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직원에 인수인계 부탁했다가…"해고수당 내놓으래요"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힌 직원에게 기한을 밝히지 않고 '인수인계'를 요청했다면 아직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이 아니므로, 이후 이 직원을 내보낸 것은 '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고예고수당(30일치 통상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유죄라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사직이 예정된 직원이라고 해도 사직서를 제출 받고 사직일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은 제5형사부는 지난 10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운송공장 사장 B씨의 항소심 공판에서 1심에 이어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벌금은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감액했다.

○"인수인계 좀" 붙잡은 사장...퇴사일은 안 정해

근로자 A는 2022년 11월 1일 경남 거창군에서 B씨가 운영하는 운송공장에 입사하게 됐다. 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2주가 조금 넘은 같은 달 16일 사장 B씨에게 퇴사 의사를 밝혔다.

이에 사장은 A에 "후임을 뽑을 테니 인수인계해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A는 새로 뽑힌 후임 직원과 근무하게 됐다. 다만 A는 사장과 따로 인수인계 기간이나 근로계약 종료 시점 등 구체적인 내용을 합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A가 새로 뽑은 직원과 다툼을 벌이면서 사장은 A를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이후 다음 달 14일 월급 등을 정산하기 위한 면담 자리를 잡았지만, A가 불만을 갖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협상도 결렬됐다. 이에 사장은 이틀 뒤 A에 "차량 키를 숙소에 두고 나가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A는 자신이 '해고'를 당했다며 '해고 예고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장을 고소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A는 근로 계약을 체결할 때 서면 계약하지 않은 점도 함께 고소했다. 결국 사건의 쟁점은 A가 '사직'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재판에서 B 사장은"A가 먼저 사직의 의사를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B와 A 사이에 근로계약의 종료 시점을 특정하거나 인수인계 기간 등에 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합의는 없었다"며 "사장이 A에 차량 키는 숙소에 두시고 나가시길 바란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해고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A가 협상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도 "정산 내용에 대한 항의의 의사 표시지 자진 퇴사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B사장에게 유죄를 선고

B는 "A가 연말까지만 일하기로 했다"고 주장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는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B가 체불 임금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권 청구에 성실하게 응하고 대지급금을 완납한 점, A와 민사 조정을 통해 합의에 이른 점을 근거로 1심보다 벌금을 감액했다.

○사직서 받고 법률관계 명확히 해야

전문가들은 근로자의 퇴직 시 사직서를 받고 이를 승인하는 절차 등을 통해 법률관계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A씨의 경우 먼저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이에 대해 '인수인계 기간'을 명확하게 정하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법적으로는 고용 상태가 종료되지 않고 유지된 것이다. 결국 그 이후에 사장이 나가달라는 의사를 표시한 것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일방적인 근로관계 종료인 '해고'라는 게 법원의 취지다.

만약 사장이 일단 사직서를 받고 인수인계 기간을 합의해서 정해놨다면 A의 퇴사는 사직으로 자연스럽게 처리될 일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해고인지 사직인지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며 "사직이라면 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선 사직서를 꼭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