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매혹적' 바로크 거장 카라바조가 그린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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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한-이 수교 140주년 특별 전시회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카라바조 대표작을 비롯하여
바로크 대표 화가들의 작품 57점 볼 수 있어
어둡고 빛의 대비가 극적인 전시장 내부,
혼란스러웠던 바로크 시대 나타내
한-이 수교 140주년 특별 전시회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카라바조 대표작을 비롯하여
바로크 대표 화가들의 작품 57점 볼 수 있어
어둡고 빛의 대비가 극적인 전시장 내부,
혼란스러웠던 바로크 시대 나타내
매혹적인 아름다움은 불안하다. 확실히 아는 것은 매혹적이지 않다. 그 불안한 매력이 바로 카라바조의 작품에서 비롯된다. 그의 그림은 극적인 조명과 대담한 구도로 관객을 매료시키면서도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명암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그의 작품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내면의 진실을 드러낸다.
그 불안한 매력이 한국에 찾아왔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카라바조 전시는 바로크 시대의 긴장과 열정을 오롯이 담아낸다.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의 소장품 중 '성 토마스의 의심', '그리스도의 체포', '이 뽑는 사람' 등 그의 대표작 11점이 아시아 최초로 한 공간에 모였다. 여기에 안니발레 카라치를 비롯한 바로크 대표 화가들의 작품 46점까지 더해져 총 57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관련 기사) “정말 카라바조 그림 맞아?”…‘바로크 거장’ 전시에서 진품 논란 나온 이유
▶(관련 칼럼) 카라바조의 다윗은 왜 ‘슬픈 승자’로 그려졌을까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어두운 배경과 극적인 빛의 대비 속에서 숨 막히는 긴장감을 느낀다. 바로크란 무엇인가. 불규칙하고 뒤틀린 모양을 뜻하는 이 단어는 시대의 혼란과 충돌을 상징한다. 바로크 미술은 카톨릭 신앙, 절대군주제, 새로운 과학이라는 대립적 요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졌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카라바조다. 카라바조는 이전의 화풍과 확연히 구분되는 사실주의를 창조했다. 그의 작품은 성스러운 주제를 하층민의 일상으로 끌어내렸다. 그의 작품은 신학적 교리에 얽매이지 않은 순수 기독교 정신을 담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카톨릭뿐만 아니라 개신교도들에게도 감화를 주었다. 렘브란트를 비롯한 북유럽 화가들이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뚜렷하게 발견할 수 있다. 카라바조의 생애는 그의 작품만큼이나 격렬했다. 그는 스캔들과 범죄, 소문으로 얼룩진 삶을 살았다. 여러 차례 체포되었고, 결국 로마 남쪽 해변에서 쓸쓸히 생을 마쳤다. 그러나 그의 화풍은 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남겼다. 그는 마니에리즘의 경직된 틀을 깨고 연극적이고 강렬한 사실주의를 창조했다. 자연과 진실을 우선시하며 극적인 순간을 포착했다.
16세기에서 17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 카라바조의 작품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맞아떨어졌다. 열정, 지성, 신앙이라는 대립적 요소들이 그의 그림 속에서 접점을 이루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종교화를 넘어 인간의 존재에 대한 재평가와 우주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바로크 시대는 불안과 긴장 속에서 피어난 예술의 시대였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카라바조가 있었다. 카라바조는 당대에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의 이름은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비로소 재조명되었다. 비평가 로베르토 롱기가 들라크루아, 제리코, 쿠르베, 마네 같은 화가들에게 미친 카라바조의 영향을 입증했다. 그는 결국 근대 사실주의의 선구자로 인정받았다. 전시장에 서면 관람객은 카라바조의 작품이 던지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매혹적인 아름다움 속에 깃든 불안이 무엇인지 느끼게 된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미를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게 만든다. 던져진 질문은 관객을 압도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카라바조는 자신의 어둠과 빛을 작품에 담아냈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미와 진리에 대한 관념을 흔들며, 전시장을 떠나는 순간까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지금 카라바조와 고흐, 두 거장의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광경을 볼 수 있다. 카라바조 전시 앞은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려는 이들로 차분한데, 고흐 전시 앞은 인파로 북적이며 줄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음, 한국에서 고흐는 확실히 '넘사벽 원탑'인 듯하다.
카라바조와 고흐는 동시대에 아웃사이더로 불렸던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지금 이 현격한 인기 차이를 보니, 시대의 아이러니를 실감하게 된다. 두 거장의 전시를 나란히 보며 비교해보는 것도 묘한 재미를 줄 것이다. 시간 되시는 분들은 꼭 두 전시를 함께 즐겨보시길 권한다. 한쪽에서는 매혹과 불안을, 다른 한쪽에서는 열정과 고뇌를 만나게 될 것이다. 최영식 칼럼니스트
그 불안한 매력이 한국에 찾아왔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카라바조 전시는 바로크 시대의 긴장과 열정을 오롯이 담아낸다.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의 소장품 중 '성 토마스의 의심', '그리스도의 체포', '이 뽑는 사람' 등 그의 대표작 11점이 아시아 최초로 한 공간에 모였다. 여기에 안니발레 카라치를 비롯한 바로크 대표 화가들의 작품 46점까지 더해져 총 57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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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칼럼) 카라바조의 다윗은 왜 ‘슬픈 승자’로 그려졌을까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어두운 배경과 극적인 빛의 대비 속에서 숨 막히는 긴장감을 느낀다. 바로크란 무엇인가. 불규칙하고 뒤틀린 모양을 뜻하는 이 단어는 시대의 혼란과 충돌을 상징한다. 바로크 미술은 카톨릭 신앙, 절대군주제, 새로운 과학이라는 대립적 요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졌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카라바조다. 카라바조는 이전의 화풍과 확연히 구분되는 사실주의를 창조했다. 그의 작품은 성스러운 주제를 하층민의 일상으로 끌어내렸다. 그의 작품은 신학적 교리에 얽매이지 않은 순수 기독교 정신을 담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카톨릭뿐만 아니라 개신교도들에게도 감화를 주었다. 렘브란트를 비롯한 북유럽 화가들이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뚜렷하게 발견할 수 있다. 카라바조의 생애는 그의 작품만큼이나 격렬했다. 그는 스캔들과 범죄, 소문으로 얼룩진 삶을 살았다. 여러 차례 체포되었고, 결국 로마 남쪽 해변에서 쓸쓸히 생을 마쳤다. 그러나 그의 화풍은 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남겼다. 그는 마니에리즘의 경직된 틀을 깨고 연극적이고 강렬한 사실주의를 창조했다. 자연과 진실을 우선시하며 극적인 순간을 포착했다.
16세기에서 17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 카라바조의 작품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맞아떨어졌다. 열정, 지성, 신앙이라는 대립적 요소들이 그의 그림 속에서 접점을 이루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종교화를 넘어 인간의 존재에 대한 재평가와 우주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바로크 시대는 불안과 긴장 속에서 피어난 예술의 시대였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카라바조가 있었다. 카라바조는 당대에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의 이름은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비로소 재조명되었다. 비평가 로베르토 롱기가 들라크루아, 제리코, 쿠르베, 마네 같은 화가들에게 미친 카라바조의 영향을 입증했다. 그는 결국 근대 사실주의의 선구자로 인정받았다. 전시장에 서면 관람객은 카라바조의 작품이 던지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매혹적인 아름다움 속에 깃든 불안이 무엇인지 느끼게 된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미를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게 만든다. 던져진 질문은 관객을 압도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카라바조는 자신의 어둠과 빛을 작품에 담아냈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미와 진리에 대한 관념을 흔들며, 전시장을 떠나는 순간까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지금 카라바조와 고흐, 두 거장의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광경을 볼 수 있다. 카라바조 전시 앞은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려는 이들로 차분한데, 고흐 전시 앞은 인파로 북적이며 줄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음, 한국에서 고흐는 확실히 '넘사벽 원탑'인 듯하다.
카라바조와 고흐는 동시대에 아웃사이더로 불렸던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지금 이 현격한 인기 차이를 보니, 시대의 아이러니를 실감하게 된다. 두 거장의 전시를 나란히 보며 비교해보는 것도 묘한 재미를 줄 것이다. 시간 되시는 분들은 꼭 두 전시를 함께 즐겨보시길 권한다. 한쪽에서는 매혹과 불안을, 다른 한쪽에서는 열정과 고뇌를 만나게 될 것이다. 최영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