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으로 인해 의과대학 학생들이 모두 교정을 떠난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의과대학 교실은 5개월째 텅빈채 먼지만 쌓이고 있다.
2학기 개강을 앞둔 가운데,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로 돌아오지 않고 있으며, 일선 대학에서는 집단유급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11시경 대구 중구 동인동에 있는 경북대 의학대학 본관. 맞은편 병원 건물에는 환자와 의료진들의 인기척이 이어졌으나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이곳 건물에선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외부인 출입통제'라는 안내문구가 부착된 본관 1층 출입문을 지나는 학생들을 찾아볼수 없었다.
경북대 의과대학 관계자는 "의정갈등이나 하계방학과 무관하게 보안상의 문제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년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의학대학 본과 재학생들은 이 시기에도 수업이나 실습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정적은 평상시와 다른 풍경이었다.
경북대 관계자는 "현재 수업 현장에 복귀한 일부 예과학생들을 대상으로 산격동 캠퍼스에서 계절학기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학기에 재학생 약 10%가 복귀한 가운데, 본과학생들을 위한 의료실습 등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남구 대명동에 있는 영남대 의과대학 또한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 건물에는 세미나실을 비롯해 현미경실이나 예방의학교실 등 다양한 실습실이 마련돼있으나 건물에서 학생들이 오간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계명대 의대와 대구가톨릭대 의대 또한 건물입구에서부터 외부인 접근을 제한한다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건물 내에서 강의나 실습을 진행하는 상황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생 증원에 반발한 의료진들이 파업을 시작한지 어느덧 5개월이 지나가는 가운데, 의대생들의 복귀가 이어지지 않으며 집단 유급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정부측에서도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유연학기운영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학생들의 복귀에는 즉각적인 효과가 아직까지 없다. 한 대학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으나, 과연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다음학기에 돌아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올해 국가고시를 봐야하는 의대 본과 4학년 다수가 시험 응시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상황은 의대생뿐만 아니라 의료계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실시되는 국가고시는 22~26일 접수를 받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응시대상 학생 약 95%가 시험 주관기관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항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사직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후배 의대생들을 향한 '파업 동참 요구'가 이어지고 있어 신규 의사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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