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지방은행이 ‘연체의 늪’에 빠졌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지방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줄폐업에 내몰린 지방 자영업자와 건설·제조·유통기업이 갚지 못한 빚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후유증도 고스란히 부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대출 상환 유예와 같은 일회성 대증요법이 아니라 말라붙은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원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 등 지방은행 6곳의 올해 1분기 연체 대출액은 1조3771억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공개한 2008년 이후 최대치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움츠러든 2020년 1분기(9855억원)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자영업자는 빚 수렁에 빠졌다. 지방은행 6곳의 개인사업자 대출 평균 연체율은 0.86%로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0.84%)를 웃돌았다. 가계 대출 연체율도 역대 가장 높은 수준(1.01%)이다.

지방은행의 주요 건전성 지표가 ‘최악’을 가리키는 것은 고금리 기조가 꺾이지 않으면서 지방 자영업자를 비롯해 기업들까지 한계에 부딪힌 영향이다. 한 지방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지방을 직접 둘러보면 체감 경기가 살얼음판 수준”이라며 “가계는 물론 줄폐업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까지 지역에서 느끼는 연체 공포는 상상 이상”이라고 했다. 올 들어 지방은행의 대출 연체 증가 속도가 한층 가팔라진 점도 우려되는 대목으로 꼽힌다.

박재원/김보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