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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한 채' 찾아 상경 투자…아파트·주택 매매도 서울-지방 양극화

서울 아파트 21주 연속 상승…외지인 거래 가구 20% 넘어
대구 미분양 적체 명암 뚜렷

대구 시내의 한 건설현장. 매일신문 DB
대구 시내의 한 건설현장. 매일신문 DB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박재현(40) 씨. 언젠가부터 그는 매일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한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부터 시작해 가락동, 인근 강동구까지 세 식구가 살만한 아파트 매물을 살피고 시세를 확인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가격에 '서울 집을 사려면 오늘이 제일 싸'라고 생각하지만, 대구 집이 도무지 팔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박 씨는 "대봉동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데 3월부터 매물로 내놨지만 한 차례 '입질'이 왔을 뿐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면서 "주말부부라 대구 집을 정리하고 서울에 제대로 된 집을 마련하려는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꺼내든 부동산 공급대책으로 '부동산 양극화'는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수도권 공급을 풀어 치솟는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똘똘한 한 채'라는 상경 투자 기대를 외려 부채질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이 굳어지면서 미분양 적체를 겪는 지방 부동산 시장과의 명암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의 '8월 둘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그 전주보다 0.32% 올라 21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심지어 5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가 '8·8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은 직후지만 날뛰는 서울 집값은 도무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이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서울에서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상경 투자 수요에 불을 지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에 편중된 대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서울 아파트 공급 증가에 대한 기대감만 높인다는 지적이다.

징조는 이미 보인다. 부동산원의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통계를 보면 6월 거래된 서울 아파트 8천845가구 중 1천812가구(20.48%)는 외지인이 사들였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1월(17.44%)을 제외하고 2월~6월까지 서울 전체 아파트 중 외지인 거래 가구가 20%를 넘어섰다.

6월에 거래된 서울 주택 9천91가구 중 2천147가구(23.61%)도 외지인이 사들였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외지인 거래 비중은 모두 20% 이상이었다.

반면 지역 부동산 시장은 불경기를 면치 못하고 있다. 6월에 거래된 대구 아파트는 2천685가구로 서울의 30% 수준에 그쳤다. 이 가운데 서울 사람이 대구에서 아파트를 사들인 비율(33가구)은 1.22%였다. 1월(1.87%)을 제외하고 2월부터 6월까지 서울 거주 매입자가 대구 아파트를 산 비중은 1.5%대 수준이거나 이를 밑돌았다.

경북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중 5월(2.3%)을 제외하고 서울에 거주지를 둔 매입자가 경북에서 아파트를 사들인 비중은 0.95~1.4%대였다.

대구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역 부동산 시장은 한마디로 '할인 시장'이다. 지난 정부에서 수도권 공급을 옥죄자 대형사들이 너도나도 대구로 몰려와 아파트를 지어 미분양 사태를 만든 때문"이라면서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으로 매수 심리를 자극하는데다 정부가 쏟아낸 공급 물량까지 더해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는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부터도 '이럴 때 대구 어디에 집을 사면 좋겠느냐'고 조언을 구하는 분들에게 '여유 있으면 서울 집 사라'고 권할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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