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설노조 집회에 극심한 혼잡…시민보다 시위대 우선인가

    [사설] 건설노조 집회에 극심한 혼잡…시민보다 시위대 우선인가

    징검다리 연휴에 끼인 지난 2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서울 한복판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경찰 추산 5100여 명의 노조원은 서울지하철 시청역과 숭례문 사이에서 임금 삭감안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경찰이 숭례문 방면 4차로 중 3…

    • [취재수첩] 역대급 혼란에 빠진 대입, 2026학년도 입시도 안갯속

      ‘83명 vs 4478명’지난 6월과 9월 치러진 모의평가에서 국어 영역 만점을 받은 수험생 수다. 3개월 사이 국어 만점자가 50배, 전 과목 만점자는 6명에서 63명으로 10배 늘었다. 의대 증원으로 그 어느 때보다 ‘n수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수능 난이도마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올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전례 없는 불확실성 속에 수능을 맞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할 말은 있다. 모평은 연습 기회이므로 이를 통해 그해 수험생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적정 난이도를 조절하겠다고 한다. 결국 수능 난이도를 잘 맞추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교육 현장에서는 수능의 최종 난이도 조절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입시 안정성을 해치는 대입 정책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대통령이 갑자기 들고나온 킬러문항 배제 정책이 그 시작이다. 수능을 불과 5개월여 앞둔 시점에 파급 효과가 큰 정책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4년 사전 예고제 같은 원칙은 잊힌 지 오래였다. 킬러문항 배제가 물수능과 변별력 부족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가 뒤따르자 정부는 준킬러문항이라고 불리는 문제를 잔뜩 출제했다. 지난해 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으로 치러진 이유다.올 들어서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라는 ‘핵폭탄급’ 이슈가 등장했다. 지방대 의대생을 비롯한 상위권 n수생이 대거 유입될 것이란 전망에 6월 모평은 지난해 수능보다 더 어렵게 출제됐다. 정부는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문제를 출제해 킬러문항이 없었다고 했지만 ‘킬러문항을 킬러문항이라고 부르

      [취재수첩] 역대급 혼란에 빠진 대입, 2026학년도 입시도 안갯속
    • [기고] 특허 빅데이터로 혁신의 보물창고를 열자

      우리 앞에 거대한 지식의 보물 창고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창고 안에는 세계 각국의 첨단 기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빼곡히 쌓여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창고를 온전히 활용할 수 없다.작년 말 한 중소기업이 이 보물 창고의 문을 열고 값진 성과를 얻었다. 플라스틱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이 국내 최초로 ‘극저온 LNG 펌프용 베어링’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일본과 유럽 업체가 장악하던 시장에서 특허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이 기업은 선도 업체의 특허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베어링 구조와 소재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았다. 특허 기술문서인 명세서와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분야를 꼼꼼히 살펴 최적의 설계 방향을 찾아냈다. 그러면서 경쟁사의 시험장치 특허를 분석해 이 기업만의 독자적인 성능 테스트 장치를 개발하는 실마리도 얻었다.이처럼 특허 데이터는 기업의 기술 혁신과 제품 개발을 위해 활용 가능한 상세하고 체계적인 기술 정보의 보고다. 이뿐만이 아니다. 특허 빅데이터는 이 기업에 더 큰 도전 기회도 제공했다. 그들은 이제 초저온뿐만 아니라 우주 탐사선에 쓰이는 초고온 베어링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고 있다.상표 빅데이터의 활용은 또 다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위조상품 무역 규모가 연간 약 11조원(2022년 기준)에 이른다. 이런 막대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기업은 상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인공지능(AI) 위조상품 모니터링 업체들은 AI라는 첨단 도구로 상표 빅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이를 통해 위조 상품을 효과적으로 탐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상표 빅데이터

      [기고] 특허 빅데이터로 혁신의 보물창고를 열자
    • [한경에세이] 영화로 한 발 더 다가선 韓·伊

      영화는 언어와 국경의 장벽을 뛰어넘는, 음악·문학·사진·시가 담긴 종합예술이다. 개인적으로 영화야말로 사람들 간 유대감을 강화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유하고, 미래를 꿈꾸게 해주는 강력한 힘이 있는 매체라고 생각한다.이탈리아에서는 날씨가 좋은 계절이면 야외에서 영화를 상영하곤 하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 지금까지 어린 시절 야외극장에서 본 영화에 대한 추억이 생생할 만큼 우리네 삶에 영화가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놀랍게도 나는 이런 감성을 한국에서도 경험했다.한국과 이탈리아 영화는 너무나 다르지만, 양국 국민의 영화 사랑은 비슷하다. 이탈리아 영화는 페데리코 펠리니, 로베르토 로셀리니 등 ‘네오리얼리즘’의 거장들로 유명하다. ‘오징어 게임’과 같은 K콘텐츠의 성공에 힘입어 한국 영화도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K드라마의 흥행까지 더해져 요즘 이탈리아에서는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런 작품들은 이탈리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 덕분에 한국어의 언어적 아름다움에 매료돼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도 부쩍 많아졌다.한편으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탈리아 영화도 많다. 대표적으로 마시모 트로이시의 유작 ‘일 포스티노’와 오스카상을 수상한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작품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모두 세대를 뛰어넘는 감동적인 작품으로, 혹시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한국 사람들의 영화 사랑을 방증이라도 하듯 한국에는 일 년 내내 다양한 영화제가 열린다. 마침 명실공히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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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연의 시적인 순간] 가을엔 왜 기억력이 좋아질까

      지난주 몸이 세 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바빴다. 서울에서 광주로. 다시 광주에서 영덕으로. 다시 포항에서 서울로 그렇게 바삐 움직이다 보니 문득 가을이 가까이 와 있다. 가을비가 지나간 자리가 서늘해서 좋다. 싱그러운 여름날을 한 일도 없이 뭉텅뭉텅 보내버렸다는 죄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렇다고 너무 상심할 필요는 없다. 좋은 일은 상심한 자리에 씨를 뿌리니까.경북 지역 국어 교사 모임 씨앗의 초청을 받아 영덕 연수원에 다녀왔다. 강연장에 들어서자 커다란 스크린화면 맨 위쪽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시인과 밤을 지새운 적 있나요?” 나의 고교 선배이자 씨앗 회장이기도 한 박민 선생님이 보낸 문자가 그제야 기억났다. “밤새 시 읽고, 노래하고, 술 마시기로 한 거 잊지 않으셨죠?” 그때 나는 노래를 빼는 조건으로 승낙했다.이날 사회를 본 씨앗 회장님이 준비한 영상 자료는 지금껏 내가 해온 행사 포스터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번 만났을 때, 내가 하는 모임들이 다 재미있어 보인다고 했는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중에서도 ‘시버거’를 이야기할 땐 나도 생기가 돌았다. 시버거는 내가 하는 프로그램 중에서도 서둘러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즉석 시 창작 프로그램이다. 사물의 마음을 패티처럼 쌓아 올려 만든 시버거 하나 낭독하고 나면 절로 감탄이 터진다. 그게 다다. 시인의 문장을 재료 삼아 자기가 만든 시버거를 함께 나누는 것. 그것만으로도 허기진 마음이 가시고 배가 부르다.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감탄이 터져 나왔는데, 그 소리가 정말 듣기 좋았다. 함께 나눌 대상을 머금어야 나올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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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자칼럼] "국장 탈출은 지능 순"

      미국 개미들의 성지로 불리는 주식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는 2021년 초 게임스톱을 둘러싼 월가 헤지펀드와 개인투자자 간 투자 전쟁에서 개미들의 본거지 역할을 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가장 유행한 말이 “Hold the line, Bros! (형제들이여 전선을 사수하라)”였다. 게임스톱에 대한 헤지펀드의 대규모 공매도에 개미들은 이 구호 아래 ‘존버’의 미국식 표현인 ‘diamond hands’를 외치며 주식 매집으로 맞섰다.미국에 월스리트베츠가 있다면 한국엔 디시인사이드 주식 갤러리가 있다. 이 온라인 커뮤니티는 2020년 가을 개미들을 미국 증시로 이끄는 일련의 유행어를 양산했다. “돈을 넣어두면 자동으로 돈이 더 생겨. 한마디로 돈이 복사가 된다고” 하는 ‘돈 복사기론’과 함께 “나스닥은 신이고, (나스닥에 투자하는) 나는 무적이다”라는 ‘나스닥 신론’이 대표적이다.서학 개미를 자극하는 유행어들은 한층 자극적으로 진화했다. 최근 증시의 최대 유행어는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다. 똑똑한 투자자들은 미장(미국 증시)으로 ‘주식 이민’을 가고, 멍청한 투자자만 국장(한국 증시)에 남는다는 참으로 자조적인 표현이다. 일본에도 자국 증시에 대해 ‘오와콘’(オワコン·한물간 콘텐츠)과 같은 말이 있지만, 자조의 강도가 우리 쪽이 훨씬 강하다.통계를 보면 국장 탈출론에 반론을 대기 어렵다. 올해 세계 주요 22개국 증시와 3분기까지 수익률을 비교하면 코스피는 20위, 코스닥은 꼴찌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 통화 가치가 폭락한 멕시코보다도 저조하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의 시가총액이 35조원 증가한 반면 유가증권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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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석탄 시대'와 작별한 영국

      이달 초 세계 언론이 영국 노팅엄셔의 한적한 마을인 랫클리프온소어에 주목했다. 전기 생산을 위해 142년간 석탄을 태운 영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2012년만 해도 영국은 석탄을 사용해 전체 사용 전기의 40%를 생산했다. 2024년 현재는 제로(0)에 도달했다. 세계에서 15번째로 전기 소비가 많은 국가인 영국에서 12년 만에 이룬 성과다.영국의 단계적인 석탄발전 폐지가 지닌 의미를 생각해봐야 할 때다. 현재 세계 전기 생산의 약 3분의 1은 여전히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는 필수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탄소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55% 줄이고, 2040년까지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당장 석탄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지구 온난화를 1.5도 이하로 제한한다는 2015년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영국에서 석탄을 없애는 일은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시장을 성장시키는 수단이다. 영국은 재생에너지 부문을 키우면 양질의 고임금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이라고 믿는다. 이 때문에 새로운 노동당 정부는 2030년까지 신규 녹색 일자리 65만 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가 환경뿐 아니라 경제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그렇다면 영국의 단계적 석탄발전 폐지가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다른 국가에 어떤 교훈을 줄까. 첫째는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명확하고 집중적인 목표의 중요성이다. 영국은 2008년 기후변화법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법적인 장치를 마련했

      [기고] '석탄 시대'와 작별한 영국
    • [한경에세이] 기업은 구성원이 구매하는 상품이다

      송길영 작가는 최근 출간한 <시대예보: 호명사회>에서 “홀로 선 핵개인들이 조직에 속한 이름 대신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호명사회가 오고 있다”며 “호명사회는 개인이 자신이 한 일을 책임지고 온전히 자신이 한 일에 보상받는 새로운 시대”라고 말한다. 이는 현대사회의 변화와 함께 기업이 구성원을 대하는 마인드도 새롭게 정립해야 함을 시사한다.기업은 지금까지처럼 구성원을 단순히 ‘고용’한다는 생각을 넘어서 그들을 ‘고객’으로 대해야 한다. 앞으로 기업은 인재들이 자신의 커리어 성장 목표에 맞춰 ‘구매’하는 하나의 ‘상품’과 같은 개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수 인재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기업은 조직 내부에 성장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명확한 브랜딩과 마케팅을 통해 고용시장에 알려야 한다.고운세상코스메틱은 2012년부터 ‘학습과 성장, 소통과 협력’이라는 핵심 가치를 수립해서 구성원의 성장에 힘써왔다. 지난해에는 이를 ‘자립과 성장, 연대와 협력’으로 표현을 바꿔 ‘건강하고 자유로운 1인 기업가들의 공동체’라는 회사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인사제도와 시스템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1인 기업가로 성장하고자 하는 수많은 청년의 바람을 반영하듯 작년 공채는 2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여줬다. 그들은 벌써 각자의 영역에서 연차가 무색하게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조직의 울타리를 벗어나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독립된 전문가로서의 성장을 돕기 위해 마케팅 경력 2년 차 구성원에게 10억원 규모 프로젝트를 단독으로 맡기는 등 도전적인 과제를 부여하는 경우도 많다. 큰

      [한경에세이] 기업은 구성원이 구매하는 상품이다
    • 주식투자에 심리학과 인공지능이 들어왔다 [칼럼]

      한국 투자자들이 대부분의 돈을 투자하는 자산을 들자면 부동산과 주식을 꼽을 수 있다. 부동산은 한번에 거래되는 금액이 크고, 투자기간이 비교적 장기적이라 침체기를 겪으면 활황기를 맞기도 한다.그러나 주식의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우선 적은 금액으로도 참여가 가능해 성별, 나이를 가리지 않고 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하루에도 수십퍼센트의 금액이 오르고 내린다. 몇 년치 이자를 하루만에 벌기도, 잃기도 한다.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이러한 현상에 익숙해지면 은행의 금리 정도는 피부에 와 닿지 않게 된다. 개인들이 큰 금액을 벌었다면 더욱 많은 금액에 도전하기 쉽다. 손해를 봤다고 하더라도 본전을 찾기 위해 물을 타는 행위를 하게 된다. 대개의 개인 투자자들이 비슷한 모습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계좌가 손실이 난 주식들로 즐비한 투자자들이 많다. 한국의 주식 시장을 전 세계 시장의 4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비교해보면 1%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주식 좀 한다는 전문가 중에는 “전날 미국의 증시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 사람이&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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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혁신 선순환의 조건

      고래는 한때 인류의 중요한 에너지 자원이었다. 고래 몸속에서 나온 기름은 태울 때 냄새와 그을음이 덜해 18~19세기 미국과 유럽에서 어둠을 밝히는 램프 연료로 사용됐다. 당연히 고래를 잡는 포경산업에 돈이 몰렸다. 대규모 포경 선단을 꾸리기 위해 자본가는 물론 일반 시민의 투자까지 받았다. 지구 한 바퀴를 도는 3~4년의 험난한 항해가 끝나면 결과물로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모험투자가 기본인 벤처캐피털(VC)의 시초였던 셈이다.19세기 초 고래기름 수요가 늘면서 포경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노련한 선원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임금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고래기름 가격을 끌어올렸다. 연간 8만여 마리의 고래가 남획돼 유한 자원의 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일상화한 구조 변화 대비해야복합적인 문제가 터져 나오던 그때 처음 개발된 게 석유 증류 기술이다. 원유에서 추출한 값싼 등유는 고래기름의 대체재가 됐다. 때마침 미국 동부에서 인공적인 석유시추 사업이 시작돼 안정적인 공급을 뒷받침했다. 100년 넘게 이어진 포경산업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포경산업의 급속한 몰락과 석유산업의 부상은 산업사(史)의 중요한 구조적 변화 장면 중 하나다. 기술 발전과 이로 인한 대체 산업군의 등장, 새로운 시장의 출현은 정상적인 산업 생태계에 작동하는 혁신 시스템이다. 혁신은 기존의 틀을 깨고 신기술과 효율적인 생산 방식을 이끌어내 다층적 부가가치 창출의 토대를 만든다. 차별화된 기술력이 쌓아 올린 탄탄한 기술 진입 장벽은 생존 경쟁력의 밑거름이 된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진행되는 디지털 전환(DX)의 물결 속에서 구조적 변화는 이미 일상화된

      [데스크 칼럼] 혁신 선순환의 조건
    • [다산칼럼] 기술 전환기 한국이 맞는 기회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현재의 세계 경제 상황이 1920년대 대공황 때와 비슷하다고 경고해 충격을 줬다. 경제공황의 현실화 여부를 떠나 그가 ‘기술혁신’을 100년 전과 오늘날의 위기를 촉발한 유사점 중 하나로 본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혁신적인 기술은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요인이었고 오늘날 우리는 또 다른 기술혁명의 한가운데 서 있기 때문이다.18세기 증기기관과 방직기의 발명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은 영국을 세계 최초의 산업국가로 만들었다. 영국은 식민지 확장을 통해 원자재를 확보하고 시장을 지배하는 동시에 자유무역을 세계 경제의 새 패러다임으로 내세우며 정치적 지배 없이도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는 그 이전까지 스페인이 주도하던 중상주의 세계 조류를 제국주의로 전환했다.19세기 말 독일은 가솔린 엔진 발명을 위시해 화학·전기 분야에서 앞서가며 2차 산업혁명을 주도했다. 또한 국가 주도 금융·산업 연계 체제로 해외 인프라에 투자하고 식민지 원자재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자국의 중화학공업을 완성해 갔다. 이런 독일의 전략은 아시아에서 일본에 의해 모방됐고, 결과적으로 영국과 독일의 충돌, 그리고 일본의 야욕이 더해지면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초래했다.20세기 미국은 이동식 조립라인 기술 혁신으로 대량생산·소비에 기반한 경제 모델을 탄생시켰다. ‘포드주의’(Fordism)로 불린 이 모델은 미국을 전후 세계경제의 중심국으로 성장시켰다. 미국이 냉전 승리를 선언한 뒤에는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도 미국 모델을 따라 글로벌 시장의 통합으로 나아갔다. 국가의 역할보다 다

      [다산칼럼] 기술 전환기 한국이 맞는 기회
    • 주용석 칼럼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마법 연금'은 없다

      선진국 국민연금은 대개 우리보다 많이 내고 적게 받는 구조다. 일본, 독일, 스웨덴은 보험료율이 18%대에 달하지만 40년 가입자 기준 소득대체율은 40%가 채 안 된다. 경제 상황이나 출산율에 따라 연금 수급액을 자동으로 줄일 수 있는 자…

    • 다산칼럼

      새마을운동에 오점 남긴 새마을금고

      새마을운동. 1970년대 대한민국 근대화를 이끈 동력이다. 이젠 전 세계 개발도상국이 배우고 있다. 내세울 만한 정책 한류 상품이다. 우리 정부는 21개 국가에 94개 시범 마을을 조성해 자립을 뒷받침했다. 이 새마을운동의 핵심 엔진이 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