 산...
  •  문화 테러리스트·미디어 아트 창시자·선지자···‘백남준’을 알고 있나요?

    문화 테러리스트·미디어 아트 창시자·선지자···‘백남준’을 알고 있나요?

    백남준(1932~2006)은 한국 현대미술에서 우뚝 솟은 산과 같다고 생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중앙에 18.5m 높이의 ‘다다익선’(1988)이 우뚝 솟아있고,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층을 10m 너비의 ‘서울 랩소디’(2001)가 벽면을 가득 채운다. 세계(서구) 미술과 한국 미술이 만나는 거의 모든 교차점에서 백남준의 이름이 언급된다. 유럽과 미국을 무대로 활약했던 백남준은 돌이켜보면 원조 한류이자 ‘K아트’의 선구자였다. 누구나 백남준의 이름과 구식 브라운관 TV를 쌓아 올린 작품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백남준을 잘 안다’는 뜻일까?‘한국이 낳은 세계적 미술가’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 등 화려한 수식어를 얻기까지 백남준이 밟아온 예술의 궤적을 조망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부산 을숙도에 있는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에서다. 실험적이고 혁신적 예술운동인 플럭서스(Fluxus)의 일원으로 선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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