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 현대로템 철차공장에서 제작 중인 동력 분산식 고속철인 KTX-이음.  현대로템 제공
경남 창원 현대로템 철차공장에서 제작 중인 동력 분산식 고속철인 KTX-이음. 현대로템 제공
“30년 숙원을 풀었습니다.”

이달 초 방문한 경남 창원 현대로템 철차공장은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박성부 철차공장장(상무)은 “30여 년 전에 프랑스에서 기술을 배운 뒤 이제 우리 기술로 고속철 차량을 수출한 데 이어 수소를 동력원으로 쓰는 수소 전기 트램의 세계 첫 상용화에도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철도 차량을 제작하기 위해 현대로템을 설립한 해는 1977년이다. 당시 정 회장은 사철 푸른 초심을 이어가라는 의미로 공장 주변에 대나무를 심었다. 그 뚝심이 현대로템의 ‘미래’를 만들었다.

한국형 고속철의 요람

'K고속철 수출 신화' 쓴 현대로템 "30년 숙원 이뤘다"
국산 고속철도 차량이 수출되기까지는 꼬박 30년이 걸렸다. 1994년 경부 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프랑스 고속철 제조사인 알스톰과 기술 이전 계약을 맺은 현대로템은 고속철 국산화를 이루고 수출까지 성공하는 역사를 썼다. 박 공장장은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 차량 수출 계약(2700억원) 성사로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63만㎡(약 19만500평) 규모의 현대로템 창원공장에 들어서니 용접 불꽃이 곳곳에서 보였다. 현대로템은 고속철도부터 트램, 지하철 등 38개국에 수출하는 모든 철도 차량을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다. 연간 생산 능력은 800량에 이른다.

철차의 뼈대를 만드는 차체 라인에서는 동력 분산식 고속철인 KTX-이음(EMU-260)의 용접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출 쾌거를 이끈 현대로템의 핵심 기술이다. 동력 분산식 고속 차량은 모든 차량에 동력 기관을 장착한 게 특징이다. 기존의 차량이 앞뒤에만 동력기관이 집중된 것과 완전히 다른 설계 방식이다.

가감속 성능과 수송력, 승객 안전성 등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프랑스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뒤 현대로템 연구진은 2007년부터 동력분산식 차량 개발을 시작했다. 김미정 책임매니저는 “수년 동안 여러 차례 도전한 끝에 해외 수주라는 결실을 봤다”며 “2019년 동력분산식 고속 차량 KTX-이음(EMU-260)의 첫 출고 이후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우즈베키스탄 수출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에 운영되는 고속 차량 중 70% 이상이 동력 분산식 고속 차량이다.

수십 번 고배 끝에 수출 쾌거

고속 차량 제작 현장엔 외국인 근로자가 거의 없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제작 과정의 특수성 때문에 거의 모든 작업이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고, 최고 수준의 용접공만 현장에 투입된다.

각 라인에는 나라별 시험 인증서가 걸려 있었다. 차량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인정하는 용접사 시험 인증서가 필요해서다. 용접사들은 360도 회전하는 기계에 장착된 차체를 바비큐 굽듯 돌리면서 용접하고 있었다. 다섯 개의 길쭉한 알루미늄을 합쳐 지붕을 만드는 과정엔 로봇 네 대가 투입된다. 유일한 반자동화 작업이다.

이렇게 생산된 차량은 색을 입히는 도장 과정을 거친다. 의장 라인에서는 KTX-이음에 단열재, 바닥, 도어, 운전실, 실내 설비 등을 장착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대로템은 3㎞ 철도 차량 시험선도 보유하고 있다. 고속철이 하나가 생산되려면 10개월이나 걸린다.

현대로템은 고속철 수출을 발판 삼아 해외 시장 개척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수소 전기 트램도 이곳에서 제작될 예정이다. 세계 고속철도 차량의 시장 규모는 2026년까지 유지보수 물량까지 합치면 3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철도 차량 시장은 CRRC(24.8%), 알스톰(15.4%), 지멘스(7.9%) 등 상위 10개사가 전체 시장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세계 8위로, 점유율은 약 2%다.

창원=신정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