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스타머 영국 신임 총리가 6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총리관저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영국 신임 총리가 6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총리관저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영국 총선에서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가 ‘르완다 난민 이송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르완다 난민 이송 정책은 전 정부인 보수당 리시 수낵 정부가 강력 추진해온 정책으로, 스타머 총리는 유세 기간에도 이 정책을 폐기하는 대신 더 나은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6일(현지시간) 스타머 총리는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고 “르완다 계획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완전히 끝났다”며 “이주민 유입 제지 효과가 없는 ‘속임수’를 계속 진행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르완다 정책으로는 소형 보트로 입국한 난민의 1%도 되지 않는 인원을 추방할 뿐”이라며 “이 정책은 난민 억제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르완다 정책은 불법 이주민이 급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시 수낵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한 정책이다.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 해협을 건너오는 망명 신청자를 영국에서 머무르게 하지 않고 르완다로 보내자는 것이 주 내용이다. 입법 과정에서 인권 침해, 국제법 충돌 문제로 논란이 계속됐다.

스타머 총리는 총선 유세 기간에 르완다 정책 폐기를 예고했다. 불법 이주민 방지는 물론 예산 투입 측면에서도 효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새 정부는 불법 이민을 주요 과제로 삼으면서 국경 안보부를 신설해 국경을 통제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에 유입된 이주민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에 스타머 총리가 당장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불분명하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6일까지 약 6개월 동안 1만3195명이 소형보트를 통해 영국으로 입국했다.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에 유입된 이주민 수(자료:영국 내무부, 국방부 제공)(사진=BBC)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에 유입된 이주민 수(자료:영국 내무부, 국방부 제공)(사진=BBC)
보수당의 대표적 강경파 수엘라 브레이버먼은 스타머의 르완다 정책 폐기를 비판하며 “제대로 실행됐다면 작동했을 계획에 이미 수년간의 노력과 의회의 법안, 수백만 파운드가 투입됐다”며 “키어 스타머 때문에 큰 문제가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레이버먼은 수낵 전 총리를 대신할 보수당 차기 대표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첫 내각 회의를 주재한 것을 시작으로 7일에는 잉글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등 영국 4개 구성국을 각각 방문할 예정이다. 8일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정상외교 무대에 데뷔한다. 그가 선거 운동에서 국가 안보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조했기 때문에 동맹국과 더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FT는 전했다. 새 의회 공식 개원식과 국왕의 국정연설(킹스 스피치)은 오는 17일 진행된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