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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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업계를 타격한 중국발 소비 침체에도 프랑스 명품업체 에르메스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케링, 리치몬트, 버버리, 스와치그룹 등 럭셔리 회사들이 최근 실망스러운 실적 성적표를 냈지만, 에르메스는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나 홀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아시아에서도 매출 늘어

25일(현지시간) 에르메스는 2분기 고정 환율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3% 증가한 37억유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유럽 전역(18.2%), 미국(13.3%), 일본(19.5%) 등에서 높은 매출 증가율을 나타냈다. 중국 소비시장이 포함된 일본 제외 아시아 지역에서도 같은 기간 매출이 5.5% 증가하는 등 소비 둔화의 흐름을 피해 갔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31억5000만유로로 작년보다 6.8% 늘었다.
에르메스 지역별 매출 추이(자료=에르메스)
에르메스 지역별 매출 추이(자료=에르메스)
호실적은 가죽 제품 부문이 이끌었다. 제품 가격이 수천만 원에 달하지만 정작 구하기가 힘들다는 ‘켈리백’ ‘버킨백’ 등이 해당한다. 이 부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17.9% 증가했다. 악셀 뒤마 에르메스 최고경영자(CEO)는 “트렌드에 큰 차질이 없었다”면서도 “대신 패션 액세서리, 실크 스카프 등에서는 고객 트래픽이 약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트윌리’, ‘까레’ 등을 판매하는 실크 및 섬유 사업 부문은 매출이 5.6% 줄었다.

○“부유한 고객만 노린다”

에르메스는 최근 실적을 발표한 명품 업체 중 중국 소비 둔화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거의 유일한 업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에르메스가 ‘부유한 고객’에 집중한 결과 경쟁사와 차이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적극적 마케팅과 신규 엔트리 모델로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에 집중한 경쟁사들과 달리, 에르메스는 기존의 좁은 고객층을 겨냥해 이들에게서 꾸준한 수요를 이끌어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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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나 푸스 UBS 애널리스트는 “에르메스가 (글로벌 거시경제의) 트렌드에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2분기 실적은 견고했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사업 모델의 회복력을 확인시켜 준다”고 평가했다.

○中 소비자 ‘조용한 럭셔리’ 선호

뒤마 CEO는 에르메스의 중국 및 일본 실적도 언급했다. 최근 기록적인 엔저 현상으로 방일 관광객들이 현지에서 사치재 구매를 늘리고 있는데, 일본 에르메스에서는 주 구매고객이 현지인이었다는 점을 짚었다.

또한 중국 고객들이 ‘로고 없는’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브랜드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고급스러운 소재 등으로 부(富)를 은근히 드러내는 ‘스텔스 럭셔리(조용한 럭셔리)’가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러한 흐름이 에르메스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컨설팅업체 베인 역시 지난달 중국의 부유층이 경제 긴축 시기에 부를 과시하지 않기 위해 더 절제된 패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을 냈다.

실적 악화와 함께 글로벌 명품 업체 주가는 하락하는 추세다. 올들어 구찌, 생로랑 등을 보유한 케링은 약 30% 폭락했고 LVMH도 9.7% 빠졌다. 오메가, 블랑팡 등 명품 시계 브랜드를 운영하는 스와치그룹(-20.1%), 영국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48.0%) 역시 고전하고 있다. 반면 에르메스 주가는 연초 대비 6%가량 상승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