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취득가액 8000만원 이상인 법인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는 제도가 시행되자, 취득가를 거짓으로 낮춰 신고하는 ‘꼼수 법인차’들이 있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중앙일보가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수입 법인차 차량 모델 및 신고가액’ 자료에 따르면 올해 1, 2월 두 달 간 취득가액 8000만원 이상인 수입 법인차량 수는 5762대(1월 2660대, 2월 3102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7047대)보다 18%가량 줄었다.
그런데 취득가액이 8000만원에 약간 못 미쳐 연두색 번호판 대상에서 제외된 7000만~8000만원 사이 수입 법인차들은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등록된 이 가격대의 수입 법인차는 1075대(1월 350대, 2월 725대)였지만, 올해는 1110대(1월 559대, 2월 551대)로 소폭 늘었다. 법인차 표시 효과가 있는 ‘연두색 번호판’을 피하기 위해 8000만원 미만 차량을 구매한 법인들이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
연두색 피한 ‘컨버터블 스포츠카’ 사업목적?
문제는 연두색 번호판을 피하기 위해 자동차 등록 과정의 허점을 활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법인차량의 취득가액은 자동차 등록증의 ‘비고’란에 쓰는 ‘자동차 출고(취득)가격’으로 결정되는데, 실제 출고가 8000만원이 넘는 수입차를 8000만원 미만에 구입한 것처럼 취득가를 낮추는 수법을 쓰는 법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는 국내 딜러사가 판매가를 정하는 점을 이용해 일부 딜러사가 할인 혜택을 적용한 것처럼 꾸며 ‘다운 계약서·영수증’을 작성해주는 방식으로 문서상 차량 가격을 낮춰 준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주영 의원실에 따르면, 국토부에 올해 2월까지 등록된 취득가 7000만~8000만원 수입 법인차량 1110대를 분석해보니 이중 시중 출고가액이 8000만원 이상인 차량은 912대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8000만~9500만원 628대 ▶9500만~1억원 271대 ▶1억원~1억1000만원 11대 ▶1억2000만원 이상 2대 등이다. 특히 이들 차량 중엔 컨버터블 스포츠카(12대), 캠핑 트레일러(1대) 등도 포함돼 있었다.
고가 법인차량에 대한 연두색 번호판 부착은 윤석열 대통령이 법인차량의 사적 사용을 방지하겠다며 대선 때 공약한 제도다. 연두색의 법인 전용 번호판을 달지 않은 경우 운행경비·감가상각비 등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차량의 사용 목적과 취득가액의 진위여부 등을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동차 담당 부서나 차량등록사업소들이 법인과 수입차 딜러사 간 세부 계약 내용까지 알 수는 없다”며, 꼼수 등록 의혹에 대해선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목적 외 사용’ 명확히하고, 모니터링을”
전문가들은 고가 법인차량의 목적 외 사용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모니터링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연두색 번호판 도입 이후 ‘낙인효과’ 탓에 필요 외의 고가 법인차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생겼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고급 차량이라도 법인이 사업상 필요해 의전용으로 쓴다면 문제가 아닌데, 임원 가족 등 자격없는 사람이 임의로 쓰는 게 문제”라며 “현재 추상적인 ‘목적 외 사용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