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 4일 오후 5시 9분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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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공모주 청약 시장에 200조원 넘는 개인 자금이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사상 최대인 1610 대 1에 달했다. 전 세계 주요국 증시 중 한국 주식시장이 유독 부진한 가운데 공모주 시장만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직장인 사이에선 공모주 투자가 작지만 확실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짠테크(짜다 테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장 과열로 공모가에 거품이 끼면서 상장 첫날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공모주에 209조…헛물만 켜는 개미들
4일 공모주 투자 플랫폼 일육공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모주 청약 시장에 시중자금 209조7511억원이 몰렸다. 개인투자자가 주문 금액의 절반을 미리 내는 청약증거금을 모두 합산한 액수다. 지난해 상반기(84조원)에 비해 134% 급증했다.

‘조단위’ 대어인 HD현대마린솔루션에 약 25조원의 청약증거금이 모였고, 화장품 기업 에이피알에는 12조원이 들어왔다. 삼현(12조원), 아이엠디비엑스(10조원) 등에도 10조원 이상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중소형 공모주에도 최소 2조원 이상 뭉칫돈이 유입됐다.

개인 청약 경쟁률은 평균 1610 대 1로 기존 기록인 2021년 1256 대 1을 가볍게 넘어섰다. 투자자들이 공모주에 열광하는 이유는 평균 91%(종가 기준)에 이르는 첫날 수익률 때문이다. 상반기 기업공개(IPO)에 나선 29곳 중 상장 첫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이노스페이스(-20%) 한 곳뿐이다. 정부가 작년 6월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을 400%로 올린 뒤 공모주 시장에 투기 세력이 붙으면서 첫날 주가 상승폭이 더 커졌다.

공모주 투자가 ‘백전백승’으로 보이지만 ‘그림의 떡’이라는 푸념도 늘고 있다. 평균 청약 경쟁률이 1600 대 1을 넘어 1억원을 투자해도 손에 쥐는 수익은 10만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공모주 시장이 뜨겁지만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하는 일이 되풀이되며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email protected]