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3기 신도시와 역세권 부지에 ‘중산층용 시니어주택’이 도입된다. 경기권 택지지구는 교통과 생활 여건이 좋지만 서울보다 주거 비용이 크게 저렴해 관심 수요가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령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저소득층에 집중했던 공공 주도 시니어주택 사업이 중산층 대상으로 확장하고 있다.

○신도시에 중산층 시니어 특화주택

남양주 다산에 '중산층용 시니어주택' 짓는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남양주 다산진건 공공주택지구 내 일반상업용지에 중산층용 시니어주택을 처음 공급한다. 대상지는 오는 8월 개통할 예정인 별내선 다산역과 인접한 역세권 부지다. 분양 경기 악화로 상업시설 부지 매각이 여러 차례 유찰되자 공공 차원에서 시니어주택을 공급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2인 가구 기준 전용면적 50㎡ 내외 시니어주택 150가구와 병원이 포함된 상가 등으로 이뤄진 복합건물로 개발될 것으로 전해졌다. GH는 타당성을 검토한 후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경기형 중산층 시니어주택은 월 생활비와 주거비 등을 중산층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추는 데 집중한다. 대상은 중위소득 150~200%로 유주택자도 신청을 받는다. 1인 가구 기준 월 소득 445만원 내외, 2인 가구 기준 736만원 내외까지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식사를 포함한 월 생활비도 2인 기준 200만원대로 검토 중이다. 입점한 병원에서 무료로 기본 진료를 하고, 민간 업체와 제휴해 다양한 문화 복지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경기도가 선제적으로 중산층 시니어주택 공급에 나서기로 한 것은 주거 복지가 지나치게 저소득층에만 편중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산층을 포함한 고령층은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주거 복지 혜택을 받는 시니어는 전체의 약 9.3%로 대부분 소득이 가장 낮은 가계소득 1분위에 속해 있다.

경기도와 GH는 도심 역세권형뿐 아니라 3기 신도시 등에도 순차적으로 중산층 시니어주택 공급을 늘릴 방침이다. 우선 하남교산, 광명시흥, 고양창릉, 남양주왕숙 등 3기 신도시와 용인플랫폼시티를 대상지로 검토 중이다. 3기 신도시 내에 우선 공급 가능한 중산층 시니어주택은 1000가구로 추정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 영역에서 공급하는 시니어주택은 물량이 적을뿐더러 비용도 많이 들어 대부분의 고령층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중산층의 주거 선택지를 넓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형 도입 시급”

다른 주택 공사도 중산층 시니어 주택 확대에 잰걸음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일반인에게 주식 형태로 민간 투자 자금을 모으는 ‘헬스케어리츠’를 활용해 시니어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부분이 중산층 고령 가구가 대상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 4월에는 첫 시도로 경기 화성 동탄2지구에 헬스케어리츠 사업을 시작해 우선협상대상자로 MDM플러스를 선정했다. 이 부지에는 시니어주택 2550가구와 의료시설, 복지시설 등이 들어선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강원도와 ‘골드시티’ 업무협약을 맺고 삼척 등지에서 공동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방 이주를 희망하는 청장년과 은퇴자 등 서울 시민에게 자연과 도시 인프라를 갖춘 지방 도시 내 주택을 제공하고,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청년 또는 신혼부부에게 재공급하는 사업이다.

중산층 시니어 시장이 성장하려면 분양형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인복지법에 따른 시니어주택(노인복지주택)은 임대만 가능하다. 정부는 내년부터 인구감소지역 89곳에 한해 분양형도 허용하기로 했다. 경기도에서는 가평군과 연천군 두 곳만 분양형이 가능하다. 애초 실버타운은 임대형과 분양형이 모두 가능했지만 개발이익을 노린 불법 분양이 횡행하면서 2015년 법으로 금지됐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작년 기준 60세 이상 인구가 30%에 육박한다”며 “1차적으로 공공 영역부터라도 시니어주택에 분양형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