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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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듀테크 기업의 상륙으로 우려가 컸던 주요 성인 교육 플랫폼이 인공지능(AI) 강의를 발판 삼아 실적을 개선하고 있다. 챗GPT 등장 후 AI 활용 능력을 적극적으로 갖추려는 직장인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AI 교육 수요 커졌다

인공지능 열풍 덕에 되살아난 K에듀테크
8일 성인 교육 스타트업 데이원컴퍼니에 따르면 사내독립기업(CIC) 패스트캠퍼스의 누적 강의 판매 건수가 100만 건을 돌파했다. AI 강의 성장세가 특히 가팔랐다. 패스트캠퍼스 AI 강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23억원으로 전년보다 2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AI 강의 거래 건수도 272% 급증했다.

패스트캠퍼스 관계자는 “AI 강의가 회사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며 “딥러닝,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등 기초 개념부터 프로젝트, 취업을 위한 과정까지 다양하게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패스트캠퍼스의 AI 강의 수는 지난해 40개에서 올해 110개로 늘었다.

코딩 교육으로 출발한 스타트업 팀스파르타도 AI 전문 트랙을 새롭게 선보이며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 올해 팀스파르타의 교육을 받은 기업 중 60%가 AI 교육을 수강했다. 팀스파르타의 지난 1분기 매출은 140억원으로 전년(61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또 다른 성인교육 플랫폼 탈잉도 올 상반기 역대 최대인 매출 63억원을 기록했다. 탈잉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의 성장에 힘입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 교육 플랫폼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AI로 직원 생산성을 높이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AI 교육을 진행해야 할지에 대해선 고민이 있다”며 “직무 전문 플랫폼엔 기회”라고 했다. 팀스파르타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가장 듣고 싶은 강의로 ‘AI·GPT’(26%)를 꼽았다. 현직 개발자들 또한 실무 역량인 ‘설계 능력’(40%) 다음으로 ‘AI’(35.1%)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족집게 강의는 한국이 잘해”

국내 성인 교육 플랫폼 중 상당수는 엔데믹 여파에 더해 글로벌 에듀테크 플랫폼인 유데미, 코세라 등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성장성을 의심받았다. 웅진씽크빅과 손잡고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 유데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성인 교육 플랫폼으로 글로벌 학습자 수가 4000만 명에 달한다. 코세라 역시 지난 2월 국내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AI 번역을 통해 4400여 개 강좌에 한국어를 적용했다.

‘글로벌 공룡’의 등장으로 주요 플랫폼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AI 교육 수요에 맞춤형으로 대응하면서 타격이 예상보다 작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성인 교육 소비자들은 취직이나 이직을 노리기 때문에 아주 구체적인 직무 교육을 요구한다”며 “해외 플랫폼들은 ‘족집게’ 부문에선 한국에 밀린다”고 평가했다.

다만 직무 교육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에듀테크 플랫폼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취미 교육에 강세를 보였던 클래스101은 세 차례 구조조정 후 자금 수혈을 모색하고 있다.

고은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