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출산한 A(38)씨는 최근 아랫배가 뻐근하면서 소변이 급하고 소변을 볼 때마다 무언가가 만져지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아이를 안을 때마다 '밑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 병원을 찾았다. 받은 진단은 '골반장기탈출증'이었다.
여성들이 말하는 증상 중 소위 '밑이 빠진다'라는 느낌의 증상이 대개 골반장기탈출증인 경우가 많다. 내원하는 환자 연령은 대부분 60~80대라 중·노년 여성의 병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는 수치심, 부끄러움으로 쉬쉬하다가 상태가 나빠져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 골반장기탈출증이란?
골반 내 근육과 인대는 장기가 안전하게 체내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지 역할을 해 준다. 그런데 이 근육과 인대도 임신과 출산, 노화 등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느슨해지거나 약해진다. 그렇게 되면 골반 내에 위치해야 하는 자궁이나 방광, 혹은 직장 등의 장기가 정상적인 위치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때 여성들이 "밑이 빠지는 느낌"이라는 표현을 쓴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이처럼 골반 내에 장기를 지지해주는 근육과 인대 등이 약해지면서 그 안에 위치해야 되는 자궁, 방광 혹은 직장 등의 장기가 정상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질을 통해 밑으로 처지거나 질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일컫는다.
골반장기탈출증이 생기는 원인은 대개 출산할 때 난산을 겪었거나, 완경, 노화 등을 들 수 있다. 장태규 계명대동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출산을 경험한 여성은 골반 내 조직들이 크게 늘어났다가 어느 정도 수축되지만, 분만 이전의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지는 않는다"며 "여기에 노화가 진행되면서 결합조직들의 탄성이 점차 줄어들고 형태적으로 늘어나며, 이를 붙잡아줘야 할 근육들이 감소하면서 복부 압력을 견디지 못해 골반 내 장기들이 아래로 처지면 골반장기탈출증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생활에서 겪는 위험요소도 있다. 비만 체형이거나 천식, 만성변비 등을 앓고 있는 경우, 무거운 물건을 장기간 오래 드는 직업을 가진 여성은 복압의 지속적인 증가를 가져올 수 있어 골반장기탈출증에 걸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유전적인 요인도 있어서 가족력이 있다면 3~4배 정도는 더 위험할 수 있다.
◆ 묵직하고 빠지는 느낌이 들 때는 병원을 찾아야
골반장기탈출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의사에게 "밑이 묵직하고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소변이 자주 마렵고, 봐도 시원하지 않다", "배변이 곤란하거나 개운하지 않고, 불쾌감이 든다", "손가락으로 질 벽을 눌러야 대변이 나온다", "웃거나 재채기 할 때 또는 운동 중에 소변이 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래쪽 허리가 아프고, 골반 통증이 느껴진다" 와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이러한 증상을 바탕으로 요실금 등을 포함한 배뇨장애, 요로감염 유무, 부인과적 질환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 외에도 탈출된 장기에 대한 부인과 진찰 및 영상 검사를 통해 진단을 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질병을 쉬쉬하다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 자칫 방치하면 신체활동을 할 때마다 마찰로 인한 염증, 출혈로 고생하고 심지어 대소변 보는 것까지 힘들어지는 등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 로봇 수술로 빠른 회복 가능
골반장기탈출증은 증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1기부터 빠진 장기를 밀어넣어도 안 들어갈 정도로 심해지는 4기까지로 구분한다. 1기 정도의 경증일 경우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케겔 운동이나 약물치료, 복부 압력을 가중시키는 일이나 쪼그려 앉기, 무거운 물건 들기 등을 피하는 생활습관 교정으로 증상이 나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골반내 장기가 질 입구까지 내려온 2기 이상의 경우나 요실금과 변실금이 동반됐다면 수술적 처치가 필요하다. 수술을 받을 경우 골반 내 장기의 구조를 정상적으로 되돌리고 요실금이나 변실금 같은 동반 질환까지 개선할 수 있다.
수술은 탈출된 장기의 위치나 정도에 따라 질 쪽으로 접근하는 방법(질식), 복부 쪽으로 접근하는 방법(복식) 등을 쓴다. 예전에 개복수술, 질식수술 혹은 복강경 수술로 대부분의 수술을 시행했으나 수술 시간이 3~4시간으로 길며 회복까지 상당한 입원 기간이 필요하여 환자들의 부담이 컸다.
최근에는 로봇수술의 도입으로 최소 침습적 수술이 가능해져 절개 부위가 작아지고 수술 시간도 줄어들어 통증이 적고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장태규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은 대부분 고령 여성 환자이므로 로봇 수술의 도입으로 인해 환자 부담이 줄어서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도움말 장태규 계명대동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
◆ 골반장기탈출증의 예방법
1) 복부 압력을 증가시키는 습관 버리자 (쪼그려 앉거나 무거운 것 들기 등)
2) 배변시 무리하게 힘을 주지 말자 (골반근육과 결체조직이 약해지고 손상 받을 수 있다)
3)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 비만이 되지 않게 하자
4)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자 (헬스 등을 피하고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권장)
5) 금연을 하자 (흡연은 골반장기탈출증의 위험요인일 뿐만 아니라 흡연에 의한 기침으로 골반장기 탈출증이 가속화 될 수 있다)
6) 변비가 있다면 빨리 치료하자
7) 곡물이나 과일, 채소 등의 고섬유 음식을 섭취하여 대장을 건강하게 하자
8) 골반장기탈출증이 의심되면 골반에 힘을 주는 케겔 운동을 하자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향해 압박 강도 높인 韓…'야권 탄핵 공세 빌미될라' 우려도
尹대통령 7일 대국민담화·기자회견…"분명한 사과 있어야"
한동훈 "김 여사 즉시 대외 활동 중단…尹은 사과해야"
"대한민국 성장의 새로운 중심축, 대구경북특별시"…비수도권 거점 경제축 조성
'갓 튀긴 라면'으로 모두 홀렸다…구미라면축제 "맛, 가격, 낭만 다 잡으며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