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사진=REUTERS
영국 총선에서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사진)가 ‘르완다 난민 이송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르완다 난민 이송은 보수당 소속 리시 수낵 전 총리가 강력히 추진해온 불법 이민 대응책이다.

6일(현지시간) 스타머 총리는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고 “르완다 계획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완전히 끝났다”며 “이주민 유입 제지 효과가 없는 ‘속임수’를 계속 진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르완다 정책은 소형 보트로 입국한 난민의 1%도 되지 않는 인원을 추방할 뿐”이라며 “난민 억제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르완다 정책은 불법 이주민이 급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시 수낵 전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해왔다.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 해협을 건너오는 망명 신청자를 영국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르완다로 보내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입법 과정에서 인권 침해, 국제법 충돌 문제로 논란이 이어졌다.

스타머 총리는 총선 유세 기간에 르완다 정책 폐기를 예고했다. 불법 이주민 방지는 물론이고 예산 투입 측면에서도 효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새 정부는 불법 이민을 주요 과제로 삼으면서 국경안보부를 신설해 국경을 통제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에 유입된 이주민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에 스타머 총리가 당장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불분명하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BBC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6일까지 약 6개월 동안 1만3195명이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으로 입국했다. 지난 4년(2020~2023년)간 집계치 중 가장 많다.

보수당의 대표 강경파 수엘라 브래버먼은 스타머 총리의 르완다 정책 폐기를 비판하며 “제대로 실행됐다면 작동했을 계획에 이미 수년간에 걸친 노력과 의회 법안, 수백만파운드가 투입됐다”며 “스타머 총리 때문에 큰 문제가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래버먼은 수낵 전 총리를 대신할 보수당 차기 대표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첫 내각 회의를 주재한 것을 시작으로 7일에는 잉글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등 영국 4개 구성국을 각각 방문할 예정이다.

한경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