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테니스 안 쳐도 생길 수 있는 '테니스 엘보우'

택배 기사의 팔꿈치. 클립아트 코리아 제공. 사진은 기사 사실과 무관함.
택배 기사의 팔꿈치. 클립아트 코리아 제공. 사진은 기사 사실과 무관함.

택배 기사인 A씨는 며칠 전부터 팔꿈치가 쑤셔오기 시작했다. 추워지는 날씨에 팔꿈치 관절이 굳은 상태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한 탓에 관절에 무리가 갔다고 생각해 파스를 붙이는 식으로 처치하긴 했지만 통증은 더 심해졌고 결국에는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테니스 엘보우'라 불리는 '주관절 외측 상과염' 진단을 내렸다. A씨는 "테니스는 쳐 본 적이 없는데 '테니스 엘보우'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팔꿈치에 생기는 통증 중 흔한 원인 중 하나가 주관절 외측 상과염이다. 주로 '테니스 엘보우'라보 불리는 이 질환은 테니스, 골프 등 팔을 쓰는 운동을 많이 거나 직업상 팔을 많이 쓰는 경우에 발생한다. 요즘은 테니스를 친 적이 없어도 주관절 외측 상과염을 진단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테니스 엘보우로 아픈 팔꿈치 부위. 클립아트 코리아 제공.
테니스 엘보우로 아픈 팔꿈치 부위. 클립아트 코리아 제공.

◆ 전완부 근육의 과도한 사용이 원인

팔꿈치의 '상과'는 팔꿈치의 안쪽과 바깥쪽에 돌출된 뼈를 의미한다. 이 뼈에는 손목과 손가락을 움직이는 많은 힘줄이 붙어 있다. 이 부위의 힘줄에 과도한 힘이 가해지면 힘줄의 내부에 미세한 파열과 더불어 힘줄내에 염증이 발생하고 통증이 생기는데, 팔꿈치 관절의 바깥쪽에 염증이 생기면 외측 상과염이라고 한다.

외측 상과염은 전완부 근육의 과도한 반복 사용이 원인으로, 테니스나 골프처럼 긴 라켓을 이용하는 스포츠를 하는 경우도 잘 발생하며, 요리사, 미용사, 건설노동자, 현장기술자, 택배 배달업 처럼 반복적인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에도 자주 발생한다. 그리고 가사노동을 하는 주부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증상이 발생하면 외측 상과 부위의 통증으로 식사, 양치질, 머리감기 같은 일상적 활동 시에도 많은 불편감을 호소한다. 외측 상과 부위의 압통을 확인 할 수 있으며 무게를 들거나 저항이 있는 상태에서 손목을 뒤로 젖히는 동작을 할 때 통증이 유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경철 W병원 수부미세재건센터 정형외과 원장은 "엑스레이나 초음파, MRI 등으로 주관절 외측 상과염을 진단할 수 있는데 대개 외측 상과 부위 힘줄이 손상되거나 석회화되는 등의 소견이 흔하게 발견된다"고 말했다.

클립아트 코리아 제공.
클립아트 코리아 제공.

◆ 체외충격파·주사치료 효과 있어

외측 상과염 치료를 위해 최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체외충격파(ESWT·Extracorporeal Shock Wave Therapy) 치료다. 고에너지 음파를 이용한 체외충격파 치료는 힘줄 조직의 재생을 도와주고 증상 호전을 빠르게 하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주사 치료 역시 많이 시행되고 있는데 그 중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는 강력한 항염증 작용을 하므로 즉각적인 증상 호전을 보인다. 하지만 힘줄의 재생을 도와주는 치료는 아니고,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는데 증상이 다시 악화돼 재차 주사 치료를 했을 때 증상 경감 기간이 줄어드는 내성이 생길 수 있고, 연부조직 위축, 피부 탈색소화, 피하지방 괴사 같은 부작용이 있으므로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혈액에서 혈소판과 비슷한 밀도를 가진 재생인자를 선택적으로 추출, 외측 상과 부위에 주입하는 혈소판 농축 혈장주사(PRP·Platelet Rich Plasma) 치료도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2019년 우리나라도 주관절 상과염 치료에 대해 신 의료기술로 승인됐었다. 혈소판 농축 혈장을 무균적, 선택적으로 추출하기 위해 특수 키트 사용이 필요해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싼 단점이 있지만 6개월 이상의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 적용했을 때 치료 효과가 좋은 편이다.

6개월~1년 이상 여러 가지 보존적 치료를 했지만 통증이 지속되거나 통증이 비정상적으로 심한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변성이 돼 통증의 원인이 되는 힘줄 조직을 잘라내는 '개방적 변연절제술'을 주로 시행하고 관절경을 이용한 수술도 시행되는데 이러한 수술 방법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우선 휴식, 스트레칭 등으로 무리 말아야

주관절 외측 상과염의 치료법 중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충분한 휴식이다. 김 원장은 "먼저 팔꿈치와 전완부의 과도한 반복 사용을 줄이고 생활 습관 속에서 외측 상과염을 유발하는 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과도한 힘이 외측 상과에 전달되지 않게 보조기 착용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칭은 힘줄 손상 후 통증의 원인이 된 조직이 쪼그라들지 않게 해 주고 힘줄에 건강한 자극을 주어 재생을 돕는다. 단, 통증을 느낄 정도로 과하지 않게, 약간 뻐근할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이 외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복용, 물리치료 같은 기본적인 방법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원장은 "외측 상과염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근골격계 질환이지만 치료가 쉽지 않고, 유병기간이 길어 이에 대한 환자의 자세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며 "대부분은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므로 위에서 언급한 일상 생활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노력부터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W병원 수부미세재건센터 정형외과 전문의, 수부외과 세부전문의 김경철 원장. W병원 제공.
W병원 수부미세재건센터 정형외과 전문의, 수부외과 세부전문의 김경철 원장. W병원 제공.

도움말 W병원 수부미세재건센터 김경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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