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네이버 안전결제’ 웹페이지를 만들어 결제를 유도하는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과 은행이 계좌 지급 정지 등의 적극적 조치를 펴지 않아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고거래 사기 '계좌정지' 손놓은 경찰·은행
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네이버 카페에서 중고거래 유도글을 올린 뒤 가짜 안전결제 페이지를 통해 돈을 받아 챙긴 동일범의 중고거래 사기 사건을 여러 건 접수받아 수사 중이다.

피해자 A씨는 지난달 네이버 중고거래 카페에서 시가 27만원인 갤럭시워치5를 절반 가격인 13만원에 판다는 게시글을 보고 판매자에게 연락했다. 판매자는 “네이버 안전결제를 이용하자”며 온라인 페이지 링크를 보냈고, A씨는 네이버 안전결제와 똑같은 디자인의 페이지를 통해 계좌로 돈을 송금했다.

A씨는 즉시 물품을 보내지 않고 추가 송금을 요구하는 판매자 태도를 보고 사기를 당했음을 깨달았다. 입금한 계좌번호를 중고사기 정보 플랫폼인 ‘더치트’에 검색하니, 그 전 3일간 해당 계좌로 비슷한 피해가 20여 건 접수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A씨가 경찰에 사건을 신고했음에도 사기 거래에 쓰인 통장이 당장 정지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찰도 A씨가 사건을 접수하자마자 “네이버 중고사기 때문에 오셨죠”라고 답하며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만일 앞서 사기당한 사람이 신고한 뒤 바로 계좌가 정지됐다면 피해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이 중고거래 사기 피해 신고를 받아도 바로 해당 계좌를 동결하는 조치를 할 수 없다. 현행법상 즉시 지급 정지를 할 수 있는 계좌는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에만 국한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중고거래 사기의 경우 은행이 수사기관의 의심계좌 지급 정지 요청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비(比)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 지급 정지 요청에 응하는 은행은 하나은행,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세 곳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조치가 이뤄지려면 공문 발송과 은행 검토를 거치는 등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사기꾼 일당이 대포통장에서 돈을 빼갈 시간이 충분한 셈이다.

경찰은 사기방지기본법이 국회를 통화하면 이런 ‘사각지대’가 해소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사기방지법은 보이스피싱뿐만 아니라 기타 사기 범죄에 사용된 은행 계좌도 즉시 동결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하지만 이 법은 지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끝내 폐기됐다.

김다빈/조철오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