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랩 라운드테이블
월가에서 가장 믿을 만한 투자 전문지로 꼽히는 배런스(Barron’s)는 매년 수차례 업계의 우수한 전문가들을 초청해 라운드테이블을 연다. 전설적인 투자 대가 피터 린치도 멤버였다. 그는 이 라운드테이블을 ‘주말의 골칫거리’라며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독자와 소통하는 자리였다는 의미다.
중앙일보 머니랩이 국내 내로라하는 투자 전문가들을 모아 한국판 ‘라운드테이블’을 이어간다. 이번 회차에는 연기금 대표 매니저인 박진호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장(최고투자책임자), 수퍼개미 출신 백지윤 블래쉬자산운용 대표, 롱바이어스드(Long Biased·주식매수 비중 우위) 전략의 대표 매니저로 꼽히는 이한영 보고펀드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가나다순)이 한자리에 앉아 어려운 한국 증시 속 투자 기회를 찾는다.
라운드테이블은 총 2회에 걸쳐 연재된다. ▶1회는 트럼프 시대의 한국 증시와 수혜주 찾기(클릭) ▶2회는 위기의 삼성전자와 한국 증시를 좌우할 반도체 전망을 다룬다.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엔비디아에 이어 브로드컴·마벨테크놀로지 등 해외 반도체 기업 주가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대표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조금 오르다 빠지기를 반복하며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삼성전자는 연초만 해도 ‘10만 전자’를 외쳤지만 ‘4만 전자’까지 추락하며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삼성전자에 대해 라운드테이블 참석자들은 “지금 주가가 역사적으로 싸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그렇다고 선뜻 지금 매수하라고 권하지는 않았다. 박진호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장은 “삼성전자가 기술력 1등 프리미엄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과거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삼성전자를 보유하고 있고, 기대를 가지고 있는 주주가 많다. 삼성전자 주가 반등의 조건은 무엇일까. 가격 메리트가 생긴 삼성전자와 기술력을 입증한 SK하이닉스 중 어떤 주식이 더 나을까. 더불어 반도체의 봄은 언제 올까. 국내 증시의 대들보인 반도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머니랩 라운드테이블에서 풀어보자.
라운드테이블 참석자
박진호 부문장은 ‘펀드매니저 사관학교’로 불리는 서울대 투자연구회 ‘스믹(SMIC)’의 발기인이다. 첫 입사한 미래에셋투신운용(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합병)에서 ‘3억 만들기 솔로몬’ ‘인디펜던스’ ‘디스커버리’ 등 간판 펀드 운용을 도맡았다. 현재 NH아문디자산운용에서는 1조원이 넘는 ‘A연기금 가치주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대표 공모펀드인 ‘아이사랑 적립식펀드’는 2005년 처음 설정돼 올해로 19년째 운용되는 장수 상품이다. 연기금 펀드를 운용하는 만큼 밸런스 투자에 강점이 있고, 성장가치형 스타일을 추구한다
백지윤 대표는 2018년 반도체 장비업체인 파크시스템스 지분을 5% 넘게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면서 수퍼개미 반열에 들게 됐다. 만화가 허영만의『주식타짜』에 주식 고수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후 2017년 블래쉬투자자문을 시작으로 2018년 블래쉬자산운용을 설립했다. 블래쉬자산운용은 신생 운용사지만 대표 롱숏 펀드를 2021~2022년 연속 상위권에 올리며 시장에서 실력을 입증했다. 선호 주식은 성장 가능성이 높으면서 가격이 매력적인 가치주다.
이한영 본부장은 DS자산운용의 ‘한자펀드’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끈 한국의 롱바이어스드(Long Biased·주식매수 비중 우위) 전략 대표 매니저로 꼽힌다. 2020~2022년 3년 연속 대한민국 펀드 대상 ‘올해의 펀드매니저(사모부문)’를 수상했다. 2023년 보고펀드자산운용으로 옮긴 뒤 ‘보고 VOYAGE 일반사모투자신탁 펀드’를 새롭게 선보이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선호하는 주식은 산업의 밸류체인(공급망)을 지배하는 기업이다.
- 삼성전자 저가 매수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정말 싼가.
백지윤 : 현재 5만원대인 삼성전자 주가는 분기당 적자를 내는 다운사이클이 정점일 때의 주당순자산비율(PBR) 수준이다. 기업의 이익 체력과 비교해 보면 분명 ‘싼 것’은 맞다. 여기에 최근 10조원 자사주 매입도 발표했으니 주가를 받치겠다는 회사의 의지도 강력해 보인다. 하지만 단지 싸다는 이유로 매수하기에는 당장에 오를 만한 모멘텀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