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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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의 올해 여름 보너스가 평균 97만2319엔(약 85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다. 일본 정부는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을 통해 디플레이션을 완전히 탈출하겠다는 목표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집계한 422개 기업 하계 상여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산업 평균 지급액은 전년 대비 3.72% 증가했다. 올해 여름 보너스 인상률은 코로나19 사태로 반등했던 2022년(11.29%)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년(2.54%)보다 높은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전체 31개 중 80%가 넘는 26개 업종에서 지급액이 전년보다 늘었다.

앞서 춘계 노사교섭에서 주요 기업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5.1%로, 33년 만에 5%를 넘었다. 기본급 인상이 상여금을 끌어올렸다. 기업별로 보면 미쓰비시상사가 641만8800엔(약 56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84개 기업이 100만엔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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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에 시달리는 종업원 300명 미만 중소기업의 평균 지급액은 71만3955엔이다. 인상률은 7.84%로 전체 평균의 두 배를 웃돌았다. 2002년 이후 최고치다. 앞서 중소기업도 봄철 협상에서 임금 인상을 단행했지만, 인상률은 대기업보다 낮았다. 인재 확보에 대한 위기감이 여름 보너스 인상률을 대폭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임금 인상 흐름이 중소기업까지 확산하고 있지만, 개인소비를 늘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지난 5월까지 26개월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역대 최장 마이너스 행진이다.

일본 경제학자 35명 중 60% 이상은 실질임금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시점을 10월 이후로 예상했다. 나머지는 2025년 이후로 보고 있다. 일본의 1~3월 개인소비는 네 분기 연속 전년을 밑돌았다. 네 분기 연속 감소는 ‘리먼 쇼크’가 닥쳤던 2008~2009년 이후 처음이다. 보너스는 변동이 큰 만큼 저축하는 경향이 강하다. 소비 회복을 위해서는 기본급의 지속적인 인상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일본은 최저임금 인상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전국 평균 1004엔으로, 처음으로 1000엔을 넘었다. 평균 인상액은 43엔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내년 최저임금을 춘계 노사교섭 평균 인상률(5.1%) 정도로 올리면 역대 최고인 50엔 수준 인상이다. 전국 평균 1004엔에서 1054엔으로 오르는 셈이다. 일본 정부는 약 10년 뒤인 2030년대 중반에 최저임금 전국 평균 1500엔을 목표로 잡고 있다.

변수는 엔저다. 메이지야스다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70엔보다 높으면, 내년 상반기 실질임금도 플러스로 전환하기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더 이상의 엔저를 막으려면 임금과 물가가 함께 상승하는 선순환을 통해 금리 인상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생산성 향상과 함께 가격 전가 등을 가로막는 요인을 제거하는 노력이 필수라는 분석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