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공업계는 지속가능항공유(SAF) 의무화가 도입되면 비행기 티켓 가격이 오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폐식용유, 팜유 등으로 제조하는 SAF는 일반 항공유보다 2~5배 비싸기 때문이다. 항공유는 비행기가 한 번 뜰 때 드는 비용의 약 30%를 차지한다.

19일 정유·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영국 판버러에어쇼에서 영국항공 모회사인 IAG의 루이스 갈레고 최고경영자(CEO)는 “SAF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티켓값이 훨씬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항공사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줄리 키처 에어버스 CEO도 “영국처럼 SAF 생산 인센티브를 주거나 싱가포르같이 승객에게 SAF 사용 부담금을 물려야 항공사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2026년부터 SAF를 쓰는 항공사에 승객 1인당 3~16달러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미 가격을 올린 항공사도 있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내년부터 유럽연합(EU) 회원국 공항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SAF를 2% 이상 넣도록 하는 조치가 시행되는 것에 발맞춰 항공권 가격을 최대 72유로(약 10만원) 선제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에어프랑스-KLM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항공유 시장에서 SAF는 전체 연료의 0.5%를 차지하고 있다.

SAF로 인해 유럽에선 항공업계와 정유업계 간 갈등도 불거졌다. 지난 6월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회의에서 월리 윌시 IATA 사무총장은 “항공사보다 많은 이익을 내는 에너지 기업이 SAF 생산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AF 수요가 증가하는 데 비해 공급이 부족해 비용 부담이 크다는 토로다. 이에 대해 프랑스 토탈에너지는 “이미 SAF를 비롯해 재생에너지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내 항공사들은 티켓 가격 인상 가능성을 두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금도 유가가 오른다고 티켓 가격을 연동해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티켓 수요와 인건비, 공항 이용료, 영해 통과료 등 가격을 결정하는 데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SAF 의무 사용 비율이 순차적으로 높아지도록 설계된 만큼 국내 항공사들도 티켓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SAF 공급량이 획기적으로 늘어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한 항공사는 티켓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전기자동차에 보조금을 주듯이 인센티브를 주지 않으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