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브라질 파라주 벨렘에서 열린 미주개발은행 아마존 유역 재무·경제·환경 장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브라질 파라주 벨렘에서 열린 미주개발은행 아마존 유역 재무·경제·환경 장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국채 발행비율 조작' 논란에 휘말렸다. 미 재무부가 향후 경착륙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선 전 경기를 띄우기 위해 단기 국채 비중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한 헤지펀드가 제기하면서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헤지펀드 허드슨베이캐피탈이 지난 22일 발표한 '행동주의 국채 발행(ATI)와 통화정책을 둘러싼 줄다리기' 보고서를 두고 워싱턴 정·재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보고서를 쓴 스티븐 미란 허드슨베이캐피탈 수석전략가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재무부가 '행동주의적 국채 발행(ATI)'를 통해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약 0.25%포인트 인하하고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린 것과 같은 경기 부양 효과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허드슨베이캐피탈은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단기 채권 비중을 15~20%로 유지해야 한다는 '국채차입자문위원회(TBAC)'의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최근 단기 채권 발행을 늘리며 그 비중을 약 22%로 높였다고 주장했다. 미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에 따르면 재무부는 올해 상반기 국채의 84%를 1년 이하 단기채로 공급했다.

단기채 발행 비중을 늘린 것은 경기 부양을 위한 의도적인 조치라고 허드슨베이캐피탈은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가계와 기업은 단기채보다 중장기채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업은 사업 사이클에 맞춰 3년 이상 만기 채권을 주로 발행하고, 가계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역시 만기가 30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채 순발행 규모(지난 12개월 기준)에서 1년 인하 단기 채권(T-Bill)이 차지하는 비중. 허드슨베이캐피탈은 최근 이 비중이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보다 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허드슨베이캐피탈 보고서
미국채 순발행 규모(지난 12개월 기준)에서 1년 인하 단기 채권(T-Bill)이 차지하는 비중. 허드슨베이캐피탈은 최근 이 비중이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보다 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허드슨베이캐피탈 보고서
허드슨베이캐피탈은 ATI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와 똑같은 결과를 내는 '스텔스 양적완화'라고 지적했다. 양적완화가 장기채를 대규모로 매입해 금리를 내리는 정책이라면 ATI는 장기채 발행량을 줄여 경기 부양을 유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허드슨베이캐피탈은 지난 3개 분기 동안 발행하지 않은 장기국채가 8000억달러(약 1100조원)에 달하며, 향후 1년 간 이를 발행한다면 기준금리를 0.92%포인트 인상하는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에도 단기채를 매도하고 장기채를 매입해 수익률 곡선을 조절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을 시행한 적 있다. 다만 그 주체는 재무부가 아닌 Fed였다. 허드슨베이캐피탈은 재무부가 정치적 이유로 국채 발행량을 조작하는 게 일반화할 경우 양당(공화·민주당)이 모두 이를 시장 조작 도구로 사용할 것이며 인플레이션과 채권금리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ATI가 "슈가 하이(과도한 당 섭취에 따른 일시적 과잉 흥분)를 불러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펀더멘탈의 개선 없이 겉으로만 경기가 좋아보이도록 조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란 수석전략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수석 조언가로 활동했다.

논란이 일자 옐런 장관은 27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경제 여건을 완화하기 위한 그런 전략은 없다고 100% 확신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런 종류의 방안을 논의한 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김인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